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자아 찾기 여정과 메타 영상의 유장함 정우용 영상예술 ‘나의 주인공으로 부터’를 중심으로
광남일보@gwangnam.co.kr |
2021년 01월 06일(수) 18: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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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국립순천대 명예교수 |
길은 잃어버린 나를 불러내고 꿈을 동경하는 너를 만나게 한다. 잃어버린 나의 정체와 추억 찾기 전략, 이를 향한 메타 사운드 풍경 기호가 빛을 발한다. 달리는 자동차 차창 밖 눈 오는 밤 풍경, 어둠 속에서 펼쳐진 붉고 파란 색조의 빛, 그 흐릿함이 몽상 이미지로 다가와 상상력을 건드린다.
몽상, 그 희미함이 어느 가난한 교회의 성탄 풍경으로 뒤바뀐다. 소외자, 노숙자들을 품는 자들, 그들을 향한 위로의 찬양, 반응도 없고 감동도 없는 듯 보이지만 찬양과 위로는 그칠 줄 모른다. 갑자기 유년기 시절 가족 흑백 사진이 끼어든다. 추억 속의 보고픈 인물 어머니, 그녀 옆에 무언가를 강렬히 갈구하는 아기 소년과 정갈한 누이들이 있다.
내 정체를 찾아가는 여정, 저 무표정은 무엇 때문일까. 저 강렬한 소년의 눈빛은 무얼 찾으려는 걸까. 영상은 줄곧 의도적 빈 틈새와 건너뛰기 구성으로 관심과 호기심을 유도한다. 막내둥이 작가의 개인 가족관계사, 흑백 사진 구도 속 인물의 심리가 성탄 무표정 노숙자들의 심리로 전이 확장된다. 저 노숙자들을 품어가는 한 아낙의 모습이 흑백 사진 속 어머니와 오버랩 된다. 가난한 시절 들었던 교회 종소리가 이들의 빈 틈새, 그 사이를 메꾸어가도록 상상과 추리를 건드리기 시작한다.
고단함 속에서 좌절의 극점에서 내게 찾아온 성탄의 종소리, 나와 누이들을 품고 따스함의 그리스도 여정을 걸어오신 우리 어머니, 그 어머니는 떠났지만 그리움은 종소리 울림으로 다가와 나를 깨운다.
가족 흑백 영상은 또 다시 허름한 교회 성탄 영상 풍경과 교차한다. 삶의 한계선 밖으로 내팽개쳐진 노숙자들, 그들을 향해 기꺼이 손 내밀어주는 자들, 초라한 옷차림의 아낙이 어린 아들을 한 팔에 안은 채 두 딸과 더불어 찬송과 위로의 춤을 춘다. 그 춤은 화려하지도 정교하지도 않다. 가식도 없고 꾸밈도 없다. 엄마 품에 안긴 어린 아들, 나의 어머니 품에서 누렸던 평온함과 안식, 그 추억 찾기와 꿈 찾기 열망이 하나로 합쳐지며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좋은 예술작품은 그 안에 숨겨 놓은 비밀의 복선 보물이 많다. 칠흑 어둠의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자, 눈발 휘날리는 밤풍경과 음산한 색조의 사운드는 방황과 상실로 얼룩진 지난 옛 젊은 시절의 초상을 상기시킨다.
교회 종소리가 내게 다가와 어그러지고 찌든 내 마음을 뒤 흔든다. 생명을 누리지 못한 내 영과 혼을 찌른다. 편안한 찬양 사운드와 날카로운 종소리, 그 대조 교차가 반복된다. 왜 저럴까, 작품은 관객에게 편안한 구경꾼 자세를 허용치 않는다. 이 영상예술작품은 위로자의 선율로, 교회 종소리 울림 언어로 그리고 무언의 흑백 사진언어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두 사운드의 중첩은 공명과 되살림의 심미 세계를 자연스레 유도한다. 그 공명과 진동은 작가 개인사의 울림으로 머무르지 않고 관객 모두의 추억 떠올리기로 전이 확장된다. 잃어버린 내 정체 찾아가기 여정, 이를 향한 창의적인 메타 미장센 영상 기호 운용과 그 반복 전략으로 너와 나의 상상과 사유 우주를 확장시켜 나갔음은 정우용 영상예술 ‘나의 주인공으로부터’의 최대 품격이자 주요 미덕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