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몸만 빠져나와…침수 피해 복구 걱정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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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간신히 몸만 빠져나와…침수 피해 복구 걱정 ‘한가득’

폭우로 주민 수십명 대피…무겁고 침통한 표정
가족 안부전화 빗발쳐…먹거리 등 온정 나눔도

동구자원봉사센터 소속 산수2동자원봉사캠프는 닭죽 20인분을 만들어 대피 주민에게 점심을 제공했다. 사진은 산수2동자원봉사캠프 자원봉사자들이 닭죽을 들고 체육관으로 가는 모습.
지난 18일 오전 10시 광주 동구 소태동 동구문화센터 4층 체육관에서 이재민들이 텐트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동구자원봉사센터 소속 산수2동자원봉사캠프가 닭죽 20인분을 만들어 대피 주민에게 점심을 제공했다.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빨리 대피해야 한다는 말에 겨우 몸만 빠져나왔습니다. 빗물에 잠긴 집을 청소할 생각을 하니 너무 막막합니다.”

지난 19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소태동 동구문화센터 4층 체육관.

이곳에는 지난 17일 오후 3시40분을 기해 소태천 범람 우려로 소태·용산·운림동 주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텐트(쉘터) 10여동이 마련돼 있었다.

대피 첫날이었던 17일 33명의 동구민들은 이곳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이튿날 일부 주민들이 돌아갔으나 11명은 이날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고, 대피소 내부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저마다 무겁고 침통한 표정이 역력했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거나 텐트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전화기를 붙잡고 “괜찮아, 식사 잘 먹었고 대기하고 있어”라며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했다.

동구청 공무원들이 전기선 확보, 자리 배치를 위해 바쁘게 오가고 있었고, 또 다른 직원은 텐트 안에 있는 주민에게 불편 사항이 있는지 묻기도 했다.

텐트 한 켠에는 이불, 구급약, 우산 등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운림동 연립주택에 거주한 한경자씨(83·여)는 담요, 휴지, 양말, 세면도구 등이 담긴 응급구호 세트를 받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씨는 “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비가 세차게 내려 집 밖에 나가지 못했다”며 “간신히 혈압·당뇨약만 챙겨 미니버스를 타고 대피소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 딸을 비롯해 친척, 지인들의 안부 전화가 빗발쳤다”며 “식사와 생필품도 제공해줘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비에 잠겼을 집 상태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김엽심씨(80·여)는 “평생 살면서 대피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 상황이 황당스러울 뿐이다”며 “비가 그치면서 다른 주민들은 잠깐 집에 가보고 물건도 가지러 가고 있지만, 나는 다리가 좋지 않아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또 “근처에 관리되지 않는 빈집이 많다. 계속된 폭우로 우리 집까지 곰팡이가 가득 퍼질 것 같아 걱정이다”며 “집에 돌아가도 앞으로가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일부 주민들은 대피 직전 핸드폰으로 촬영한 침수된 집 사진을 담당 공무원들에게 보여주며 피해 복구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 북구 신안동에 마련된 용봉초등학교 체육관에도 적막감이 가득했다.

이곳에는 총 30동의 텐트가 마련돼 있었고, 거처를 옮긴 이들을 제외한 11명의 주민이 임시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었다.

북구에서 제공하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비가 그치기만을 바라는 모습도 보였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재민을 향한 따뜻한 나눔의 손길이 이어졌다.

지난 18일 오전 동구자원봉사센터 소속 산수2동자원봉사캠프는 닭죽 20인분을 만들어 대피 주민에게 점심을 제공했고, 동구에서는 모포 100개, 수건 30개, 매트리스 100개, 긴급 구호품 50세트를 준비했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등 구호단체도 동참했다.

동구 관계자는 “이재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다”며 “대피소 생활을 하는 이재민의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산하 기자 goback@gwangnam.co.kr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이산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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