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심신을 맡기며 원초적 자연과 평안히 지내다 오길 [문득여행]영광 낙월도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
2025년 01월 16일(목) 18: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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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산타워와 칠산대교 |
그래서 일이 아주 잘 풀릴 때나 잘 풀리지 않을 때 공통적으로 듣는 이야기의 하나가 호흡 한번 하고 가거나 쉬엄쉬엄 가라는 말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다가 그동안 많은 곳을 돌아다녀봤지만 삶에서 손에 꼽을 만큼 방문 횟수가 작았던 섬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떠올려봤다. 연육교가 놓인 안좌도 팔금도 자은도 암태도 같은 섬 말고 오로지 배로만 드나들 수 있는 섬 말이다.
그런데 일상은 간단치 않아서 멀리, 여러 날 비우게 되면 또 후유증이 생길 것 같아 광주에서 가까운 곳을 떠올려봤다. 언젠가 영광 염산 칠산대교와 무안 해제 끝자락 도리포가 떠올랐다. 칠산대교를 오가다 칠산타워에 들렀는데 그 일대를 향화도항이라 불리는 것을 알게 됐고, 그곳을 생각해냈다. 예전에는 섬이었지만 간척을 통해 육지로 연결된 곳이어서 섬의 흔적은 사라지고 해안가 마을같은 곳이었다.
다만 지명에서 예전 섬이었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여기 향화도항에서는 영광의 대표적인 섬인 낙월도와 송이도를 오가는 배편이 있다. 거리도 낙월도는 20.5㎞로 1시간이 소요되며, 송이도는 22.8㎞로 1시간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이런 차이는 조수간만의 차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시간 안팎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들이다. 사실 영광군을 해안가만 있는 내륙 지자체로 생각하겠지만 유인도 10개와 무인도 54개 등 총 64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분포돼 있는 지역이다. 이중 낙월면 관할인 섬이 41개의 무인도를 포함해 총 52개의 도서(島嶼)를 아우르고 있으니까 영광군의 대다수 도서는 낙월면에 속해 있다 보면 된다.
하지만 제일 쉽게 입도했다가 몇 시간만 머무르고 오후에 내륙으로 나올 수 있는 섬을 모색한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낙월도였다. 연륙교가 아닌 배편을 고집했던데는 혹여 육지와 단절되면 사느라 파생된 복잡한 생각들 역시 단절될 것이라는 착각이 큰 몫을 했다. 아무런 개연성이 없는데도 ‘사고’라고 하는 개념은 초점없이 흔들리는 갈대 같다는 생각이 순간 뇌리를 스쳤다. 낙월도는 송이도보다 더 가까운 섬이어서 그리 익숙치 않은 선박 이동이라고 하는 낯설음을 최소화시켜볼 생각으로 선택한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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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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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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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낙월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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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낙월도 |
이곳 면의 명칭은 크기보다는 그 옛날 목포 관할이었기에거 군 단위로 소속이 바뀌는 과정에서 낙월도가 자연스럽게 면을 대표하는 섬이 됐고, 면의 명칭으로까지 사용되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마도는 향화도항에서는 가는 배편이 없고 계마항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안마도는 다음을 기약했다. 낙월도와 송이도 역시 마찬가지다. 송이도가 더 멀었다. 순전히 익숙하지 않은 섬 여행이다보니 가까운 섬을 선택하게 됐고, 그것이 낙월도로 가는 이유였다.
향화도 선착장에서 낙월도행 배를 타고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자 멀어져가는 향화도항 전경과 칠산타워, 칠산대교가 가까이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전체 조망이 돼 아름답기 그지 없다. 여객선은 정원이 105명 정도 되는 규모인데 그리 손님은 많지 않았다. 20명 정도 승선한 듯했다. 의자가 설치된 것이 아니라 보일러가 놓인 방 바닥 구조로 돼 있어 전날 부족했던 수면을 보충할 수 있었다.
칠산타워와 칠산대교가 작아질수록 낙월도는 그 윤곽이 선명해졌다. 뒤에서는 그림을 지우고, 앞에서는 막바지 붓칠을 해대는 듯한 형국이었다. 지근 거리에 도착하자 낙월도가 그 면면을 드러냈다. 마치 바다 한 가운데 바나나나 고구마 두 개를 떨궈놓은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로 돼 있는데 상낙월도에 면사무소, 보건소, 파출소 등이 집중돼 있다. 예전에는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는 분리돼 있었으나 진월교가 놓이면서 하나로 묶이게 됐다.
한때 전국의 새우젓 60%를 감당했다고 하니 황금 어장이었던 셈이다. 새우가 많이 잡힐 때는 2000명 안팎의 사람들이 낙월도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진다. 아마 그 무렵이 낙월도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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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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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낙월도 표지석 |
영광군이 한국의 산토리니처럼 꾸며보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기존 있던 작은 규모의 카페 등이 문이 닫혀져 있고, 슈퍼나 식당 같은 것이 없어 불편한 것은 분명하다. 하절기 때는 4월부터 10월까지 매일 오후 3시 30분이 막배이고, 동절기 때는 매일 오후 2시30분이 막배다. 점심을 건너뛰기에는 다소 부담스런 시간이기는 하다.
그래서 점심을 챙겨가거나 아니면 민박집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가면 식사가 가능하다. 방문했을 당시에도 섬 안에서 공사를 하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미리 예약을 했기에 그들과 어울려 점심 한끼 해결할 수 있었다. 고향집 밥상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후한 인심과 함께 어머니가 차려주신듯한, 넉넉한 한끼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그래도 섬에 왔으니 트레킹(진달이 둘레길)을 해보겠다고 하면 상낙월도 선착장을 시작으로 달바위 정자, 상낙월도 둘레길, 갈마골해수욕장, 팽나무고목, 통신탑봉, 진월교, 하낙월도 둘레길, 삼거리, 팔각정자 쉼터, 장벌해수욕장, 하낙월도 표지석을 거쳐 마지막으로 하낙월도 선착장으로 오면 된다. 거리는 10여km로 시간은 대략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이마저 귀찮으면 대표적으로 갈마골해수욕장이나 장벌해수욕장 등에서 시간을 보내다 나오면 좋을 듯하다.
낙월도는 가벼운 트레킹이나 정말 고요하게 잠시 현대문명을 끊어내고 쉬어가려는 사람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섬이다. 편의시설 같은 것을 기대하면 오산이다. 그냥 걷고 아무데서나 쉬었다가 막배를 타고 나오면 그만이다. 이곳에서 또 다른 현대문명을 기대하는 이들은 방문하게 되면 따분하고 지루할 것이다. 그저 자신을 잊고 자연에 심신을 맡기며 원초적 자연과 만나 한 덩어리로 잠시 지내다가 나온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