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 맞대결 피하자" 韓영화 가뭄…이달말부터 줄개봉

이병헌·유아인 주연 ‘승부’…하정우 10년 만의 연출작 ‘로비’
4월엔 강하늘 범죄물 ‘야당’·마동석 액션 ‘데몬 헌터스’ 출격

 연합뉴스@yna.co.kr
2025년 03월 05일(수) 11:07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미키 17’이 개봉한 지난달 말을 전후로 극장가가 한국 영화 ‘신작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중급 규모 이상의 상업 영화가 잇따라 개봉하는 이달 하순부터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중순까지 개봉하는 한국 영화 중 제작비 50∼80억원인 중규모 작품은 한 편도 없다.

로맨스물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애니메이션 ‘퇴마록’, 독립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등이 개봉하긴 했으나 비교적 제작비가 적게 들어가 대규모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작품들이다.

설 연휴용 영화가 극장에서 물러나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후보작이 줄줄이 개봉하는 2∼3월은 통상적으로 한국 영화의 비수기로 꼽힌다.

그러나 ‘파묘’가 천만 영화에 등극한 작년과 ‘카운트’, ‘대외비’가 개봉한 2023년과 비교하면 올해 이 시기는 유난히 한국 신작이 없는 편이다.

이는 개봉 전부터 상반기 최고 흥행 기대작으로 꼽힌 ‘미키 17’과 맞대결을 피하려는 배급사들의 손익 계산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미키 17’은 봉 감독이 ‘기생충’(2019)으로 칸국제영화제와 오스카를 휩쓴 지 6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다. 봉 감독이 천만 영화를 두 편(‘괴물’·‘기생충’) 보유하고 영어 영화인 ‘설국열차’(935만여 명)로도 흥행에 성공한 대중적인 감독인 만큼, ‘미키 17’과 최대한 간격을 두고 개봉하는 게 흥행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미키 17’이 외화긴 하지만, 봉 감독의 신작과 붙고 싶은 영화는 한 편도 없을 것”이라면서 “‘미키 17’이 개봉일을 옮길 때마다 국내 배급사들의 신작 개봉 일정이 덩달아 변경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별다른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미키 17’은 지난달 28일 개봉 후 나흘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평균 매출액 점유율은 약 70%다. 티켓 판매액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극장을 찾은 관객 10명 중 7명이 ‘미키 17’을 관람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키 17’의 독주는 이달 말께부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중·대형 배급사의 한국 주요 신작이 연달아 개봉하기 때문이다.

조장호 감독의 스릴러물 ‘스트리밍’이 오는 21일 첫 테이프를 끊는다. 구독자 수 1위인 범죄물 채널을 운영하는 우상(강하늘 분)이 연쇄살인 사건 범인을 추적하며 겪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한 주 뒤인 27일에는 김형주 감독의 스포츠 드라마 ‘승부’가 관객을 찾는다. 바둑계의 전설 조훈현과 그의 제자 이창호의 대결을 담았다. 이병헌이 조훈현을, 유아인이 이창호를 각각 연기했다.

‘승부’는 2021년 촬영을 마치고 2023년 넷플릭스에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유아인이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수사받게 되면서 보류됐고, 결국 극장 개봉으로 가닥을 잡았다. ‘배우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곽도원 주연의 ‘소방관’을 흥행시킨 전례가 있는 만큼 ‘승부’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4월에 접어들면 거의 매주 한 편씩 신작이 개봉하며 ‘불꽃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배우 하정우가 ‘허삼관’(2015)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연출작 ‘로비’는 4월 2일 극장에 걸린다.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원짜리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최근 흥행작이 없는 하정우가 감독 겸 주연 배우로 나선 이 작품으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 달 23일 개봉하는 황병국 감독의 ‘야당’도 흥행할 저력이 있는 작품이다.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강하늘)과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유해진),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박해준) 등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물이다.

매년 봄 극장가를 책임졌던 ‘범죄도시’의 마동석은 올해에는 이 시리즈 대신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로 돌아온다.

내달 30일 첫선을 보이는 이 영화는 악을 숭배하는 집단에 의해 혼란에 빠진 도시에서 악의 무리를 처단하려는 해결사 바우(마동석) 일행의 여정을 담은 오컬트 액션물이다. 악마까지 때려잡는 시원한 마동석 표 액션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는 없지만, 여러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극장가에선 벌써 기대감이 감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천만 영화가 거의 확실한 ‘범죄도시’ 같은 영화는 없는 대신 ‘중박’ 정도는 할 수 있는 여러 작품이 포진한 게 고무적”이라면서 “올해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다가 ‘미키 17’의 흥행세로 영화와 극장에 대한 주목도가 커졌기 때문에 개봉을 앞둔 한국 신작들도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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