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발위]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K-문학’ 새 지평 열 방안은 <4>에필로그: 해외진출 모색…전문가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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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발위]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K-문학’ 새 지평 열 방안은 <4>에필로그: 해외진출 모색…전문가 견해

K컬처 끝자락에 탑승한 한국문학의 해외 현주소 조망을
프랑스서 한강 소설 형상화 지역 예술작품 소개 호응
후쿠오카 일대서 한국 노벨문학상 관심과 추세 파악
번역 출판 꾸준하게 지속…현지인들 관심 충족시켜야

지난 3일 북마켓이 펼쳐진 후쿠오카 아카사카 산초메 케야키 거리에 몰려든 인파들.
북마켓에 진열된 책들을 살펴보고 잇는 후쿠오카 시민들.
유일한 한국인 참가자로 부산에 거주하며 북마켓에 세번째 참여해온 부산아지매(본명 이화숙).
‘한류’하면 드라마 등 영상물이 대표적으로 언급되지만 지난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척박한 한국문학의 현실 속 단비같은 소식이자 일대 사건이었다. “우리가 노벨문학상을”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을 뿐만 아니라 모두가 믿지못할 사건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세차례에 걸쳐 주도면밀하게 진단을 한 이유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 한류에 제일 막차를 타다시피한 한국문학은 해외에서 어떻게 취급되고 있으며, 실제 번역된 우리 책들이 얼마만큼 되고 해당국가 사람들에게 잘 읽히고 있는지에 대한 현실을 진단할 필요가 있었다. 어쩌면 모처럼 한국문학에 드리운 희망의 빛인데, 세계화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기회이자 위기인 한국문학, 해외에서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가 궁금해 프랑스에 이어 일본을 찾았다.

그것은 일본이 중국과 함께 K컬처에 대한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K컬처 끝자락에 탑승한 한국문학의 해외 현주소를 단편적으로라도 살피기 위해 일본을 선택했고,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후쿠오카를 방문하게 됐다. 더욱이 후쿠오카에서는 ‘북쿠오카’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북쿠오카 행사장들에서 K문학의 상징이 되고 있는 한강의 소설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다. 프랑스에서 한강의 ‘소년이 온다’의 주배경이자 등장인물을 형상화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소개된 자리였다면, 이번 호쿠오카의 북쿠오카는 대형서점과 개인서점 등에서의 한강의 소설작품에 대한 현지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자리로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이들이 어떤 노력을 통해 북이라는 매개로 시민사회에 접근하는가를 관찰하고 싶은 것도 북쿠오카를 찾은 이유였다. 우리와 이들의 차이를 조망해 이에 대처해나가는 것이야말로 일본시장에 한국문학이 뿌리내릴 수 있는 여건 파악과 직접 연결된다.

일본 전국 체인 대형서점인 츠타야 내부 모습.
후쿠오카 은행 건너에 자리한 후쿠오카 파르코 내 ‘BOOK MEETS FUKUOKA’ 행사장을 찾은 인파들.
물론 일본 현지에 한강의 작품이 많이 깔렸다는 것만으로 한국문학의 인지도가 향상됐고, 경쟁력이 올랐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다만 일본 독자들이 한강의 소설을 위시로 한국문학 작품에 대해 어떠한 생각과 자세를 가지고 있는가를 본다는 문제는 중요하다. 이들이 한국문학의 진정성을 얼마만큼 보는가를 예측해보는 이면 또한 이를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척도다.

후쿠오카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지만 모리 오가이나 마쓰모토 세이츠, 유메노 큐사쿠 등의 문인을 배출했다. 그러나 후쿠오카에서 한강 소설과 한국문학의 일본 내 현주소를 파악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일본 전역 체인 대형 서점인 롯폰마츠 츠타야에서 한국독자들과 다른 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새책을 가져다 보고 다시 그 자리에 꽂아두면 아무렇지 않다. 우리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곳은 서점과 스타벅스가 만난 공간이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분명히 상호가 서점임에도 스타벅스는 물론이고 도서 외에 주류, 의상, 베이커리, 각종 굿즈, 생활용품 등 다룰 수 있는 것은 모두 취급한다. 그런데 이곳이 서점이라고 재차 강조한다. 스타벅스의 커피를 마시며 책꽃이에 꽂혀있는 새책들을 빼다가 커피를 마시면서 독서를 해도 무방하다는 점이 생경했다. 국내에서는 스타벅스와 대형서점이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점에서 츠타야의 풍경은 매우 이채로웠다.

파르코 내 ‘BOOK MEETS FUKUOKA’ 행사장.
후쿠오카시종합도서관 전경
그리고 이런 서점구조임에도 사람들의 잡담 소리 한 마디 들리지 않은 채 고요함 그 자체였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일본인 특유의 기질이 발현되고 있는 듯 보였다. 적어도 이런 구조가 장단점은 있겠으나 그렇다고 이질적 문화로만 치부해서는 안될 듯하다. 머지읺아 국내 서점도 이런 구조로 나아갈 지 모른다. 츠타야 내부를 몇 바퀴 둘러보고서야 한국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궁금했다. 츠타야 역시 한강 소설에 대해 취급하고 있었다. 소설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 산문집 ‘가만 가만 부르는 노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눈에 띄었다. 츠타야 서점 뿐만 아니라 후쿠오카 은행 건너에 자리한 후쿠오카 파르코 내 ‘BOOK MEETS FUKUOKA’ 행사장 역시 한국 콘텐츠 전문출판사인 쿠온(CUON) 부스에는 신경림 시인을 소개하는 일본어 책과 함께 한강의 작품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곳에도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 그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는 복합쇼핑몰 같은 공간으로 북 매장을 마련, 전시 기능과 함께 판매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제일 눈에 잘 띄는 자리에 한강의 책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는 일본 북시장에서 한강이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카사카 산초메 케야키 거리에서 펼쳐지는 북쿠오카 북마켓에 참여하는 개인서점인 아지로 또한 소규모 서점이었지만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등 한강의 일본번역판 소설들이 구비돼 있었다.

대형서점이든, 개인서점이든 한강에 대한 일본 내 반응은 여전히 식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시립도서관에서 한강의 작품에 대한 인식은 어떠할까. 후쿠오카는 시립중앙도서관과 종합도서관이 대표적 도서관들이다. 시립중앙도서관은 현재 리노베이션 중이어서 방문이 좌절됐다. 하지만 종합도서관은 운영 중이어서 1일 방문이 가능했다. 이날 오전 찾은 종합도서관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은 시민들이 찾은 것은 아니었지만 한강 관련 도서가 15권 정도가 비치돼 있었고, 이중 14권은 이미 대출 중에 있었다. 그만큼 한강에 관한 관심이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강의 작품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답변에 나선 후쿠오카종합도서관 직원 야마사키상은 “한국 영화처럼 한강 등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지금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한강 소설 뿐만 아니라 오래 전에 나온 한국 작품들도 대여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K문학 흐름이 일본에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가 높지만 순수예술쪽도 점점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카사카 산초메 케야키 거리 큐브릭(Kubric) 서점을 좌우로 해 20여곳의 북마켓이 3일 오전 11시에 문을 열었다. 애초 2일 오전 열기로 했으나 우천 예보로 인해 하루 연기돼 열리던 참이었다. 북마켓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한국 돈으로 1만원을 내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아쉽게도 북마켓은 이날 하루만 진행됐다. 그나마 시간이 자유로운 방문객들은 아사쿠라 절로 이동해 책 판매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큐브릭 서점은 북쿠오카를 공동운영하는 주체이자 후쿠오카 다른 지역에도 소재, 운영 중이다. 후쿠오카에서 인지도 높은 서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북쿠오카를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이곳 마켓에 참여하고 있는 ‘부산아지매’를 모를 수가 없다고 한다. ‘부산아지매’(이화숙)는 실재 부산 거주자이지만 2018년과 2023년, 그리고 올해까지 세번째 한국 책을 가지고 북마켓에 참여하고 있다. 북쿠오카는 한달 동안 진행되지만 북마켓은 이날 하루만 열리는 것이어서 오전 11시 오픈 했을 때는 별로 인파가 모여들지 않았다. 하지만 1시간이 지나자 엄청난 인파들이 거리를 채웠다. 북마켓마다 인파가 몰려들어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아지로 서점의 아르바이트생을 이날 북마켓에서 또 만날 수 있어 대개 반가웠다.

<><>이와함께 루모 서점은 현지인이 아니면 거의 찾아가기가 어려워 보이는 도심 산자락에 위치해 있었으며 변변한 간판마저 없어 서점인가 분간이 어려웠으나 서점 내부로 입실하고서야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명소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현역 예술가들로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코지 푸치가미와 아이 후지모토의 인터뷰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들은 18년 동안 해왔던 자리를 떠나 현재의 자리로 들어오면서 올해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북쿠오카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당사자들이었다. 이들은 한국인 방문객이 간간히 서점을 찾아온다고 귀뜸했다. 자신들은 어디에다 홍보한 적도 없는데 방문해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프랑스나 일본 모두 한강 작품에 대한 인지도는 상당히 높았다. 한강 효과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국내외 가릴 것 없이 꾸준하게 독자들이 한강의 작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해당 국가의 언어로 번역 출판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후쿠오카종합도서관에서의 한강 관련 도서 대여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입증한다.

<><전문가들 견해>

“체코 프라하 하면 카프카 공간이 있듯 광주 하면 한강의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이와함께 막연하게 광주문학관 보다는 오월문학관이나 한강문학관이라고 하는 선명한 네이밍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소설가 정강철·전 광덕고 교사)

“5·18이 현재형 사건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추모하고 애도해야 하는지’와 ‘왜 기억하고 기록해야 하는지’를 냄비 꺼지듯 하지 말고 꾸준하게 교육해 가야 합니다.”(이송희 시인·전남대 출강)

“5대 대형 서점의 종이책이나 20~30대 고객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는 한강이 가져다 준 영향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문학생태계를 위한 밑불 작업을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합니다.”(조진태 시인·오월문예연구소장)

“어떤 문화의 지층이 쌓여가야 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일반시민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하지, 일순간에는 문화가 절대 형성되지 않습니다.”(이지엽 시인·경기대 명예교수·시에그린한국시화박물관장)

“12·3 계엄까지 더해지면서 한강과 오월, 한강과 광주가 하나의 접점이 돼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생가든, 거주했던 집이든 공동체적 시각에서 광주만 할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 역시 신경을 써줬으면 합니다.”(김현주 소설가·광주전남작가회의 부회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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