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광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문장 탄탄…사건 서술·인물묘사의 리얼리티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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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 01일(수) 17: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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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주(소설가) |
200여 편의 응모작 중에서 심사위원의 1차 관문을 통과한 작품은 ‘국경의 밤’, ‘검은 방’, ‘그때 차라리가 낫다’, ‘백목련’, ‘권태’, ‘병원에 기억을 놓고 온 남자’, ‘아침은 바라나시에 머문다’, ‘구텐베르크, 조선을 베끼다’ 등 8편이었다. 1차 관문 통과의 조건은 서사를 만들어가는 능력이었다.
그런데 똑같은 이야기라도 잘하는 이가 있고 요령이 부족한 사람이 있다.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이야기를 맛있게 요리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이가 있는 것이다. 식재료만 현란하게 모아놓는다고 해서 뛰어난 요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소설은 진공청소기처럼 독자를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있어야 한다. 독자를 사로잡는 흡입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는 두말 할 것 없이 단단한 문장력과 치밀한 구성, 개성적인 성격의 등장인물일 것이다. 이 같은 기준을 충족시켜준 작품은 ‘국경의 밤’, ‘검은 방’, ‘그때 차라리가 낫다’ 등 3편으로 압축되었다.
독백하는 문체로 밀도 있게 시종일관한 ‘검은 방’은 어둠이란 제재(題材)를 집요하게 천착해나가는 패기가 단연 두드러졌지만 단편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갈등의 고조와 해소가 끝내 독백 속에 갇혀버린 것 같은 아쉬움이 컸고, ‘그때 차라리가 낫다’는 판타지 같은 비현실적인 사건의 전개 속에서 시적 상상력과 섬세한 심리 묘사가 일품이었지만 우연의 남발과 리얼리티의 결여는 흠결이 아닐 수 없었다.
반면에 ‘국경의 밤’은 응모작 중에서 가장 안정감을 준 작품이었다. 소설습작을 몇 년 동안 꾸준히 해왔던 결실이 아닌가 싶었다. 문장이 탄탄하고 사건의 서술이나 인물묘사의 리얼리티가 돋보였다. 화자인 나가 사할린 출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연민하고, 공항출입국 심사를 보는 직원으로서 차갑고 사무적인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노동자 혹은 불법체류자를 대하는 따뜻한 시선 등이 문학의 보편적 가치인 휴머니즘으로 다가와 믿음을 더 주었다. 그래서 당선작으로 밀기에 주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