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을 키우자] 강지윤 바밀제과 대표

우리밀 빵 전문 ‘백년가게’…담양 죽순양갱 입소문
국산 원재료 활용 제품 개발
건강·담백 남녀노소에 인기
강동오 풍년제과 대표 등
오빠들 영향 제빵기술 익혀
‘빵 명문가’ 자부심 지키고
지역특산물 알리기 온힘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2025년 02월 05일(수) 10:14
강지윤 바밀제과 대표(사진 중앙)와 남편 최창수씨(사진 오른쪽), 자녀 최하진씨가 담양 특산물인 댓잎, 죽순 등으로 만든 ‘저당수제양갱’을 선보이고 있다.
‘자급률 1% 대’

이 초라한 성적표의 주인공은 바로 대한민국에서 쌀에 이어 ‘제2의 식량’으로 불리는 국산밀이다. 100명 중 한 명 만이 우리땅에서 나고 자란 밀을 먹고 있는 셈이다.

정부에서는 밀산업육성계획을 설정, 올해까지 국산밀 자급률 5% 달성을 목표로 세웠지만 이미 비관적인 결과를 예측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쌀부터 밀까지 식량주권이 시대적 화두가 된 지금, 국산밀 뿐만 아니라 지역 특산물까지 적극 이용하며 국내 농산물 자급률 확대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빵 명문가’ 제과점이 있어 눈길을 끈다.

담양군 담양읍에 위치한 바밀제과(대표 강지윤)가 그곳이다.

바밀제과라는 상호는 올해 1월 새롭게 단 것이다. ‘바밀’은 ‘바른 밀’을 줄여만든 것인데, 우리밀로 빵을 만들기에 ‘바른 밀을 쓴다’라는 의미가 담겼다.

프랜차이즈(체인점)가 홍수를 이루는 요즘, 바밀제과는 이를 한 발 비켜선 개인 제과점이다. 여느 제과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고집스럽게 우리밀과 우리쌀을 사용한다는 점과 지역을 넘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빵 명문가’라는 점이다.

강지윤 바밀제과 대표는 3남 1녀 중 막내인데 오빠들의 이름 석자는 ‘빵돌이·빵순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첫째 오빠인 강영구씨는 그의 아들들이 광주 동구에서 유명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 동구 충장로에 위치한 ‘소맥베이커리’로,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콩크림빵 맛집으로 전파를 타 전국구 빵집으로 우뚝 섰다.

둘째 오빠 강준구씨는 ‘파밍하우스’라는 제과점을 운영 중이다. 우리땅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선도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 곳의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케익·피자 만들기 체험은 자녀를 둔 부모들에겐 너무도 친숙하다.

셋째 오빠는 강동오 풍년제과 대표이다. 한 때 지역에서 수 십개의 체인점을 둔 강동오케익의 대표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전남 제과기능장 1호(2002년)이기도 하다.

이처럼 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오빠들을 둔 덕에 강지윤 대표 역시 자연스레 제과제빵 기술에 녹아들게 됐다.

하지만 지금의 바밀제과를 세우고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강 대표는 아버지의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가 돌을 맞기 전 돌아가셨기 때문인데, 어머니는 자녀들과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튀김가게를 했다. 어머니의 영향인지 먼저 큰 오빠가 제과기술을 익히게 됐고 둘째, 셋째오빠도 연이어 형을 따라 업계에 합류했다.

강 대표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탓에 오빠들과 전혀 다른, 자신의 전공을 살려 강사의 길을 택했다.

다만, 매일 밤 늦게까지 반죽을 주무르는 오빠들이 있었기에 제과제빵 기술을 습득하게 됐고, 쉬는 날이면 매장 관리도 도맡으며 운영 전반을 자연스레 익혔다.

강지윤 바밀제과 대표가 저당수제양갱을 만들기 위해 성형틀에 양갱물을 붙고 있다.
그렇게 지금의 남편을 만나 살아가던 중 1997년 외환위기(IMF)라는 파고를 겪게 되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1년 뒤 장성에서 오빠들 어깨넘어로 배운 제과제빵 기술을 살려 ‘궁전제과’라는 제과점을 창업했다.

장사는 꽤 성업했다. 6~7년 가량 운영을 했는데 원체 제과제빵 기술이 좋았던 데다 당시 장성 내 있던 상무대, 농공단지, 관공서 등을 타겟팅 해 빵 등을 납품한 것이 주효했다.

당시 첫째 오빠는 화순, 둘째는 담양, 셋째는 함평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제과점을 운영중이었고, 2002년 강동오 대표가 전남 제과기능장 1호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4남매는 모두 가게 상호를 ‘강동오케익’으로 통일했다.

바밀제과는 원래 둘째 오빠인 강준구 대표가 지난 10년간 닦아온 사업장이다. 당초 이 자리에서 매장을 열 때 강지윤 대표의 이름으로 사업자를 등록했다. 강준구 대표는 이를 막냇동생에게 넘기고 파밍하우스를 창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준구 대표의 10년을 토대로 강지윤 대표가 20여년 째 운영을 이어가면서 바밀제과는 지난 2023년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백년가게 선정 기준은 까다롭다. 신청하는 시점 기준 최소 30년 이상의 업력을 지닌 가게만이 신청 출발선에 설 수 있다. 근래에 맛집으로 소문났다고 해서 신청가능한 것이 아니다. 또 대기업 자회사 및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신청 불가하며 신청일 기준 3년 이내 행정처분을 받은 이력이 있거나 임금체불 혹은 고액 상습체납 등 이력이 있어도 신청 불가다.

뿐만 아니라 경영 전문성, 제품 차별성, 마케팅 전략, 회계 및 점포 관리 등 다방면에 걸친 평가가 진행된다.

판매 품목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경쟁력 역시 기준이 되는데 바밀제과는 우리밀·우리쌀 제품으로 이를 충족했다. 현재 바밀제과는 한 달에 18㎏ 국산밀을 10~12개 포대 가량 사용한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1년에 바밀제과가 사용하는 국산밀의 양은 2.1t에 달한다.

국산밀은 제과제빵에 적합하지 않다. 밀가루에 물을 붓고 반죽을 하면 일정한 점성과 탄성이 생기는데 이는 ‘글루텐’ 때문이다. 수입산에 비해 분류 단계가 좁은 국산밀은 그만큼 글루텐이 적고, 이는 결집력 부족으로 이어진다.

우리밀로 반죽해 빵을 만든다면 우선 수입산에 비해 외형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또 부풀어 오름 정도가 적고 식감에서도 다소 퍽퍽하고 푸석하다.

강 대표는 오랜 연구 끝에 이를 최대한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국산밀이 건강하고 담백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단골을 늘려갔다. 바밀제과의 주 고객층은 학교와 어린이, 어르신들이다.

2023년에는 또 한번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당시 담양군에서 우리 농산물을 사용한 디저트 공모사업을 진행했는데 강 대표의 과감한 도전이 이어졌다. 이미 오래 전부터 ‘대나무의 고장’ 담양에 터를 잡게 되면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몰두해온 그였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담양 죽순을 이용한 ‘저당수제양갱’이다. 시중에는 현재 우리팥·댓잎·죽순·블루베리 4종류의 수제양갱이 팔리고 있다. 대나무의 고장인 만큼 댓잎과 죽순양갱의 인기가 높다.

바밀제과의 저당수제양갱
이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쉽게 상하는 죽순의 성질 때문이다.

별도의 가공방법을 고민하던 강 대표는 오빠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당 처리’를 해보자는 권유를 받아 양갱에 도전했다.

또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제품 시식회를 진행, 반응을 살폈다. 주로 ‘너무 달다’는 의견을 수용, 저당제품으로 선회했다. 실제 시중 판매 양갱의 당도는 24~27%가량 되는데, 바밀제과의 양갱은 14%이다. 이는 남녀노소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옛 말처럼 강 대표는 양갱의 생김새와 포장에도 공력을 쏟았다.

대나무를 형상화 해 양갱 자체를 대나무 단면으로 만들었고, 포장지는 한쪽 끝을 묶어 복주머니를 표현했다.

바밀제과의 양갱은 현재 담양군의 고향사랑기부품목으로 선정될 정도로 지역에서 인기 디저트다.

바밀제과 전경
우리밀 자급률 확보와 지역 특산물 알리기에 일조하고 있는 강 대표는 이제 전국화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우리 농산물로 건강한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에게는 먹는 즐거움을, 농민들에게는 귀한 땀방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환원하겠다는 취지다.

강지윤 바밀제과 대표는 “새롭고 건강한 제품 개발과 함께 전국 시장을 위해 홈페이지나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 농민들이 땀흘려 재배한 각종 농산물이 제 값을 받고 팔리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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