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믿음이 가장 중요…‘안전 최우선’ 공감 얻어내"

[한빛원전 사용후 핵연료…어떻게 저장할 것인가?]
<6>핀란드, 세계 첫 핵연료 영구 처분장 ‘온칼로’ 가보니
올킬루오토섬 조성…지하 450m 깊이·매립 터널 10㎞ 규모
발전소 건설단계부터 처리장 계획…꾸준한 소통·노력

이산하 기자 goback@gwangnam.co.kr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영광=정규팔 기자 ykjgp98@gwangnam.co.kr
2024년 11월 21일(목) 18:19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사일로의 모습.
현재 우리나라는 1978년 최초 원자력 발전소 가동 이후 46년여가 지났음에도 사용후핵연료 처리 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사실상 ‘화장실 없는 아파트’ 신세다.

특히 국내 원자력 발전소 25기에서 해마다 약 700t의 사용후핵연료가 쌓여가고 있는 가운데 저장시설은 포화상태에 임박했다.

원전 산업만큼 중요한 것이 사용후핵연료 등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다.

사용후핵연료에서 발생하는 7000mSv(밀리시버트)의 방사선량을 자연방사선과 비슷한 수준인 0.3mSv로 낮추기 위해서 최소 10만년에서 30만년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갈 곳 없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두고 다양한 이론들이 제시됐지만 확실한 답이 되지 못했고, 이 가운데 핀란드가 ‘심층처분장’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핀란드는 오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 저장소인 ‘온칼로’(Onkalo)를 짓고 있다.

온칼로는 1979년 올킬루오토섬 원전 건설 이후 총 45년 만에 들어선다.

올킬루오토섬은 핀란드 내 최대 원자력발전소 밀집지역으로 핀란드가 보유한 원전 총 5기 중 3기가 이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온칼로는 올킬루오토 원전 부지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1983년 시작된 부지 선정에만 17년이 걸렸고, 2016년 착공을 시작해 9년이라는 건설 기간도 소요됐다.

온칼로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북서쪽으로 250㎞ 떨어진 해안 지역 에우라요키의 올킬루오토 섬의 약 2㎢ 규모의 면적에 마련됐다.

지하 400∼450m 깊이로 나선형 접근 터널, 4개의 수직 통로(인원 통로·폐기물 캡슐 운반 통로·2개의 환기 통로), 터널과 기술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하 끝에는 사용후 핵연료가 영구 보관될 매립 터널들이 나열돼 있다. 매립 터널의 총 길이를 합치면 10㎞다. 온칼로의 총 공간 규모를 합치면 약 200만㎥다.

온칼로에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때 가장 중요한 설비는 지름 1m, 길이 3.5m~5.2m 크기의 캐니스터로, 주철로 된 내부 밀폐용기와 구리로 된 외부 밀폐용기로 구성돼 있으며, 수직 동굴에 묻힌 뒤 방사선이 새어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벤토나이트로 메꿔진다.

온칼로가 원전 부지인 올킬루오토섬에 지어지는 이유는 원전을 생산하는 곳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리도 중요하다는 핀란드의 인식 때문이다.

핀란드는 1978년 원자력발전소 시운전과 동시에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1983년 사용후핵연료 관리 목표를 수립하고 영구처분을 결정한 뒤 이듬해인 1984년 전국을 대상으로 지질조사를 진행해 327개의 지역을 추려냈다. 2단계에선 162개, 다시 환경적 요인과 운반, 인구밀도 등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61개 지역으로 압축했다.

1987년 부지특성조사를 통해 5개 지역이 선정된 뒤 1993~2000년 부지 상세조사를 진행했으며 2000년 말 에우라요키 내 있는 올킬루오토가 최종 부지로 선정됐다.

사용후 핵연료가 영구 보관될 심층처분장의 터널 조감도.


또 이 과정에서 핀란드는 관련 연구 및 제도 마련, 원전과 관련한 정보제공, 주민과의 소통에 꾸준히 노력했다.

특히 핀란드는 2006년 온칼로 방문자센터를 개소해 방폐장의 안전성과 필요성을 홍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실제 핀란드에너지 자료에 따르면 ‘국가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어떠한가’란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1980년대에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응답이 많았던 반면 지난해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긍정적이다’라는 답변은 1983년 24%에서 2022년 60%까지 올랐고, 반면 ‘부정적이다’라는 답변은 같은 기간 38%에서 11%로 줄며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 저장소를 건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형성됐다.

이 밖에도 원전을 운영하면서 직접 원전 산업의 장점과 경제적으로 지역에 이득이 되는 부분들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1978년 원자력발전소 건립 계획 수립 시 함께 진행된 폐기물 처리를 계획한 핀란드의 선제적 대처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작은 핀란드와 유사하지만 그 과정과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결과물은 사뭇 다르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의 용량이 꽉 차 6년 뒤부터는 원전 가동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최종처분장 선정은 고사하고 사용후핵연료를 영구폐기할 것인가 아니면 재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 낸 점도 우리나라와 다르다.

오히려 지역주민과의 충분한 공감이 결여된 상태에서 정부가 성급히 일을 추진하려다 원자력에 대한 반감과 불신만 부추기며 일을 그르쳤다.

온칼로 운영 책임을 지고 있는 포시바(Posiva)의 대변인 빠시 뚜오히마는 “핀란드와 국제 핵전력 산업계 모두에 큰 이정표가 될 것이다”며 “온칼로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고 견고한 방식으로 처분하는 세계 최초의 저장소가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주민들과의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며 “원전 산업으로 경제적 이득을 누릴 수 있고 안정적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을 충분히 하고 실제 사업을 하면서 이를 실현 시켰기 때문에 주민들과의 신뢰가 쌓였다”고 말했다.

한편, 온칼로를 건설한 포시바는 시설 운영도 맡을 예정이다. 199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원자력발전 회사인 TVO와 유틸리티 기업인 포튬(Fortum)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핀란드 올킬루오토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 모습.
이산하 기자 goback@gwangnam.co.kr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영광=정규팔 기자 ykjgp98@gwangnam.co.kr        이산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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