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산책] 블랙리스트의 진실 윤만식( 사)한국민족극운동협의회 이사장 |
| 2017년 03월 30일(목) 18: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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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로 ‘살인’을 위한 총기획을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떨어져 곧 구속이 될 것 같다. 또 그 기획을 실행에 옮긴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전 문체부장관 또한 구속됐다. 이를 사주한 김종덕 전 문체부장관도 구속이 됐는데, 살인을 직접 실행에 옮긴 대표적인 기관인 한국 문화예술 위원회(ACK) 박명진 위원장과 영화진흥 위원회(KOFIC) 김세훈 위원장은 왜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블랙리스트(Blacklist), 우리말로 하면 살생부(殺生簿)이다. 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은 ‘살인’을 당한 것 같은 비참함과 처절함, 심한 좌절감에 사로잡혀 있는데 말이다.
현 법 집행에서는 살인을 한 사람이 제일 무거운 형을 살고 다음이 사주한 사람, 제일 가벼운 사람이 기획을 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은 아마 블랙리스트가 사실적인 ‘살인 행위’로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해석 해 본다.
블랙리스트 발단은 ‘세월호’
기실 블랙리스트의 발단은 세월호에서 부터 시작된 것을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세월호가 정치적·정책적으로 집권자의 무능에서 일어난 인재(人災)라고 판단한 예술가들이 제일 먼저 예술작품으로 표현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부산 국제영화제에 세월호 피해자들의 시신을 인양하는 과정에서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는 문제를 주제로 한 이상호 감독의 ‘다이빙 벨’ 상영과 광주 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전에 출품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의 전시를 못하게 압력을 넣고, 이러한 작품을 제작한 예술가들을 종북 세력으로 몰면서 명단을 작성한 것이 블랙리스트의 시발이 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홍성담 화가 자신은 블랙리스트에 빠져있다고 자존심 상해서 죽겠다고 필자에게 하소연한 적이 있는 웃기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필자는 근 40여년 간 그러니까 박정희 정권부터 진보적 문화예술 활동을 해오면서 정보기관 등에서 직간접적인 간섭에 의해 피해를 받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블랙리스트 명단까지 작성해서 직접적으로 지원을 배제한 것은 그 노련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나이를 너무 먹어 판단력이 흐려져 크나큰 실수를 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마저 든다. 왜냐하면 물증이 나와 버리면 법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빼도 박도 못하고 올가미에 결려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창조…예술가의 역할
진보는 종북이 아니다. 현실에 안주하는 보수적 사고에 대한 반대급부일 뿐이다. 영국의 작가 ‘구스타프 메츠거’는 ‘예술가는 창조자가 아니라 파괴자’라고 설파한 적이 있다. 이는 정체된 모든 사상과 사물에 대하여 파괴하고 새로이 창조하는 것이 진보적 행동이고, 예술가의 역할이자 의무이다. 그럼으로써 이 사회가, 정치가 진취적으로 발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메츠거’는 사건의 객관적 이미지를 거부하고 사건이 사회·정치적 힘에 다양한 방식으로 관련되는데 초점을 두기도 했다.
요즘 세상사 참 오묘하다고 느낀다. 박근혜가 탄핵되니 3년 만에 세월호가 인양되고 문체부 압박 때문에 전시 못한 ‘세월오월’이 며칠 전 광주 시립미술관에서 전시를 개막했다.
이 그림은 관람객들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고 파면된 박근혜씨를 비롯해 윤창중 문창극 이건희 김정은 안기부 일본 수상 바베가 등장하는 한편, 목포항과 유달산, 영산강, 영산포, 무등산, 해남, 진도, 팽목항 역시 투영됐다. 무등산 외에도 광주천과 도청분수대가 있고 위안부 할머니를 비롯해 5·18 항쟁의 정신적 지도자인 명노근 전 전남대 교수, 5·18광주항쟁의 마지막 수배자 윤한봉, 온 생애를 민주화투쟁으로 헌신한 김남주 시인, 막걸리에 홍어 한 접시하는 모습 등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져 있다.
전시에는 그동안 박근혜 정권에서 일어난 각종 적폐에 대해서 비판한 작품 10여점도 함께 출품했다 하니 한번쯤 가볼만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