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산책]숨 막히는 예술의 시대에서 숨 쉬는 예술의 시대로 한 희 원 |
| 2017년 05월 18일(목) 17: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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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세월호에 승선한 수 백명의 꽃다운 아이들의 참혹한 죽음에 대한 원인 규명은 몇 해가 지나도록 풀리지 않고 있으며 사회부처에 산적한 문제들은 얽히고설켜 있어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가야 할지 모르는 암담한 현실이 지속되니 그랬던 것 같다.
그 동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이 어느 소설이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충격적인 사건들로 점철돼 국민들은 하나 같이 숨죽이며 경직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인간의 존엄성은 상실되고 예술은 대중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몇 해 동안 문화의 선두 주자격인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창작의지는 보이지 않는 기운으로 의욕이 상실됐고 예술을 향유하던 대중들은 예술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됐다. 예술이 대중들에게 외면을 당했다가 다시 사랑을 받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문화나 예술처럼 인간의 정신적인 의식을 통해 일어나는 감성적인 일들은 원래대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예술작품이 탄생되는 시기는 그 시대의 문화와 정신적 사고가 급격히 변화할 때 주로 창작된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은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들여다보며 표현하는 능력이 있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가장 빛나는 작품일수록 변화무쌍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산물이라는 것을 우리는 작품을 통해 익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사회가 안정되고 평화가 지속되는 시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작품이 많이 나왔던 시기도 있었다.
시대가 오랫동안 안정되고 풍요로운 때는 자신의 깊은 내면에 침잔 돼 있는 세계까지 끌어올려 작품을 한다. 천년동안이나 지속된 중세를 지나 인간중심 사상인 르네상스의 변혁기에 들어섰을 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를 만날 수 있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고 새로운 미학과 반전운동을 주도 했던 마르셀 뒤샹을 중심으로 한 젊은 작가들의 활동이 이후 새로운 형식의 현대 미술의 세계로 연결되는 것을 보면 정신적인 황폐화의 시간은 역으로 보면 새로운 창조의 시간임이 분명하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교묘하게 옥죄었던 시간이 지났다. 숨 막혔던 예술의 시대에서 숨 쉬는 예술의 시대가 오고 있다.
T.S 엘리엇이 노래한 ‘황무지’에서 시인은 정신적 불모의 세계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외친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우네.
4월이 잔인한 것은 신록의 4월이 진정 잔인한 것이 아니라 여린 씨앗이 겨울의 언 땅(황폐화된 사회)을 뚫고 나오는 고통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2017년 5월이다. 영랑이 노래하던 찬란한 슬픔의 봄이 지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5월 영령들이 잠든 망월묘역에서 소리쳐 부를 수 있는 새로운 시대다. 이
제 멀어졌던 시가 다시 찾아오고 들에 핀 꽃들이 진정으로 아름답게 보일 때이다. 예술이 숨 쉬는 시대가 그립다. 움츠렸던 공연장과 미술관에 활기가 넘쳤으면 한다. 숨 막혔던 예술의 시대에서 숨 쉬는 예술의 시대로 걸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