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산책]전통문화커뮤니티센터 개관을 자축 하면서 김양균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대표 |
| 2016년 07월 07일(목) 16:51 |
![]() |
| 김양균 전통문화연구회 얼쑤 대표 |
‘잘 묵어야 쓰것다’
새벽 출근길에 갑자기 24년 전 아버지의 목소리가 너무나 생생하게 들려온다. 몇 년전 아름다운 곳으로 떠나신 아버지의 목소리가 새삼 반갑고 정겹게 느껴진 이유가 무엇일까?
나에겐 지금을 살아가는데 가장 힘된 격려의 말씀이셨고, 첫발을 내딛는 나의 삶을 인정하는 한마디였기 때문이다.
92년 1월 주월동 비탈진 건물 지하에 ‘전통문화연구회 얼쑤’라는 간판을 걸고 후배들과 가족들을 초대 해서 개소식을 마치고 나서 하신 아버지의 한마디가 지금도 나에겐 주옥같은 노랫말이요, 성인의 말씀으로 가슴에 남아 있다.
한 달의 반은 우리들 하고 싶은 것 하고, 반은 막일 하면서 놀자로 시작된 얼쑤가 걸어온 길들이 낡은 영상이 되어 바쁘게 돌아 간다. YMCA, YWCA, 가톨릭청년회 문화패에서 활동했던 4명의 젊은이(김용철,김이권,진준한,김양균)들이 250만원씩 모아서 열었던 얼쑤 공간은 불모지였던 광주에 전문풍물꾼들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고 풍물을 좋아했던 후배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로 인해 지금은 많은 곳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내면서 열심히 후진 양성을 하는 후배들을 보면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여름이면 지하실 바닥의 물을 퍼내면서 물놀이하던 기억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닥을 뜯어서 삼층 옥상까지 올려서 말리고 다시 까는 작업들, 하룻밤 자고 나면 곰팡이들이 악기들을 점령해버리는 상황 속에서도 우린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즐겁게 잘 놀았던 기억들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2002년 3월 대촌동초등학교가 폐교 되었다. 그땐 너무 멀어서 망설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임대를 하려면 주민들 동의를 받아야 해서 아침이면 생면부지의 마을 어르신들 집에 들어가 밥을 함께 먹으면서 ‘문화공간이 들어와야 마을이 좋아진다’라고 설득해 주민들 도장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해 6월 임대계약을 맺고 4개월의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10월 개소식을 했을 때 행복감을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비록 낡은 건물이었지만 할 것은 다 해 봤다.
운동장을 갈아 엎어서 유채를 심어 처음으로 야생화 축제도 해 봤고, 정신없는 친구와 함께 덤프로 40여 대의 흙을 실어다가 허브 동산과 넝쿨 터널도 만들어 봤다. 문화체험터 얼쑤라 이름하여 염색· 도예· 공연· 전통놀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을 했다. 무엇보다도 값진 것은 8년전부터 시작한 ‘광주예술난장 굿판’이라는 난장판을 만들어서, 일방적으로 보여 주기만 하는 공연자 중심의 공연문화를 관객과 함께 하는 문화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덧 얼쑤가 24살의 청년으로 성장을 했다. 에너지가 가장 넘치는 시기이기 때문에 할 일도 많고 실험적인 작업들도 많이 하고 있다. 대표작인 ‘인수화풍’과‘락으로’에 이어 넌버벌 타악 뮤지컬 ‘몽키즈’도 만들어서 성과를 냈다.
지난 1일 대촌 전통문화커뮤니티센터가 문을 열었다. 그동안 낡은 건물에서 14년간을 생활해 왔는데 남구에서 리모델링을 해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새로운 공간에 걸맞게 수준 높은 프로그램도 개발, 진행 중이다. 부부가 함께하는 라틴댄스, 젬베 , 커피인문학, 와인교실, 난타 , 사물놀이 교육 등 전문 강사진들이 참여해서 명실상부한 광주 최고의 문화놀이터로 자리잡기 위한 작업들이 계속 되고 있다. 그리고 얼쑤가 가장 하고 싶었던 ‘유소년타악프로젝트’팀 양성을 위해 관심 있는 유소년들을 모집 중이다.
얼쑤가 걸어온 길을 돌아 보면서 많은 일을 했구나 라는 생각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생각이 교차 한다. 좋은 공간인 만큼 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새롭게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더불어 예술가들이 마음껏 창작 활동을 하고,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진행 할 수 있는 공간들이 광주에도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