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항쟁 시편들’ 日 동양경제일보에 서평 소개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 재일작가 강영자씨 서평
김준태 등 언급 민주주의 갈망·절실한 염원 투영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02월 24일(월) 18:07
일본에서 출간된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에 대한 서평이 재일 한국인들이 일본에서 창간한 ‘동양경제일보’에 실려 주목된다. 이미지는 동양경제일보(도요게이자이닛포, 1월 10일 자) 지면.
김정훈 교수(전남과학대)와 사가와 아키 시인이 공동 번역, 한글과 일본어로 함께 묶어 일본에서 출간된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가 일본 헌법 9조를 수호하는 모임인 ‘9조회’의 문예지 ‘시인의 윤통신’과 한·일 기본조약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본 지식인들의 기자회견 석상에 소개된 데 이어 ‘동양경제일보’(도요게이자이닛포, 1월 10일 자)에도 서평이 실려 주목된다.

서평이 실린 ‘동양경제일보’는 1946년 재일 한국인들이 일본에서 창간한 신문사로 한국, 북한 경제, 한일문제, 재일 한국인, 생활 문화 전반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서평을 집필한 주인공은 재일작가 강영자씨로 교토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수학, ‘제50회 부락해방문학상’(소설 부문)을 수상한 바 있으며 자신이 그동안 집필해온 ‘수필’ 코너에 서평을 게재했다.

전반적으로 서평에서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투쟁에 대해 한국 민주주의의 행보에 특필할 만한 발자취를 남긴 운동이었고, 1987년의 민주화운동이 광주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광주 민주화 투쟁과 관련해 쓰인 시를 엮은 시선집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누가 그대 큰 이름 지우랴’, 문병란·이영진 편, 도서출판 인동, 1987)를 읽었으며, 이 시집에는 52명의 시인이 각각 1~4편 집필한 시가 실려 있고 이 작품들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쓰인 것이라며, 긴박한 정황 속에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그 절실한 염원이 담겼다고 했다.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용기를 치하하고 추도하는 시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을 흘리는/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로 시작하는 김준태 시인의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살아남은 자의 가책을 토로하는 시 ‘오월이 오면 부끄러워라/……/살아 숨쉰다는 게 숨막히게 부끄러워라’로 시작하는 문익환 목사의 시 ‘오월이 오면’, 희생된 사람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자는 고은의 시 ‘5월이 가면’이 ‘5월이 가도/언제나 우리에게 5월이 살아 있다’고 노래한다고 풀이했다.

또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894년 갑오농민전쟁, 1919년 3·1독립운동, 1960년 4·19혁명 등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투쟁의 역사 속에 광주 민주화 투쟁을 자리매김하려고 하는 시 외에 이시영의 시 ‘무명용사의 무덤 곁에서’는 5월에 쓰러진 용사에게 말을 걸며 ‘너를 여기 둔 채 외치는 그 어떤 역사도/역사 아니다’라는 작품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강영자씨는 “다수의 죽음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는 고뇌 속에서 결정체가 돼 들춰진 언어들은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언어들의 교집합과 애써 마주할 때 조금이라도 광주의 진실에 닿을 수 있다. 한일대역이므로 눈길이 가는 부분을 원어로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면서 “지난해 12월 3일 이 책을 읽는 중 한국에서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났다. 70년대의 무거운 계엄령의 기억이 되살아났고 또다시 시대가 후퇴할 것인지, 두려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희구하는 시민들의 힘은 건재했고 계엄령은 금방 해제돼 일단 안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강씨는 또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다수의 젊은이가 시위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느낀다”면서 “역시 우리는 광주 민주화 투쟁의 희생자들이 물려준 것과 함께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9조회’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1935∼2023)와 반전 작가로 알려진 이노우에 히사시 등이 주축이 돼 2004년 전쟁 재발 방지와 헌법 9조 개정에 맞서 평화헌법 수호를 위해 결성한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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