20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에서 사육 중인 한우는 329만334마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전남도내 사육중인 한우는 60만3617마리로 경북 71만6580마리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다.
전남의 경우 장흥, 보성, 해남, 영광 등 전역에 걸쳐 한우 중심의 가족농 기반이 촘촘히 분포돼 있어 시장 환경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 수년간 한국에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지속 요구해 왔다.
한국은 광우병(BSE) 우려에 따라 2008년부터 해당 월령 이상의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를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며 개선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5월 한미 통상 기술협의에서도 미국 측은 이 조항을 대표적 수입 제한 사례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미육류수출협회는 한국이 월령 제한을 철폐할 경우, 연간 최대 1억7500만 달러(약 2430억 원)의 추가 수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은 46만2000여 t의 쇠고기를 수입했으며, 이 중 미국산 비중은 22만1600여t으로 전체의 48%에 달했다.
명실상부한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이 한국이라는 점에서 이번 요구는 단순한 통상 협상 이상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남 축산업계는 가격 경쟁력이 월등한 미국산 쇠고기와 가공육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경우 외식업체·급식 시장을 중심으로 소비 지형이 재편되면서 한우 소비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 30개월령 이상 여부는 원산지 표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남 한우협회 관계자는 “월령 제한은 수입쇠고기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선 역할을 해왔다”며 “이 기준마저 무너지면 소비자 불신이 전체 쇠고기 시장으로 확산되고, 결국 가장 큰 타격은 국내 한우농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밝혔다.
가격 변수도 심각하다. 도매가격은 수년째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국제 곡물가 상승에 따른 사료비 급등으로 농가 경영은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국내 쇠고기 자급률은 41.9%까지 떨어졌으며, 한우 도축 마릿수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정치권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영암·무안·신안)은 “현행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르면 광우병 발생일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국가의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는 수입금지 품목”이라며 “이를 미국에만 허용하면 EU 등 다른 국가들과의 통상 협상에서도 불균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쇠고기 외에도 쌀과 과일 등의 추가 개방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역시 복잡한 절차가 수반된다. 미국산 쌀의 경우 이미 13만2000여t의 TRQ(저율관세할당물량)가 배정돼 있어 확대를 위해선 WTO의 승인 또는 국회 비준 절차가 필요하다. 사과 등 일부 과일은 검역 협상이 진행 중이나, 아직 수입 허가가 난 국가는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농업인 고령화와 농지 감소가 심화되는 현실에서 무분별한 시장 개방은 국내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식량안보 관점에서 농축산업 보호와 대응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현 시점에서의 통상 논의가 가시화될 경우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응 계획 수립과 소비시장 다변화 방안을 함께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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