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초고령화된 농·어업 안전실태 이대로 괜찮은가

석성민 (사)광주금융사회복지협회 이사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2월 17일(월) 07:27
석성민 (사)광주금융사회복지협회 이사
고령화와 지방 소멸 가속화는 지방 군소도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은 매우 기초적인 상식이다.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생예주기에 따라 필연적으로 학업, 직업, 주거환경에 따라 이동하는 것은 어제 오늘날의 일이 아닌,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진 풍습이다.

과거부터 출세를 위해 도서산간, 군도 도시의 청년들이 유학길이라며 근방의 도시나 수도권으로 출가하던걸 생각해 보면, 농·어촌 고령화는 오랜 세월 속에 축적된 풍습에 의한 일종의 결과물인 셈이다.

단지 예전에는 체감적이었다면, 지금은 정확한 데이터 수치가 있기 때문에 보다 적나라한 현실을 볼 수 있어 문제성이 느닷없이 도드라지는 느낌일 뿐, 호들갑을 떨 정도로 극단적으로 발생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문제는 고령화된 농·어업인의 삶이나 다름없는 작업 현장의 환경에 대한 안전 관리 및 대책 프로그램 또한 구축이 잘되고 있냐는 것이다.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전면 시행하면서 안전의식 개선에 대한 선진화를 위해 정부와 기업은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지만, 지난해 시공능력 상위 20위 국내 건설사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다치거나 숨진 사람은 1800여명.

이 중 사망자는 전년 보다 2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자료를 보자면 아직도 갈 길은 먼듯하다.

그렇다면 건설 현장만큼이나 위험요소가 다분한 농·어촌 현장은 어떠할까.

작업에 필요한 각종 기계와 독성이 강한 농약을 사용하는 농촌과 바다 위에서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는 어촌에서의 안전 관리 대책 필요하며, 공통분모인 근골격계 질환 예방관리 또한 시급하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5년간(2019~2023) 농업인안전보험에 가입한 농업인의 안전 재해율은 평균 6.0%로 나타났으며, 매년 5만4000명, 매일 150명의 농업인이 안전재해를 입고 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또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어선 사고는 총 6206건, 인명 피해는 345명에 달하며 배에서 일하는 어선원의 산업재해율(4.3%)은 제조업(0.72%)의 약 6배의 수준이고, 건설업(1.17%)의 3배가 넘는다는 고용노동부·해양수산부의 보고가 있다.

이처럼 기업이 운영하는 사업장은 그나마 관련 인력들이 배치돼 관련 기관의 관리 감독하에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농·어촌의 경우는 시스템 부재와 필요성 인식이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기에 전문화된 ‘농작업 안전보건관리자’ 또는 ‘농어업 안전보건관리자’를 양성해 현장에 배치하는 등 지속적인 순환 근무로 현장 관리를 해야한다.

고위험군 직업군에는 특성에 맞도록 설계된 안전 관리 자격을 구축하고 국가고시로서 보장하지만, 농·어촌 관련 안전 관리 자격은 그 의미가 무색하리 만큼 활동에 제한이 있고 허례허식 같은 캠페인 활동과 각 지자체, 산하기관 등 따로 국밥식 관리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기에 장관급 부처를 통해 건설 현장 수준으로 농·어민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강력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농촌진흥청은 농작업 안전사고 예방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기·충남·경북·경남도 등 4곳 도농업기술원과 협력해 ‘2025년 농작업 안전관리자 공모’에 들어갔으나 대표적 농촌 지역인 전남·전북은 빠졌다.

원인은 예산부족이다.

지난해 정부가 2025년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본 사업에 9억4000만원만 반영됐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하는 데 최종 실패해 발생한 현상이다.

다시 말하자면 예산상 운영 인원과 활동 기간을 최대로 구성해 경기·충남·경북·경남도의 20곳 시·군 2명씩 40명이 고작 6개월가량 활동할 수밖에 없어 특정 지역에서만 진행하는 시범사업에 불과한 꼴이다.

어촌의 경우 지자체와 해양경찰청,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이 어업인의 안전의식 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이 역시나 컨설팅 정도에 가깝다.

앞서 말했듯 장관급 부처가 이러한 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업을 추진했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생존과 직결된 여러 상황을 고려해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은 물론, 예산 협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최근 5년간 농촌 현장에선 매일 150명이 농작업 중 죽거나 다쳐도 제도화는커녕 방치하고 있는 작금의 정치인에게 과연 바랄 것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지도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정치인이 습관적으로 말하는 서민의 먹고사는 문제만이 문제인지 생존 보장의 문제인지 보다 현실적이고 체감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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