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도깨비세요?

김요수 광주연합기술지주 대표

광남일보@gwangnam.co.kr
2024년 11월 13일(수) 18:44
김요수 광주연합기술지주 대표
[아침세평] 머리에 쓰면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도깨비감투가 있다면, 그런 마음이 가끔 든다.

힘든 사람을 만나면 살짝 거들어주고, 남의 것을 빼앗는 놈들은 ‘딱’ 꿀밤도 때리고, 입만 나불대고 놀고먹는 놈들은 엉덩이도 ‘뻥’ 걷어찰 수 있게! 떠올리기만 해도 신난다.

뚝딱하면 바라는 것이 나타난다는 도깨비방망이도 있으면 좋겠다.

어려운 사람에게 슬그머니 필요한 몬(물건)을 가져다주고, 주리팅이(염치)가 꼿꼿한 곳은 웃음을 가득, 상식이 우뚝한 곳에 희망을 가득 담아주고 싶다. 떠올리기만 해도 뿌듯하다.

어느 사진관 앞에 ‘보이는 것이 다다’는 월(문장)이 적혀있다. 무릎을 탁 쳤다. 봐야 알고, 보여야 뭘 해도 하니까. 먼지가 보여야 더러운 줄 알고 청소를 하듯이.

보이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가고, 모르니까 어떤 일을 못 한다. 모르면서 아는 체하다가 속아 넘어가고, 안 보이니까 제 이끗(이익)만 챙기다 끝장난다. 보는 일이 관찰이다.

관찰을 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할 일을 정한다. 스스로 정한 일은 재미 붙여 하고, 재미있으면 빠져든다. 빠져들면 경험이 쌓이고, 실력도 붙는다.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성공에 가까워진다. 성공하지 않더라도 기쁨과 보람의 나날을 보낼 수 있다.

여름 끝자락의 노을은 아름답고, 힘든 이를 돕는 사람 또한 아름답다. 보이니까 아름다움을 느낀다. 사람들은 본 것을 말하고, 본 대로 느낀다. 잠깐, 아름다움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일이다.

눈으로 보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일이니까.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면 아름다운 사람이다.

벗나래(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볼 수 없으니 글묵(책)으로 읽는다. 글묵은 사실 읽는 것이 아니라 듣는 일이다. 남의 경험과 혜윰(생각)을 경청하는 셈이니까.

경험은 나를 더 키우고, 혜윰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보기(관찰)만 잘해도 삶의 한 토막은 성공한 셈이다.

그런데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보기만 하면 그냥 느낄 뿐 내 생각은 없다. 읽기만 하면 쓴 사람의 혜윰에 휩쓸리고 내 마음은 없다. 듣기만 하면 그들의 자랑을 따라 가느라 나를 잃게 된다.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헤아려봐야 한다. 왜 그랬을까? 어떤 됨새(상황)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나만의 혜윰을 가져야 한다. 보는 됨새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듣는 풍김새(분위기)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때결(시간)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내 처지가 다르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생각이란 걸 하고 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려면 정보를 모아 모아서 가지런히 정리하고, 분석한 뒤 활용해야 한다. 모으기만 해도 몰랐던 일을 알게 되고, 정리만 잘해도 쓸모가 생긴다.

분석을 하면 눈으로만 보지 않고 앎(지식)으로 보이고, 귀로만 듣지 않고 사랑으로 보게 된다.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이렇게 헤아리고 따져보면, 없는 것이 보인다. 자연의 변화에 규칙이 보이듯 흐름(패턴)이 보인다. 그 흐름을 알게 되면 앞날을 딱딱 맞추는 점쟁이가 될 수 있고, 어쩌면 점쟁이보다 더 잘 맞출 수도 있다.

김은숙 작가의 936년을 산 ‘쓸쓸하고 찬란한 도깨비’보다 더 찬란한 실력을 갖출 수 있다.

남의 경험을 느끼더라도 꼭 그대로 되지 않는다. 모둠셈(통계)처럼 흐르지만 똑같이 되지는 않는다. 경험과 모둠셈을 따져보기도 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꼼꼼하게 분석해야 한다. 사람의 욕심은 그릇에 따라 다르니까.

새 이파리와 꽃내음을 느끼면서, 봄이 오겠구나, 이렇게 ‘누구나 하는 예측’만으로 살 것인가,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분석의 실력을 쌓아, 곧 기쁨이 올 거야, ‘나만 할 수 있는 예측’으로 살 것인가는 나에게 달려있다.

정보를 수집·정리하면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분석·적용하면 안 보이는 것이 보인다.

나만 할 수 있는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 우리는 점쟁이가 될 수도 있고, 도깨비감투를 쓸 수도 있고, 도깨비방망이를 쥘 수도 있다.

그러고 나면 사람들이 묻는다. 혹시 도깨비세요?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31491069492424125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10일 00:4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