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아시아 문화중심도시의 클래식 전용 홀

백홍승
광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2017년 04월 06일(목) 16:35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 광주의 대표적인 예술단체로는 역시 40년 전통의 광주시립교향악단을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음악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음향이다.

광주 지역 유일의 1000석 이상 연주홀인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의 음향 문제는 그동안 관람객들로부터 누누이 지적되어 왔던 부분이라 특별히 새롭지도 않은 이야기다.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은 클래식 연주회 때 만석 기준으로 잔향은 1.4초에 불과하다. 잔향이란, 실내 연주에서 나는 소리가 울리다가 그친 후에도 남아서 들리는 소리로, 실내 음향 효과를 내는데 중요한 요소다. 클래식 공연에 가장 적합하다고 보는 극장의 잔향은 2.2초 수준이다.

심지어 소극장의 잔향은 0.9초로서 다른 나라 연주자들이라면, “공연 못 한다”고 할 정도다.

지난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음향을 자랑하는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콘서트홀에서의 연주 경험이 있는 광주시향 단원들로부터는 광주문화예술회관 대·소극장 음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불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나라나 도시의 오케스트라 수준이 그곳의 문화예술 수준 전반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은 이미 보편적인 견해로 자리 잡았다.

이는 오케스트라단의 특징과 관련이 있다. 오케스트라는 단기간 내 질적 연주 수준의 향상을 꾀하기 어려운 분야다. 경제적·문화적·예술적 역량이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가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오케스트라단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각 단원들의 개인 연주 실력이 뛰어 난다 하더라도 이를 끌어주고 뒷 받침 해줄 인프라가 확립돼 있지 않는다면 전체적인 오케스트라단 수준 향상으로 이어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광주시향은 지난해 국내 최고 수준의 지휘자로서 명실 공히 거장의 반열에 있는 김홍재를 상임지휘자로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새로운 도약의 출발선에 서게 된 것이다.

김홍재 지휘자가 광주시장과의 취임 후 첫 면담에서 가장 먼저 클래식 전용 연주홀의 건립을 부탁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다. 클래식 전용 연주홀 하나가 생김으로서 지역 문화계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가까운 예로 얼마 전 대구에서 개관한 클래식 전용홀은 요즘 거의 대부분의 공연이 만석을 이루고 있으며 대구시향의 연주 수준에 만족하는 대구시민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사실은 대구시향의 수준이 급격하게 향상되었다기보다는 좋은 콘서트 전용홀이 생겼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음향이 제대로 관객들에게 전달되면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일 뿐이다.

광주시향은 지난해 일본 도쿄 공연에 이어 올해 오스트리아 ‘부르크너하우스’와 체코 프라하의 ‘스메타나 홀’에서의 유럽 투어 연주회를 추진 중이다. 이 공연장들도 유럽의 대표적인 클래식 전용홀이며 광주시향 단원들에게는 또 한번의 큰 자극과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제 드디어 광주시향이 창단된 지 만 40년 만에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를 마지막으로 완성 시킬 수 있도록 꼭 필요한 것이 바로 클래식 전용홀이다.

허구 헌 날 ‘예향’과 ‘문화 수도’를 자처하고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실상은 클래식 전용 연주홀 한곳조차 없는 우리지역의 이 불가사의한 현실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광주시향의 아름다운 연주를 올곧게 전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클래식 전용홀이 하루 빨리 문을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야말로 ‘예향’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나아가는 첫 발판이 될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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