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의 실리외교와 현정부의 이념외교

박찬용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정치학 박사

광남일보@gwangnam.co.kr
2024년 12월 02일(월) 18:19
박찬용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정치학 박사
[광남시론] 내년 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예정되면서 비극적인 러·우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인도주의 경제적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으나 북한군 파병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무작정 남의 일로만 생각할 수 없고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지원방식을 바꿔나갈 수 있으며 무기지원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 2기 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는 트럼프 당선인이 무기사용 등으로 인한 사태의 확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군의 파병을 언급하며 이란과 한국도 개입을 고려하고 있고 동맹국들은 미사일 사거리를 늘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한국산 무기가 러시아 시민을 살상하는데 사용되면 양국관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이 깨달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필자의 견해로 작금의 러·우전쟁과 북한군 파병, 그리고 미국 트럼프 당선은 한반도 통일과 한민족의 번영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의사에 대해 심히 우려하며 단호히 반대한다. 세계 4대 강국으로 둘러 쌓인 위기의 한반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외교정책이 좀더 노련해져야 한다. 정부는 오늘날의 한반도 위기를 돌파하고 번영된 통일 한반도 건설을 위해서 17세기 조선 광해군의 실리외교 정책을 온고지신(溫故知新)해야 한다고 본다.

임진왜란때 구원병을 보내며 조선을 도왔던 명나라는 왜란 후 국력이 한층 쇠약해졌다. 이 사이에 여진족이 강성하여 광해군 8년(1616)에는 마침내 나라 이름을 후금이라 하고 누루하치는 스스로 왕이라 칭하였다. 이때 명나라는 후금을 공격하고 조선에게 지원병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조선은 명나라의 요청을 받아들여 1619년 13,000명을 원병으로 보내면서 광해군은 강홍립에게 정세를 파악하여 상황에 맞춰 행동하라고 지시했다. 도원수 강홍립은 후금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비밀리에 후금과 휴전을 맺었다. 광해군은 명과 후금의 싸움에 말려들지 않으면서 내치와 국방에 주력하는 실리외교정책을 펴나갔다. 광해군은 전통의 강국 명나라와 신흥강국 후금 사이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조선의 사정에 맞추어 실리를 취하는 외교정책을 실시하여 힘이 약한 조선을 살리고 역사가 계속 존속하게 했다.

러·우 전쟁의 여파가 한반도에도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더욱 밀착했고 한반도 유사시에 러시아군이 자동으로 개입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일이 이렇게 악화된 원인은 우리 정부의 지나친 이념외교가 한몫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보면 해결은커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도와서 얻게 되는 이익이 무엇일까. 필자가 판단해보면 윤 정부의 출범 이후 우리의 외교노선은 미국과 일본 중심 일변도이며 너무 투명하고 정직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적과 아군을 나누는 이분법적 논리는 국가안보 차원에서는 위험에 빠질 뿐이다. 개인의 감정을 국익에 포함시키면 안된다. 우리가 외교무대에서 투명한 색깔을 드러내는 것은 국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외교를 손익의 개념이 아닌 이념과 선악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향후 한국과 러시아는 경제와 통일문제 등 서로 협력할 부분들이 많다. 오히려 러시아가 먼저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에서 국익을 위해 러시아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러시아는 러·우 전쟁 이후 아시아국가로 편입되기를 바라고 있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새로운 북극항로를 개통하려고 하며 동아시아의 최적의 파트너가 바로 한국이다.

이렇게 되면 북극항로의 아시아의 기점항구가 경남의 부산 울산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부산에서 출항하여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북극해를 통과해 네덜란드의 로테르담과 영국의 런던까지 왕래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막대한 자원의 보고 시베리아 개발과 아시아 유럽 횡단철도 건설도 러시아와 한국의 주요 협력 이슈가 될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러시아는 새로운 3국 합종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의 협력으로 북극항로의 중심에서 세계 물류의 핵심지역으로 되고 통일 한반도 상황에서 인류 문명의 중심에 설 수 있다. 필자가 볼 때 러시아는 우리에게 이렇게 중요한 국가이다. 트럼프 시대를 대비하여 정부는 러시아에 특사를 보내 전쟁 후 건설적인 교류협력 의사를 밝히고 한반도 번영과 통일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말해야 한다. 필자는 이 시점에서 무엇이 국익을 위한 길이고 무엇이 국가안보를 위한 길인지 깨닫고, 이제부터라도 이분법적인 이념외교정책을 수정하여 광해군의 실리외교를 교훈 삼아야 한다고 본다.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33131145494018125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09일 23:1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