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노벨평화상 메달·이한열 유품, 첫 ‘예비문화유산’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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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김대중 노벨평화상 메달·이한열 유품, 첫 ‘예비문화유산’ 지정

국가유산청, 근현대사 상징 10건 가결…법정 스님 의자·88올림픽 굴렁쇠 등 포함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메달과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된 이한열 열사의 유품이 우리나라 첫 ‘예비문화유산’으로 지정된다.

국가유산청은 12일 “문화유산위원회 근현대분과 소위원회가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메달 및 증서’를 비롯한 10건을 예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모두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제도 도입 이후 첫 사례다.

예비문화유산 제도는 제작 또는 형성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근현대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할 만한 유산을 발굴·보존하기 위해 신설됐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선정된 유물들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순간과 인물, 사건을 상징하는 역사적 자료”라고 설명했다.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메달 및 증서’는 한국인 최초의 노벨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 화해와 평화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한국과 동아시아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1987년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된 이한열 열사의 유품도 예비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됐다. 최루탄에 맞아 숨진 당시의 옷과 신발은 한국 민주주의의 피와 희생을 상징하며, 국가유산청은 “오늘날 민주화운동사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라고 평가했다.

법정 스님이 순천 송광사 불일암에서 수행하며 직접 제작·사용한 ‘빠삐용 의자’도 이름을 올렸다. 영화 ‘빠삐용’에서 유래된 이 의자는, 스님이 외딴 수행의 고독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는 의미로 명명했다.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 치료에 평생을 헌신한 마가렛 피사렉·마리안느 스퇴거 간호사의 유품도 예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인류애와 봉사의 상징으로, 국가유산청은 “이들의 유산은 인간 존엄의 실천적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상징적인 유물들이 포함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에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굴렁쇠’와 윤태웅 군의 의상 스케치, 1976년 한국인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 1991년 남북단일팀 탁구선수단이 사용한 탁구채와 삼각기 등이 모두 가결됐다.

이 밖에도 남극 세종과학기지 및 탐험대 관련 자료, 1977년 한국인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 경북 의성의 자동 성냥 제조기 등이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조만간 정부 관보를 통해 관련 내용을 고시하고, 예비문화유산으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지정은 근현대의 기억을 미래 세대와 공유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살아있는 역사’를 문화유산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성오 기자 solee235@gwangnam.co.kr         이성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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