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초대석]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원자력은 가장 우수한 무탄소에너지원"

발전 시 이산화탄소 발생 無…‘친원전’ 세계적 추세
국내 기술력, 세계 최고…UAE 바라카 등 수출 ‘성과’
"정쟁 도구 전락…정치색 지우고 산업 활성화 매진을"

이산하 기자 goback@gwangnam.co.kr
2024년 07월 15일(월) 19:07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가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과 무탄소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무탄소에너지로의 전환은 세계적인 추세다.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자는 RE100 등 관련 캠페인도 붐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원자력은 무탄소에너지원으로서 세계 각국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 각국이 원자력을 기반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열을 올리며 관련 시설을 확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안전성’이란 벽에 막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원자력발전소 인근의 주민들은 환경 문제로 불안해 하고 있다. 원전의 안전성은 기술력이 기반이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기술은 세계 최고를 경쟁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주민들의 우려와 달리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게 원자력 산업계의 의견이다. 이에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과 무탄소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 광주·전남지역에 위치한 한빛원전에 대해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로부터 자세히 들어본다.



-국내 원전의 기술력에 대해 평가한다면.

△우리나라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다.

원자력 불모지에서 1978년 고리 1호기를 준공해 지난 40년이 훌쩍 지났는데, 반세기 가까이 국내 에너지의 핵심적인 중추역할을 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우리나라는 UAE, 이집트 등 해외 원전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 중이다.

이는 설계부터 제조, 운영 등 각각의 필요한 사업 분야에 공급망을 완벽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자력 산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우며, 이를 바탕으로 3년마다 2기의 원전을 건설하는 경험을 쌓기도 하는 등 원자력 기술이 전 세계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어려운 시기에도 꾸준히 원전을 지어오면서 1980년대는 핵 원료 자립에 집중했고, 이후에는 한국표준형 원전 OPR1000을 개발, 원전 기술 자립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OPR1000을 대폭 개선한 APR1400 개발에도 성공했다.

APR1400은 설비용량을 1000MW에서 1400MW로 향상한 것으로, 안전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운영허가 기간도 40년에서 60년으로 늘게 됐다.

APR+도 개발했는데, 1기당 설비용량 1500MW로, 연간 11TWh 가량의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기술력과 안전성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와 유럽사업자협회로부터 인정받아 유럽으로의 원전 수출이 가능해졌다.



-우리나라가 해외 원전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

△우리나라의 원전 해외 수출에는 팀 코리아가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팀 코리아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 기업의 역량을 결집해 연구·개발부터 설계와 생산, 핵연료 제조, 장비 공급, 건설,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모든 단계에 대해 견고한 공급망을 구축했다.

이러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 덕분에 UAE 사업 수주로 국내 최초 원전 수출이자 세계 최초 원전 4호기 수출을 기록했으며, 엘다바 원전 2차측 건설사업과 같은 원전 분야 대규모 수출을 성공할 수 있었다.



-UAE 사업 수주가 국내 최초 원전 수출이자 세계 최초 원전 4호기 수출이라고 했는데, 자세한 설명 부탁 드린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적인 원전 선진국을 제치고 UAE 바라카 지역에 최신 원전 APR1400 4기를 건설하는 수주에 성공했다.

바라카 원전은 사막 한가운데에 원전을 건설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었는데, 적기에 준공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력과 관리능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원전 사업을 수주해서 예산에 따른 공기를 맞춘 유일한 케이스다.

그만큼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한 것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것과 함께 인허가 과정까지 많은 경험들이 바탕이 돼 이 같은 결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바라카 4호기가 상업운전에 돌입, 바라카 1, 2, 3, 4호기 모두 상업운전을 하게 돼 성공적으로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었다. UAE 정부는 이에 대한 감사로 고액권인 1000디르함(약 37만원) 지폐에 바라카 원전의 전경을 새겨넣기도 했다.



-UAE 외에도 원전 수출을 했거나 수출을 추진 중인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또 다른 사례로는 루마니아가 있다. 우리나라는 2023년 6월에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의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삼중수소제거설비는 중수로 원전 가동 시 발생하는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를 포집해 외부 방출을 최소화하면서 방사성 폐기물의 양을 크게 줄여주는 설비다.

이번 수주는 설계, 시공, 시운전을 포함해 총 2600억원 규모로 중수로 원전 설비 최초의 해외 수주로써 해외 중수로 원전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체코도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수출을 추진하는 곳이다.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은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200MW 이하 원전 최대 4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며, 현재 우리나라와 EDF(프랑스 전력청)가 최종 입찰서를 제출했다. 체코는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원자력 산업의 흐름 짚어본다면.

△대형원전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와 프랑스가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경쟁하는 구도다.

미국은 원자력 주도권을 잡으려고 SMR(소형모듈원전)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도 원전 산업을 확장해 가고 있는데,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 기준 서해를 따라 매년 5~10기를 건설 중이다. 2030년이 정도가 되면 미국보다 원전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원전 산업계는 이 부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력은 한참 앞서지만 중국의 물량 공세가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원자력 산업이 정부에서 민간 주도로 변모할 것이다.

현재 SMR에도 대기업들이 뛰어든 상황이다. AI 데이터 센터, 시스템 반도체, 연료 전지 등 모두 전기가 들어간다. 산업 자체도 전기화돼 있는 산업으로 바뀌는 추세라 전력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빈국인데, 원자력은 준국산에너지라 이야기한다. ‘두뇌’로 만들어낸 에너지로, 탄소중립을 달성과 국내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이 필수인 만큼 무탄소에너지원의 주력을 원자력이 담당하고 재생에너지가 받쳐줘야 한다.



-무탄소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전 세계적으로 큰 화두는 탄소중립이다. 2050년까지 전통적 에너지원인 탄소에서 벗어나는 것이 골자인데, 이를 위한 민간 차원의 캠페인 RE100과 일주일 내내 전력의 100%를 무탄소에너지원으로 공급받아 사용하는 CF100이 활성화하고 있다.

여기에 맞춰 원자력 에너지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원자력 발전소는 발전하는 동안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일본과 미국, 유럽이 있다.

일본 정부는 원전의 계속운전, 확대 등 친원전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미국도 바이든 행정부, 공화당·민주당이 혼연일체가 돼 원자력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고, 정부의 많은 예산을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투입 중이다.

유럽은 일본 후쿠시마 중대사고가 있었음에도 LNG나 태양광, 풍력으로 에너지를 수급하는 게 만만치 않아 원자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풍력에너지로의 전환을 하려다 여의치 않아 원전 16기 증설하려고 계획을 짜고 있다.



-광주·전남의 유일한 원자력발전소로 한빛본부가 있는데, 요즘 중요한 이슈는.

△현재 한빛본부에는 원전 6기가 있는데, 모두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 일어났다. 6기가 모두 가동되는 것은 드문 상황으로, 7년 만에 연출된 것이다.

한빛본부는 총 발전량 216억kwh로 국내 전체 전력량의 9%를 차지하는 중요한 국가기반시설로서 철저한 안전운영으로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전은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영광군의 연간 지방세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발전량에 비례해 지방세(지역자원시설세)와 지원사업 규모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발전량 1kwh당 1.5원이 지역자원시설세, 기본지원사업, 사업자지원사업의 형태로 지역사회에 돌아간다. 한빛원전에서 발생한 전기로 현재까지 약 1조원이 원전 주변 지역 발전에 사용됐다.

아울러 한빛본부의 또 다른 이슈로는 한빛 1·2호기 계속운전과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확보가 있다.



-현재 지역에서는 한빛 1·2호기 계속운전에 대해 관심과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한빛 1·2호기는 각각 2025년과 2026년에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돼 운영허가 기간을 10년 연장해 운전할 수 있도록 계속운전을 추진 중이다.

계속운전은 운영허가 기한에 도달한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안전성을 평가하고 법적 요건을 모두 만족한 경우 운영변경허가를 받아 운전을 계속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얘기하자면 계속운전은 자동차 운전면허와 같아서 원전을 새로 건설한 후 운영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건이 신규 운전면허를 발급받는 것이라면, 운영변경허가를 받은 계속운전은 무사고 모범운전으로 신체검사를 받아 갱신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원자력발전소의 계속운전은 환경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에서 불가피하다.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서는 탄소배출이 없으면서 안정적으로 대용량의 에너지 수급이 가능한 에너지원이 요구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설계수명이 지난 원자력발전소의 폐로는 기존의 전력 수요량을 충족시킬 새로운 발전소를 필요로 하며, 이에 화석연료 발전소의 증설로 인한 환경적 부담을 고려했을 때 기존 원자력발전소의 계속운전이 최선의 대안인 셈이다.

더욱이 원자력발전소의 계속운전은 경제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원전 설비를 다시 활용함으로써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다. 신규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부지와 지역 수용성 확보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며, 타 발전원 전력 대체 기간 동안 생기는 전력 수급 공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빛 1·2호기는 오래된 발전소라고 할 수 있는데,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반대가 있다.

△계속운전이 ‘수명이 다한’ 또는 ‘노후한’ 발전소로 오래된 설비를 계속 사용하여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는 기우다.

계속운전 대상인 원자력발전소는 최신 운전 경험과 연구 결과를 반영한 강화된 안전성 평가를 거치며, 이를 통해 발전소 건전성이 검증된 원자력발전소만이 계속운전을 시행한다.

원자력발전소의 기계설비는 원자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설비가 교체 가능하며, 성능과 기능에 문제가 예상되는 부품과 설비는 사전 교체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한다.

또한 교체가 필요 없는 설비에 대해서도 시간에 따라 기계적 성질이 약화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안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를 예로 들어보면 현재 운영기한이 도달한 원전 252기 중 233기(92%)가 계속운전이 승인됐으며, 운영기한이 만료된 252기의 원전 중 177기(70%)가 계속운전 수행 중이다.

한빛 1·2호기는 현재 안전성평가서 제출 및 심사 중이며, 운영변경허가 신청을 위한 주민 의견 수렴의 과정에 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에 대한 이슈도 있는데.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하는데 이를 핵연료라고 한다. 즉 발전소를 운전하고 나면 나오는 것이 사용후핵연료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를 위한 고준위방폐장 즉, 영구처분시설이 없다.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반영한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 산정 용역 결과 한빛본부는 2030년이면 포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포화 시까지 저장시설이 확보되지 않으면 더 이상 발전소를 운전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영구처분시설의 건설이 꼭 필요다. 이를 위해 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

또한 영구처분시설이 지어지기 전까지는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해 저장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은 원자력안전법 상 원자로 관계시설에 해당하므로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인허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즉,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없이 현행법에 근거해 추진이 가능하다.

현재 한빛본부 내 건식저장시설 예정부지를 선정했고, 저장용기 및 건물 설계사도 선정해 설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전 세계 33개 원전운영국가 중 24개국이 건식 저장방식을 채택 건설·운영 중에 있다.



-국내 원전 산업계와 지역민에 한 말씀 부탁 드린다.

△한빛 원전은 부지 내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것을 신청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신청을 하게 되면 인허가 3~4년,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안전성 검사와 건설까지 과정이 매우 촉박하다. 영광 원자력발전소를 멈춰 세워야 하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는데, 국가적·경제적으로 큰 손실이다.

특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21대 국회에서 나왔다. 여야가 합의를 했는데, 정치적 이슈 때문에 국회가 열리지 않아 자동 폐기가 됐다.

때문에 22대 국회에서 이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원전에 대한 전주기 관리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원자력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산업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한 것인데, 단적으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원전 정책이 뒤바뀌면서 업계에서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국민 안전을 위한 법 제정이 정체돼 있는 셈이다.

때문에 정치적 도구로 더 이상 원자력이 이용되지 않길 바란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긴 호흡이 필요하다. 국민을 위해 필요한 법 제정도 공들여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법 제정을 위해 정치색을 지우고 국민과의 약속을 하루 빨리 앞당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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