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속 삶의 경험과 기억들 호출 강미애 시집 ‘유모차를 미는 금자씨’ 출간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
2025년 02월 10일(월) 1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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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유모차를 미는 금자씨’ 표지 |
시 속에 한 폭의 그림처럼 오롯이 들여놓은 사람들의 풍경은 무채색인 듯하면서도 각각의 개성이 짙게 배어 있는 이번 시집은 이웃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근간으로 타인과의 공감에서 비롯되는 따뜻한 이타적인 마음이 내포돼 있다.
특히 내면적 성찰을 통해 불완전한 존재에 넌지시 위로를 건네고 희망을 주는데 치중한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본인이 살아가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깊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물과 사람, 그리고 삶의 단면들을 함께 들여다보며 공감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의 시편들은 철처하게 일상성을 도외시하지 않은 채 소소한 삶의 지점들에서의 경험과 기억들을 호출해낸다. 시 속 호출된 대상은 모두 가감없이 드러난다. ‘거리 두기 2’에서는 노화댁이 나오지만 70년을 함께 했다는 부분이 어렵지 않게 유추되며, ‘병영, 한옥에 빠진 그녀’에서 그녀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해 살아가는 여인의 삶으로 그려진다. 또 ‘동만씨의 요즘’에서 동만은 열 살이나 어린 베트남 색시를 둔 결혼 5년 차 아저씨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으며, ‘황 노인’은 성깔이 걸걸해 마을에서 쌈닭으로 불리는 존재임이 포착된다. 시인의 시편들은 소소한 일상에서 겪은 삶의 경험과 그가 살아가면서 얽혀있는 사람들로부터의 기억을 호출하는 등 한결같이 이웃에 대한 애정과 공존의 노래로 휴머니티의 복원을 갈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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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애 시인 |
이번 시집은 제4부로 구성, 표제작인 ‘유모차를 미는 금자씨’를 비롯해 ‘토마토 곁순을 자르며’, ‘제주에서 만난 그녀들’, ‘아버지의 창고’, ‘어머니’, ‘겨울밤’, ‘청소기처럼’, ‘커피’ 등 일상 틈틈이 창작해온 60편의 작품이 실렸다.
백애송 시인 겸 문학평론가는 추천사를 통해 “오늘날을 서정이 사라진 시대라고들 말한다. 이럴 때일수록 시를 통해 인간이 갖춰야 하는 기본적인 삶의 의미에 대한 고민과 탐구가 필요하다. 강 시인은 시인의 경험에서 오는 구체성이 시적 사유의 자장을 넓혀 이미지를 명징하게 하기 때문에 시집 속에서 보여주고 있는 풍경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듯 낯설게 다가온다”면서 “삶에 대한 신뢰와 믿음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함께하고자 하는 공존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진 것이 강미애 시인의 시”라고 밝혔다.
강미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광주대 문예창작과를 졸업, 2019년 월간 ‘창조문예’ 신인상 수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한 잎 한 잎 켜켜이 감추었던’을 출간했다. 현재 해남문학회 감사이며 2024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창작지원금 수혜 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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