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산책]변명 곽규호
광남일보@gwangnam.co.kr |
| 2017년 10월 19일(목) 1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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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수많은 도시들이 프린지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어서 광주가 또 하나의 프린지를 만드는 게 특별할 것은 없다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행사가 거듭되면서 여러 측면에서 달라지고 발전하는 모습을 봅니다. 청년, 청소년, 어린 아이들, 젊은 혹은 나이드신 부부, 외국인들까지 찾아옵니다. 관람객도 처음보다 늘고 있습니다.
굵직한 이벤트들도 많았어요. 페스티벌 사무국이 마련한 ACC프린지인터내셔널, 518분 인디뮤직 난장음악회, 아시아마임캠프 같은 행사들은 광주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여러 거리예술, 공연, 음악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5월에는 5·18 기념주간 행사로, 8월엔 월드뮤직페스티벌, 10월에는 충장축제로 무대의 주인공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민주광장, 금남로의 주인이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단체가 아니듯 프린지의 주인공도 계속 달라졌습니다. 앞으로도 학생독립운동기념행사, 촛불집회 같은 행사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외부의 의견과 조화하며 변화할 수 있다는 게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그런 가운데도 젊은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작품을 창작해 다양한 형식으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왔습니다. 길거리예술의 불모지라는 한계를 넘기 위해 광주프린지학교를 통해 기존 예술인들과 함께 새로운 장르에의 도전을 시도해왔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10월8일에 서울거리예술축제가 열리는 청계광장에 올해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임을 위한 몸짓’ 공연을 진행하고 왔습니다. 광주-서울 문화재단 간 교류 차원에서 서울 공연을 가진 겁니다. 결과는 예상 밖의 대성공. 바로 옆 주 무대에서 재즈 연주가 펼쳐지는 동안에도 관객들은 리허설 중인, 광주에서 온 히어로댄스 팀 주위로 몰려들었습니다. 20분가량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끝날 때쯤에는 1500명에 가까운 관객들이 무대 사방을 겹겹이 둘러싸고 관람하는 모습.
‘임을 위한 몸짓’은 경쾌한 80년대 디스코로 관객들의 주의를 끌어당긴 뒤, 1980년 5월을 재연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마무리할 때는 그 많은 관객들을 모두 숙연하게 했답니다.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짧은 공연을 마쳤습니다. 가슴이 조금 벅차오르는 느낌이었지요. 1,000만 서울시민이 몰려드는 세종로, 청계광장 같은 곳에서 ‘광주 이야기’가 통하더란 말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광주를 예술로 형상화한다면, 그것이 더 활성화된다면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의 방향으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도 생겼습니다.
광주프린지페스티벌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지난해 첫 발을 내딛었으니 고칠 것, 잘못된 것, 배울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아직은 대표작품이라고 할만한 유명 작품도 없지요. 참가 작품들의 수준도 끌어올려야겠고, 자발적으로 무대를 요구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부족하다고, 잘못한다고, 그만두라고 하는 말들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이름이 비슷하다고 5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에딘버러와 비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풍선마술사나 마임이스트 등 공연자들에게 천원짜리 지폐를 넣어주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에서 광주프린지페스티벌 찾아와 공연해주는 거리예술가(버스커)들이 늘고 있습니다. 작은 희망, 작은 가능성입니다. 광주는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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