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산책]내 사랑 ‘모드 루이스’ 그리고 에단 호크의 눈빛 한 희 원
광남일보@gwangnam.co.kr |
| 2017년 07월 20일(목) 16: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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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어느 공간’이 있다. 평상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그곳이 감정이 휘감기는 순간이면 불현 듯 찾아온다. 오랜만에 ‘어느 공간’으로 나를 밀어 넣었던 영화는 에이슬링 월쉬 감독이 만든 ‘내 사랑’이라는 작품이다. 전국 상영관이 200여 곳이 채 안 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관객이 2만 명을 넘어섰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자유롭고 순박하게 그림을 그렸던 캐나다 화가 모드 루이스(1903~1970)의 삶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는 캐나다 동부 대서양 연안 노바스코샤의 사계절을 짙은 유화 풍으로 담았다. 수많은 세월의 사연이 있는 것 같은 하늘과 들녘과 마을의 풍경 속에서 ‘사랑하며 행복했고 사랑만으로 생을 노래했던’ 남녀의 이야기는 주어진 일을 해결하느라 주위를 생각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살고 있는 내 가슴을 ‘아니야 아니야 천천히 사랑하며 걸어봐’ 라고 읊조리며 쓰다듬고 있었다.
황량하지만 절제된 화면 속에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는 화가인 주인공 ‘모드 루이스’ 역의 샐리 호킨스(41)와 비뚤어지고 거칠지만 속마음이 따뜻한 남자 ‘에버렛’역의 에단 호크(47)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모드 루이스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캐나다의 노바스코샤를 대표하는 민속화가로 캐나다의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화가이다. 어렸을 때부터 관절염을 앓아 거동이 불편하여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면서 어머니와 함께 크리스마스카드를 그리면서 그림을 만나게 된다.
모드의 그림이 화사하고 강렬하며 묘한 그리움을 주는 것은 그림을 처음 시작했던 카드 그림의 영향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릴 때 어머니가 죽고 숙모의 집에 있으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가난하고 거친 생선 장수 에버렛 루이스의 가정부로 가게 되면서 모드의 인생은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에버렛은 모드가 화가로서 재능이 있는 것을 알고 가정부일 대신 화가의 길을 걷게 한다.
모드의 그림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그녀의 그림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순박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모드는 그림을 그릴 때 물감을 파레트에 잘 섞지 않고 튜브를 그냥 짜서 캔버스에 칠하면서 그렸다고 한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타고난 그녀만의 영감으로 소박하게 그림을 그렸다. 그녀의 그림은 어느 날 길을 걷다 만난 눈부시게 아름다운 야생화를 보는 것 같은 아름다운 감동을 준다.
결코 거창한 시대적 사명이나 철학, 새로운 실험적인 미술세계 그리고 세련된 미술관의 전시 보다는 평생 노바스코샤의 작은 마을 낡은 집을 공방으로 꾸며 자신만의 진실한 소박성으로 온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던 모드, 그리고 그녀를 평생 사랑한 에버렛의 이야기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예술은 가장 가까운 곳에 스치고 지나고 있는 세상 속에 있다는 것을.
영화관을 나오는데 자꾸 에단 호크의 눈빛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모드의 그림을 보는 눈빛으로 ‘너는 너무 쓸데없이 욕망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느냐’ 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