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광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소감

사람에게서 희망품는 나날 꿈꿔…희망의 글 노력
김성배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1월 01일(수) 17:56
김성배 2025 광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
2024년에 세상을 떠난 소설가 폴 오스터는 우연의 미학을 자신의 소설에서 구현해냈습니다. 폴 오스터의 소설을 좋아했지만 그가 말하는 우연이 과연 현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에 대해 이따금 의문을 품곤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늘 소설을 가까이 하는 독자였고 언젠가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우연히 지원해서 입학하게 된 대학원 과정을 통해 십여 년 넘게 공연 대본을 쓰는 사람으로 살게 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지난 2017년에 아내와 함께 제주에 내려왔을 때, 현재까지 제주에서 살게 될 줄도 알 수 없었습니다.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에게 바다는 다소 먼 곳이었지만 제주에 온 뒤로 사계절의 바다가 어떤 빛깔이고 어떤 파도를 보여줄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공연 일 때문에 서울과 제주를 오가던 어느 날인가 이번에 응모한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통유리 밖의 활주로를 바라보던 어떤 공항 직원의 쓸쓸한 뒷모습이 뇌리에 남았고, 그의 가계(家系)와 삶에 대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우연 같지만 필연 같기도 한 그 순간들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입대를 앞두던 어느 날인가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강원도와 중부 내륙을 훑던 여정은 어느 순간 끝이 났고 친구가 먼저 귀가한 뒤 홀로 남도를 떠돌던 제 발길이 닿은 곳은 광주였습니다. 누가 가보라고 권한 것도 아니었는데 저는 자연스레 5·18 민주묘지에 들렀고, 주어진 삶의 시간을 다 쓰지 못한 채 먼 곳으로 떠나야 했던 분들의 비석을 하나하나 살피던 어느 순간 슬픔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후로 제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어떤 일을 하고 있든 간에 스무 살 시절에 느꼈던 그 감정은 여태까지 마음 속 한편에 존재하므로, 그런 광주에 자리 잡고 있는 신문사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을 발표할 수 있게 된 걸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병상에 계시는 아버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씩씩하신 어머니, 정성껏 노부모님을 모시고 계시는 장인어른과 장모님, 형과 누나들, 양가 가족들, 고향 친구들, 연극과 뮤지컬을 만들면서 만난 친구들, 제주에서 알게 된 친구들, 제주 김녕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점에 매일 방문해주는 고양이들, 제주에 왔던 첫 해에 인연을 맺어 현재까지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 고 작가, 늘 곁에서 응원해주는 아내에게 이번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세상이 무도(無道)하고 사람 때문에 실망하는 요즘이지만 사람으로 인해 희망을 품는 나날을 꿈꿉니다. 그런 희망의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약력



△전북 전주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음악극창작협동과정) 졸업 △극작가 △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 △2014년 대전창작희곡 공모전 대상 수상 △2018년 통영연극예술축제 희곡상 수상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연극 부문 선정 △2023년 제주소재개발 창작희곡공모전 당선 △2025년 1월 7일부터 26일까지 서강대 메리홀에서 독립운동가 소재 뮤지컬인 ‘어제의 시는 내일의 노래가 될 수 있을까’(대본 김성배, 작곡 이율구, 연출 이강선)공연 예정 △제주 김녕 서점 ‘일희일비’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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