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광주시향 거장 김홍재를 만나다

백 홍 승
광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17년 09월 14일(목) 18:07
세계적 명성의 오케스트라는 반드시 거장 급의 초일류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고 있다. 세계 3대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역대 수석 지휘자들의 네임 리스트는 그야말로 당대 최고 명성의 지휘자들이었음을 증명한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 마리스 얀손스, 리카르도 무티, 주빈 메타, 다니엘 바렌보임, 세이지 오자와 등등 그 면면은 최고로 화려하다.

그만큼 오케스트라의 발전을 위해서는 훌륭한 지휘자의 존재 자체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가까운 일본 오케스트라의 예를 들어보자. 국내외 평론가들에 의해 악단의 연주력이 이미 유럽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NHK교향악단이 있다. 앙드레 프레빈, 샤를 디튜와 등 거장들이 거쳐 간 수석지휘자에 지금은 ‘파보 예르비’ 라는 스타 지휘자를 영입함으로서 아시아 톱클래스 교향악단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데 이 ‘파보 예르비’를 영입하기 위해 무려 5년을 기다리면서 섭외를 해왔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이에 비해 그동안 지방 선거가 끝날 때마다 지역 권력층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시립교향악단 지휘자의 향방이 갈리고 말았던 국내 지방 교향악단 지휘자 선임에 따르는 문제들은 그동안 얼마나 낯부끄럽고 기가 막히는 일들이었는지 모른다. 2016년 광주시향은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새로운 상임 지휘자로 ‘거장’ 김홍재 선생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그 후로 유능한 지휘자가 광주시향에 끼친 긍정적인 효과는 실로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클래식 세계에서 오케스트라를 소개할 때는 누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인지가 매우 중요하고 이것은 곧 오케스트라의 브랜드를 의미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광주시향 단원들은 김홍재라는 훌륭한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존심이 서고 잘해보자는 동기 부여를 받고 있으며 아울러 대외적으로 광주시향 브랜드의 가치도 급격히 향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홍재 지휘자의 연주 레파토리는 400여 곡이다. 교향곡 스코어 책의 두께를 단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어마어마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양인지 알 것이며 국내에 이런 역량을 지닌 지휘자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실은 놀라운 일인 것이다.

필자가 다년간의 경험에 기초해 확실히 말 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실력도 있으면서 인격을 동시에 갖춘 지휘자를 만난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확률적 희박성에도 불구하고 광주시향은 운 좋게 김홍재 지휘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김홍재 지휘자는 특히 일본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들을 지휘해본 경험이 많으며 그 중에서도 동경 소재 프로오케스트라의 합주 능력은 대단히 우수한 편이다. 한가지 예를 들면 국내 지방 교향악단의 평균 수준인 광주시향 연주단원들을 데리고 연습과정과 공연들을 진행해가면서 김홍재 지휘자는 연주력이 떨어지는 일부 단원들에게 단 한 번도 모욕을 주거나 윽박지르는 것을 본적이 없다. 연주 단원들을 압박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모를 리가 없지만 그는 단원들의 인격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며 항상 입버릇처럼 음악 하는 사람들은 다 착하다고 되뇌인다. 단원들은 이 부분을 빨리 인식해야 한다. 김홍재 지휘자는 단원들의 자발적인 각성과 자기개발을 기대하고 있으며 기회를 주고 있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항상 조용하고 사색적인 성품에 인간적인 면이 두드러지는 그는 본인의 오케스트라가 낼 수 있는 최상의 사운드를 끄집어내기 위해서 적어도 지휘대 위에서만은 대단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변신한다. 특히 완벽한 바톤 테크닉에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관객들까지 모두 압도되는 듯 하며 그것은 때때로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의 임팩트가 있다. 이제 광주 시민들이 김홍재 지휘자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좋은 조건들을 제시했던 다른 오케스트라들의 러브콜을 모두 마다하고 광주를 선택해준 것에 대한 당연한 예의이기도 하다. 이제 지휘자 부분이 충족됐으니 앞으로 최고의 연주력을 가진 솔로 콘서트마스터(악장)도 필요하고 각 파트별로 수준급의 수석 단원들이 보강돼야 함은 말 할 것도 없는데 역시 예산문제와 더불어 인적자원을 발굴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도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그 언제인가 한국의 3대 교향악단으로 손꼽히게 되는 날에, 환상적인 광주시향의 소리를 기대하며 자랑스러워 할 날까지 우리 모두 조금 더 참고 기다리면서 격려하고 응원해주면 좋겠다. 그동안은 기약조차도 없이 41년을 무작정 기다리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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