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고 아련했던 삶들 섬세한 문체로 되살려

이순애 에세이 ‘유목의 바람이 쉬어가는 높은음표 마파지’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02월 18일(화)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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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국수필’을 통해 등단한 수필가 이순애씨가 에세이 ‘유목의 바람이 쉬어가는 높은음표 마파지’(문학들 刊)를 최근 출간했다.

이 에세이는 총 3부로 구성, 제1부 ‘막걸리는 밥이다’에서는 아홉 남매 중 딸이 일곱인 딸부잣집의 장녀였던 작가의 유년 시절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느 봄날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남동생의 탄생, 그 남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고달픈 시집살이를 견뎌야 했던 어머니의 이야기이자 아버지 심부름으로 동네 점방에 가서 새참 술을 받아 몰래 홀짝홀짝 마셔 본 추억, 소녀에서 성숙한 처녀로 나래를 펴고 마을의 여러 일은 물론 농촌 문화에 대한 다양한 견문이 언급되고 있다.

이어 제2부 ‘도전은 늘, 찬란한 통증’에서는 문학에 대한 작가의 열정과 ‘축복처럼 함께해준 소박한 가족’에 대한 애정이 담긴 글들을 살펴볼 수 있다.

작가는 못다 한 공부에 미련을 놓지 못하고 늦깍이 학생이 돼 2010년 대입 수능을 치렀으며, 그후 2017년 광주대 문예창작과에 수시합격했고 2021년에 졸업하는 등 지난했던 여정이 그려져 있다. ‘도전은 늘, 찬란한 통증’에서 작가의 외삼촌인 양성우 시인은 “세상의 한가운데서 너는 마치 어린아이같이 티 없이 살면서 매미처럼 목청 높여 온몸으로 꿈을 노래하고 있다니, 너야말로 왕보다 행복한 사람”이라며 문학에 대한 작가의 끊임없는 도전을 응원해 줬다는 점도 엿볼 수 있다.

이순애 수필가
마지막으로 제3장 ‘햇살 같은 인연’에서는 민들레 홀씨처럼 바람을 타고 떠났던 여행을 기록으로 남겼다. 진도 나절로미술관 탐방, 태풍과 싸우며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는 오 시인 부부의 이야기, 충청도 제천 원서문학관 방문, 경남 합천 해인사 유람 등 작가의 생생하고 아련했던 삶들이 섬세한 수를 놓는 듯한 문장으로 종이 위에 펼쳐지고 있다.

작가의 도전 정신과 예술적 재능에 영향을 받았는지, 자녀 중 아들 정성우씨는 서울예대 문창과를 졸업한 뒤 독립영화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현재 전남도 최초의 독립영화관 ‘시네마MM’을 개설해 활동하고 있다.

이순애 수필가는 전남 무안 출생으로 광주대 문예창작과를 졸업, 2013년 ‘한국수필’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꽃잠을 들키다’가 있으며 ‘한국명수필한영대역시리즈 4-The Lamp of the East’에 ‘아버지의 노래’를 등재했다. 무안문화원 백일장 우수상, 시아문학상, 제12회 목포문학상 남도작가상, 동서문학상 동시 부문 등 다수를 수상했으며, 시아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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