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한승원 소설가의 작품 심층 탐구

소설가 정미경 비평서 ‘한승원 문학 연구’ 출간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02월 16일(일) 17:36
정미경 소설가
소설가 정미경씨가 원로 한승원 소설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비평서인 ‘한승원 문학 연구’(문학들 刊)를 펴냈다.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방대한 분량의 작품을 발표한 한승원의 문학세계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난공불락의 텍스트로 여겨지곤 했다. 그래서인지 그동안의 논의는 대부분 학술지 중심의 논문으로 이뤄졌고, 주제도 ‘고향과 바다, 신화와 한, 샤머니즘, 생태’ 등에 편중돼 있었다. 이런 연구는 한승원의 작품 전반을 다루기보다는 주제와 관련하거나 특정 작품에만 치중하는 결과를 낳았다. 때문에 한승원에 대한 작가론적 논의에 있어서도 회고담을 중심으로 하는 개괄적인 작품 소개에 그치거나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한승원의 문학 전체를 조망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저자는 한승원의 문학작품 전반을 대상으로 작가론적 입장에서 그의 원체험이 어떤 양상을 띠는가 고찰해 한승원 문학의 ‘총체성’을 규명하고자 했다. 이 길잡이 책에 따르면 한승원의 원체험은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극복되면서 확장하는 양상을 띤다는 점이다.

한승원의 원체험은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두 축, 부성과 모성의 양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아버지에 대한 살부의식으로 드러난 원체험 양상이 이를 극복하고 승화하는 과정에서는 새로운 아버지 찾기로 확장된다면 어머니 곧 물에 대한 공포와 생명의 원체험은 우주만물에 대한 여성성으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한승원의 아버지 상이 혈연적 부성에서 사회역사적 차원, 그러니까 인간의 억눌림과 자유의 문제를 해결할 상징적 아버지 상으로 확장된다면, 어머니 상은 자궁, 곧 생과 죽음 모두를 품는 상징체로 확장된다. 그리고 이 두 세계는 갈등과 대립, 화해를 반복하면서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된다.

표지
저자는 본문에서 “한승원 소설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로 상징되는 두 세계는 서로 대립 관계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서로를 품는 존재들이다. 이 두 세계는 서로 공존하며 갈등과 대립, 화해를 반복하는 가운데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된다. 이를 통해 작가가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우주적 율동으로서의 생명력과 화엄 세계의 형상화다. 작가가 말하는 우주적 율동이란 음과 양 즉 대립되는 두 세계가 서로 뒤얽힌 상태로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한승원 소설이 원체험의 극복과 확장을 통해 도달한 지향점은 우주적 율동과 화엄세계”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이 비평서는 통시적 차원에서 한승원의 전 생애와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정미경씨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바다와 신화, 샤머니즘 측면에서 주목됐던 한승원의 문학사적 위상을 향후 보다 확장된 차원에서 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 소설가는 전남 무안 출생으로 2004년 광주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국립순천대 국어교육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소설집 ‘공마당’으로 2022년 ARKO문학나눔에 선정됐으며 제3회 부마항쟁문학상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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