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려장 ‘고독사’ 대책 마련 절실

김상훈 뉴미디어문화본부장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2024년 10월 20일(일) 18:09
김상훈 뉴미디어문화본부장
[김상훈의 세상읽기] #1

옛날 한 남자가 늙고 쇠약한 자신의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모셔간 다음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산에 버려 두고 집으로 내려간다.

뒤따라온 아들은 아버지가 산에 버리고 간 지게를 챙겨 따라 내려간다.

남자는 아들에게 “고려장은 다 끝났는데 그 지게는 왜 가져오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들은 “집에 뒀다 아버지도 나이가 들면 이 지게에 지고 가서 산에 모셔 드려야죠”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남자는 크게 뉘우치며 다시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와 지극 정성으로 봉양했다고 한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설화에 나온 고려장은 고려시대, 늙고 쇠약한 부모를 산에다 버렸다고 하는 장례 풍습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의 전래동화책에도 이같은 설화가 등장한다.

하지만 고려장은 어떤 역사적 기록도 전혀 없는 실존하지 않는 장례풍습이다. 노부모를 제대로 공양하지 않으면 불효 죄로 매우 엄격히 처벌했던 고려시대의 윤리의식과도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다. 불교경전과 중국의 효자전에 나오는 이같은 내용의 일화가 조선에 들어와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현지화돼 전국에 퍼진 것으로 보인다. 단지 효를 강조하기 위한 구전설화에 불과하다는 게 국내 사학계의 정설이다.

어쨌든 오늘날에도 늙고 쇠약한 부모를 낯선 곳에 유기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로 고려장이란 단어가 종종 뉴스나 언론에 등장한다



#2

현대판 고려장으로 비유되는 고독사는 가족, 친척, 친구, 지인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으로 규정돼 있다.

이 고독사는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 거품경제의 붕괴로 이어진 소위 ‘잃어버린 20년’ 이후 나홀로 죽음이 급증하면서 생긴 신조어다. 일본은 세계적인 고독사 대국으로, 수십 년 간의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독신자와 비혼자, 무연고자가 급증한데다 2006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등 경제·사회적 영향으로 고독사가 점차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핵가족화로 인한 개인주의 문화확산, 1998년 IMF 경제위기 등 장기간 경제 침체 등으로 인간관계 단절이 심화되면서 2000년대 이후 독신자, 이혼, 독거노인, 실직자, 구직포기자가 증가해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원래 명확한 정의조차 없는 신조어에 머물렀던 고독사는 2021년 4월부터 관련 법령이 제정 시행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3

보건복지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2년간 고독사 발생 현황과 특징을 조사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고독사가 한해 3600여명에 달하고, 이들의 절반 이상은 50∼60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들 남성들은 은퇴후 사회와 단절된 채 사별이나 이혼, 고질적인 만성질환 등을 앓으며 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중 20대 사망자의 경우 60% 가까이가 자살 고독사였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고독사 사망자 수도 2021년 3378명 2022년 3559명, 지난해 3661명으로 계속 늘고 있고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사망자 수는 1.04명이었다고 한다.

특히 이들 고독사 대부분이 외로움과 관련이 매우 깊다고 한다. 외로움을 심하게 느끼면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져 건강 관리에 소홀해지며, 외로움을 잊으려고 술과 담배를 과도하게 하다가 건강이 더 나빠져 심장 발작 등으로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 119에 신고를 해 줄 동거인이 있으면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질 수 있지만, 동거인이 없으면 오랜 기간 방치돼 상태가 나빠지거나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년이면 우리나라는 노령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하는 초고령화시대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이같은 고독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제라도 나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를 줄이기 위한 정부차원의 다각적인 사회안정망 구축 등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김상훈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29415378490233000
프린트 시간 : 2025년 03월 10일 18: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