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광남일보 신춘문예] 동화 심사평 울림 있는 동화의 조건…폭넓은 의미의 연대 상기 광남일보@gwangnam.co.kr |
2025년 01월 01일(수) 17: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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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자(동화작가) |
그래서일까요? 응모된 동화도 무척 많았습니다. 이 많은 원고에 어떤 이야기들이 들어있을지 기대도 컸고 또 진짜 좋은 작품을 선정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습니다.
단편 동화는 치밀한 구성으로 밀도를 높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앞부분이 지나치게 늘어지고 성급하게 결말을 맺는 작품이 많았고, 지금 아이들이 처한 상황이나 고민보다는 아이가 어른을 이해하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동화를 읽는 독자가 궁극적으로 어린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또한 할머니를 소재로 한 작품도 많았는데, 새로운 유형의 할머니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소재와 구성이 더 신선하고 도전적인 작품을 찾아 허리를 곧추세운 결과 네 편의 작품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요즘의 아이들은 관계 맺기를 두려워한다는데, 환상적 장치를 통해서라도 상대의 마음을 알고 또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픈 ‘전광판’은 의미 있었습니다.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당장 알지 못해도 점차 알아가는 방법을 배웠다는 진술은 미더웠으나 갈등이 약하고 다소 산만하여 아쉬웠습니다.
‘행복상자 챌린지’는 절제가 필요한 물건을 행복상자에 넣고 그 시간 동안 상대방을 이해하고 자신을 새롭게 발견한다는 내용입니다. 설정은 조금 진부했지만 스마트폰에 푹 빠진 아이의 고민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는데, 행복상자가 커진 결말 부분에서 공감이 안 되고 맥이 빠졌습니다.
욕심 많은 왕비가 쓰던 마법의 거울이 인공지능 챗봇의 도움을 받으며 주인공 미로와 대화를 하는 ‘미로의 질문’은 재미있었습니다. 아이가 질문하는 법을 배워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지만 주인공 미로가 진짜로 궁금해 하는,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확인하는 부분의 개연성이 약했습니다.
2077년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은하계 미르’는 세계관의 설명이 길지 않고 바로 사건으로 들어가는 과감함에 작품의 긴장감이 유지됩니다. 현재의 기후 위기 상황을 반추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우주기지국을 돕기 위해 어른들을 설득하는 은하를 보면서 폭넓은 의미의 연대를 생각했습니다. 물론 완벽하진 않지만 읽을수록 장점이 훨씬 돋보인 ‘은하계 미르’를 당선작으로 결정했습니다. 축하하며 더 좋은 글로 어린이들과 만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도전하신 모든 분들께도 위로와 함께 소중한 그 걸음 멈추지 말고 계속 나아가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