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칼럼]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황미용 한국콘텐츠진흥원 평가위원

광남일보@gwangnam.co.kr
2017년 10월 29일(일) 16:46
황미용 한국콘텐츠진흥원 평가위원
우리 사회는 1960년대 이래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국가와 사회적 역량을 이에 집중해 질주해왔다.

그 결과 짧은 시간에 경제적으로는 최빈국에서 OECD 회원국까지 가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성장 위주의 부작용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의 논리가 개인을 무한 경쟁과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내몰게 되며 부의 축적과 경제 성장을 향해 내 달리게 만든다.

개인은 자본주의 성장의 도구로 전락해 자본의 논리에 무력하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가정과 학교, 사회는 우리들을 성적 제일주의, 무한경쟁과 실적 중심으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성공해서 부와 명예를 얻고자 하는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나이 든 어르신은 물신주의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쓸모없고 무기력한 존재, 혹은 세대 간 갈등의 원흉으로 보기까지 한다.

이제 노인의 삶의 지혜는 유효기간이 지난 폐기처분 할 것쯤으로 취급한다. 정말 그럴까?

‘인생의 성공과 행복에 관한 수 많은 정보들과 강연의 홍수 속에서, 왜 우리는 여전히 불행한가?’라는 의문에 관한 답을 얻기 위해 5년에 걸쳐 1000명이 넘는 70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사회과학적 도구들을 사용한 실험이 진행됐다.

8만년의 삶, 5만년의 직장생활, 3만년의 결혼생활이라는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신뢰성이 있는 인생의 지혜를 제시했다.

이 연구는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란 책으로 출판돼 미국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바가 있다.

이 책은 인생의 현자를 노인으로 보고 그들의 경험과 인생의 경륜에서 얻은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한비자의 세림편에 ‘노마지지(老馬之智)’란 말이 있다.

제(齊)나라와 고죽(孤竹)국간의 전쟁 당시 제나라의 환공과 관중이 지휘하는 군대가 혹한 속에서 후퇴하다가 길을 잃어버렸다.

식량도 떨어져 난감하던 차에 전쟁경험이 많은 늙은 말을 사흘을 굶겨 풀어놓았다.

늙은 말의 귀소본능을 이용해 무사히 회군했다 하여 ‘늙은 말의 지혜’라 전해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인생 선배들의 지혜를 배우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경험에 의해 축적된 지혜가 난관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인생이란 여정 속에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생애주기에 따라, 인생의 갈림길에서, 급박하게 변화된 사회 환경 속에서 어떤 판단이 옳은 것인지 모를 때가 많아 혼란스럽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의 삶의 선택과 결정에 머뭇거리기 일쑤이다.

인생 선배의 지혜와 응원, 그리고 위로가 필요하다.

누구나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린 세대에게 세상과 더불어 조화롭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아니 어른들마저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인생선배가 새내기 세대에게 삶의 지혜가 담긴 멘토가 되어주고, 이러한 응원과 지지, 삶의 지혜 덕분에 한 단계 성장한 멘티는 또 다른 또래 멘티에게 또래 멘토가 돼 줘야하지 않을까?

생태계를 보면 유기체 간의 상호작용이 끊임없이 이뤄진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순환하며, 복원하는 자생력이 있다. 지역 공동체를 생태계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우리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 영역의 소양을 배우고, 세상살이의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운다.

나아가 더 성장하기 위해 세대 간의 순환이 이뤄진다.

이 과정의 순환이 순조롭게 이뤄질 때 지역공동체의 복원력도 회복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삶의 우선순위와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 외에 삶에서 배우는 지혜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리스의 격언에 ‘집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리라’는 말이 있다.

인생 선배의 삶의 지혜가 얼마나 중한지를 잘 보여 주는 말이다.

이제 도움이 필요한 인생 후배에게 멘토가 되어주고,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 등 토닥거려줄 인생 멘토를 찾아봄이 어떨까.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wangnam.co.kr/article.php?aid=1509263208269931000
프린트 시간 : 2025년 09월 12일 02:0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