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미술관 15년의 기록…행복한 동행의 시간 새기다

곽형수 고흥 남포미술관 관장, 백서와 회고록 동시 출간
2005년 개관 이후 전시 등 열며 문화소외 극복 발자취 ‘한눈에’
성찰 의미로 발간…지역특성 살린 미술관 자리매김 여정 수록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1년 06월 30일(수) 18:09
미술관 백서와 회고록을 동시에 펴낸 곽형수 관장
시골미술관장이 일을 냈다. 농촌에서 정착하기 어렵기로 유명한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그 일상을 낱낱이 기록한 저작물을 펴내서다. 나름 그럴싸한 미술관 백서와 미술인으로서의 삶을 되돌아보는 회고록이 그것이다. 주인공은 폐교된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15년째 미술관을 운영중인 곽형수(71) 남포미술관 관장. 곽 관장은 자신의 고향인 전남 고흥군 영남면 소재의 폐교된 영남중학교를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켜 2005년부터 15년째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견인하면서 주민들에게 문화 사랑방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기꺼이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일상의 기록들에는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곽 관장의 꾸밈없고 솔직한 문장들과 사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회고록 표지
남포미술관 개관 15주년 백서인 ‘척박한 땅에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다’(시와사람 刊)에는 전라남도 등록 제1호 미술관으로서 4개의 전시실과 공연장, 창작교육실, 야외정원으로 구성돼 운영돼온 발자취가 오롯이 정리돼 소개되고 있다. 곽 관장이 이처럼 고향에 머물며 문화예술운동을 벌여온데는 그의 부친의 짙은 그늘이 영향을 미쳤다. 여수에서 수산업으로 큰 성공을 이룬 남포 곽귀동 선생이 전 재산을 쾌척해 1967년 학교법인 팔영학원 점암중학교를 설립한 당사자다. 고흥군 점암면이 영남면과 분면이 되면서 영남면 구역에 있던 점암중은 영남중으로 교명이 변경됐다. 그후 인구가 급감하면서 2003년 2월 학교법인이 해산되고 36회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곽 관장은 페교된 텅빈 교사와 운동장, 교정에 세워진 부친의 공덕비를 보며 고향을 떠날 수 없었다. 곽 관장은 생각했다. 부친이 첩첩산중에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육영사업을 펼쳤다면, 자신은 문화적 소외를 겪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하겠다는 결심이 미술관 개관으로 이어졌다.

전남 고흥 남포미술관 전경
이렇게 해서 출발한 남포미술관은 15년의 시간을 펼쳐오면서 생활 친화적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았고, 팔영산 자락 아래 수려한 자연의 품에서 지역 주민 뿐만 아니라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남도 예맥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백서는 이런 남포미술관의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곽 관장의 발간사를 비롯해 축사에는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발간을 축하하며’와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의 ‘육영(育英)에 문화를 입힌, 대를 이은 고향 사랑’, 백인규 남포미술관 후원회장(의료법인 장호의료재단 녹동현대병원 대표원장)의 ‘의술과 예술 사이’, 소록도 남생리 주민인 강창석 한하운문학연구소장의 ‘소록도와 세상과의 징검다리를 놓다’가 백서 서문을 열고 있다.

초등학생 대상 ‘문화가 있는 날’ 행사 모습
백서의 본 내용은 ‘미술관 소개’, ‘전시’, ‘교육’, ‘미술관 음악회’, ‘소록도, 그 아름다운 동행’,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미술관’, ‘찾아가는 미술관’ 등 총 7장으로 구성됐다. 325쪽 분량으로 글과 미술관 소사를 한꺼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컬러 사진이 수록됐다.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은 축사를 통해 “학교 경영 당시 미술교사들과 스케치하러 다니며 서양화에 입문했던 곽 관장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고미술품과 자신이 평소 수집했던 작품들을 기본으로 미술관 계획을 설립했다. 미술관 설립은 무모했지만 선친의 꿈이 아들의 또 다른 도전으로 대물림된 일종의 혁신이었고, 발상의 대전환이었던 셈이다”고 언급했다.

‘미술관은 즐거운 놀이터’ 행사 모습
이어 ‘무모했던 꿈 열정과 도전으로 이루다’(에코미디어 刊)라는 타이틀로 펴낸 회고록은 고희를 맞은 곽 관장이 미술관과 함께 해온 삶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회고록은 ‘사립중학교에서 사립미술관으로 변신’, ‘전시와 공연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 ‘특별하고 이색적인 기획전시’, ‘찾아가는 미술관’, ‘소록도에 예술나무를 심어 가꾸다’, ‘동행과 희망의 남포미술관’ 등 제6장으로 구성됐다.

백서 표지
김찬동 전 수원시립미술관 관장은 축간사를 통해 “온 가족이 미술관 운영에 전념하고 있다. 미술관 전문성을 위해 환갑을 넘긴 나이에 예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사재를 털어 미술관을 지켜내고 있다. 미술관 운영을 천직의 소임으로 생각하고 있다. 곽 관장은 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해 문화복지 실천을 언급한 바 있다”면서 “시골미술관의 열악함에도 지역특성을 살린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밝혔다.

곽형수 관장은 “시골의 조그만 미술관의 15년 기록이다. 그 15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시골에 인원도 없는데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이번 백서가 공유돼 전국박물관이나 미술관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백서는 제 과거를 성찰하자는 의미다.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보여주고, 이것을 밑거름으로 미술관 운영자로서 튼실한 생활의 단초가 되고, 늘 참신한 문화적 사유가 형성되는 배경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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