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균수 칼럼/ 노벨문학상 그리고 한강 주필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
2024년 10월 27일(일) 1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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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The Nobel Prize in Literature)은 노벨상의 한 분야이다. 스웨덴 과학자이자 사업가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큰 돈을 번 노벨은 1896년 12월 숨을 거두기 전 유명한 유언장을 남겼다. 유언장은 “내 재산에서 생기는 이자로 해마다 물리학, 화학, 생리학 및 의학, 문학, 평화의 다섯 부문에 걸쳐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눈에 띄게 기여를 한 분께 상을 주라”는 내용이다.
세계 평화와 과학의 발달을 염원해 오던 그의 유언에 따라 그의 유산은 스웨덴 과학 아카데미에 기부됐다. 그 기부금으로 1901년부터 노벨상 제도를 신설했다.
이 상은 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경제학·평화의 6개 부문으로 나눠 국적 및 성별에 관계없이 그 부문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긴 공로자에게 매년 수여하고 있다.
여기서 ‘기여를 한 분께’라는 표현대로 노벨문학상은 특정한 작품에 수여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대상으로 하며 그 작품들을 쓴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운데에는 문학자가 아닌 역사학자인 테오도어 몸젠이나 철학자인 베르그송과 버트런드 러셀이 받은 적도 있다. 이는 ‘문학’이라는 단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따라오는 일반적인 오해이다.
Literature가 문학에만 국한된 단어가 아닌, 어원이 라틴어 Litera(문자, 글자)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쓰는 행위’ 일반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세기 중반부터는 대개 문학가에 국한해 수여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가운데 가장 수상자가 많이 나온 언어는 2019년 기준으로 28명이 해당하는 영어다. 국적으로는 프랑스가 16명으로 가장 많으며 언어로 따져도 프랑스어는 14명을 배출해 똑같이 14명을 배출한 독일어와 함께 영어 다음이다.
지역적으로는 유럽에서 시작된 상이다 보니 유럽을 상당히 우대한다. 올해 기준 121명의 수상자 중에서 91명이 유럽 작가이다. 그러다 보니 노벨문학상을 심사하는 스웨덴 한림원 위원들이 유럽권 작가들을 암암리에 밀어주는 경향을 보인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스웨덴어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으로 7명이나 받았다. 그리고 유럽인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와 심지어 인구 37만 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까지 하나씩 가져갔다.
2009년 스웨덴 한림원에서도 이 문제점을 의식했는지, 종신 서기 페테르 엥룬드가 “유럽의 전통에서 쓰인 문학에 더 쉽게 관련을 갖는 경향이 있다. 심사위원단이 이를 인식하고 너무 유럽에 편중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벨상 상금은 1100만 스웨덴 크로나(한화 약 14억원)이다. 노벨상 상금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소득세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은 ‘노벨상 또는 외국 정부·국제기관·국제단체, 기타 외국의 단체나 기금으로부터 받는 상의 수상자가 받는 상금과 부상은 비과세 대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얼굴 그림도 화제다.
노벨위원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수상자 한강의 초상화는 스웨덴 출신의 화가 니클라스 엘메헤드가 그린 그림이다.
엘메헤드는 2012년 노벨재단이 운영하는 매체 ‘노벨 미디어’의 아트 디렉터로 채용돼 재단의 모든 시각적 콘텐츠를 담당해오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사진을 보고 초상화를 그리는 것 역시 그가 도맡아 왔다.
한림원이 각 수상자의 실제 사진 대신 엘메헤드의 그림을 쓰는 건 보안 때문이다. 발표 직전이라 할지라도 사진을 미리 촬영하며 발생할 수 있는 수상자 기밀 유출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수상자들의 고해상도 사진을 손에 넣는 것이 어려워 그림으로 대체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나라 문학의 위상을 한껏 높여주고 한국인에게 자긍심을 안겨준 쾌거이다.
특히 남성 작가들이 주로 수상해 온 이 상을 아시아 여성 작가가 수상했다는 점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또 단순한 개인의 성취를 넘어 문학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변화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문학의 잠재력을 깨워 세계에 알린 한강 작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여균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