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가보셨나요 김만선 아시아문화중심도시지원포럼 위원
광남일보 @gwangnam.co.kr |
2018년 01월 10일(수) 17:48 |
질문은 대부분 첫 단계를 넘어가지 못했다. 잔뜩 기대를 갖고 다음 질문을 준비했다가 ‘없다’는 짧은 대답이 오면 물색없이 고개만 끄덕이곤 했던 것이다.
객쩍은 생각에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한지 2년이 넘었는데 한 번도 갈 생각을 못했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한결 같았다. “시간이 없다”거나 “먹고 살기 바빠서”라는 것이다. 물론 “관심이 없다”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워서”라는 대답도 있지만 각각의 이유를 들여다보면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쁘고 경제적 형편이 안돼 아직까지 문화전당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무료 공연이나 행사도 적지 않다’거나 ‘쉽게 볼 수 없는 좋은 프로그램이 많다’는 말은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바쁘고 경제적 형편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 역시 그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무려 170%(2015년 기준)에 달해 삶의 질을 크게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데, 문화비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 학비나 생계비를 벌충하는 게 현실인 셈이다.
가계부채 비율이 증명하듯 많은 사람들이 갈수록 살기 힘들다고 한다. 아이들은 커가고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데 지갑은 되레 얇아지고 사업은 내일을 장담하기 힘들다고 한다. 어느 중소기업 대표는 “그러께는 그 전 해만 못하더니 지난해는 다시 그러께만도 못해서 사업장 규모를 축소하고 직원을 줄여도 해법이 모색되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에게 문화전당이란 남의 이야기이고, 접근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대상일지도 모른다.
결국 ‘광주시민이니만큼 꼭 한 번이라도 온 가족이 시간을 내 들러보면 볼거리도 많고 느끼는 점도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로 어설픈 아퀴를 짓지만 아직까지는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물론 이는 지역에서 문화예술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이들이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두 말할 필요 없이 문화도시 광주의 주인은 광주시민이다.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체로 나서는 게 너무도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의 체감지수는 높지 못하다. 찾아가는 문화 이벤트나 초청 프로그램을 마련해도 일회성에 그치기 쉬운 데다 대상의 선택이나 소통에도 한계가 있다. 문화가 우리 몸에 배어 있어서 언제 어디서든 발현되고 외지인들도 자연스럽게 젖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예향’ 광주시민에게 문화예술은 결코 낯선 양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크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많은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적절한 동기부여와 인프라 등이 구축된다면 광주는 시민들의 참여 열기 속에서 진정한 문화도시로 자리매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지난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선언했고, 지자체도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새 정부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과 눈높이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지만 ‘광주발전’이라는 큰 그림에서 접근한다면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자양분은 바로 촛불의 힘이다.그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식을 줄 모르고 저마다 뜨겁게 불타올랐던 가슴들이 중심에 있는 한 끊임없이 두드리다 보면 목표를 향한 노둣돌은 하나 둘 놓일 것으로 믿는다.
2018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