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의 미래를 위한 이야기

황인숙 광주시자립지원전담기관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3월 05일(수) 17:24
황인숙 광주시자립지원전담기관장
이번 기고를 준비하기 위해 학창 시절에 봤던 ‘갈매기의 꿈’을 중고 서점에서 다시 사서 봤다. 대부분의 갈매기는 비상의 가장 단순한 사실, 곧 먹이를 찾아 해변으로부터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방법 이상의 것을 배우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갈매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는 것이 아닌 먹는 것이었다. 하지만 갈매기 조나단은 먹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자립청년도 조나단처럼 홀로서기를 위해 각자의 힘겨운 날갯짓을 하고 있어 그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부모의 부재, 학대 등 다양한 이유로 가정을 떠날 수밖에 없던 아이가 아동복지시설(보육원, 그룹홈)에서 보호를 받으며 거주하다가 18세가 되면 보호조치가 종료돼 홀로서기를 준비한다. 이 아동들을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라고 한다. 나는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곳에 근무하고 있다.

자립준비 5년 차인 A청년은 지난 2023년 자립준비청년 커뮤니티 ‘한울’을 설립·운영하며 대표로서 자립준비청년의 공익을 위해 힘썼고, 광주시자립지원전담기관 바람개비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보호 종료를 앞둔 후배의 자립 준비를 도왔다.

B청년은 2023년 처음 만날 당시, 심리적 어려움과 정규직 취업 과정에 지원을 요청했다. 광주시자립지원전담기관은 B청년에게 심리상담, 오피스텔 일부 지원금, 취업을 위한 NCS 교재, 토익 교육비 등을 지원했다. 이 청년은 목표를 세워 사회복지 분야 유명기관의 계약직, 정규직을 거쳐 모 공단의 자립준비청년 전형에 최종 합격이 됐다.

C청년은 대학 졸업 후 일을 하던 중 직업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서 편입을 준비했다. 편입에 성공한 그는 4학기 등록금이 마련에 직면했다. 그는 광주시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협력 중인 디딤돌장학회를 통해 4학기 등록금을 지원받아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학과 수석을 해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처럼 광주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관리 중인 청년의 자립 이야기는 다양하다.

광주지역의 자립준비청년(2025년 1월 기준)은 총 525명으로 동구 63명, 서구 148명, 남구 85명, 북구 113명, 광산구 116명으로 조사됐다. 매년 40여명이 양육시설과 공동생활가정 등 보호시설에서 퇴소 후 자립 준비에 나서고 있다.

광주시자립전담기관은 지난해 자립준비청년의 안정된 자립 성공을 위해 광주시와 시의회, 광주도시공사, 광주시체육회, 광주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전력그룹감사협의회(한전KDN), 빛가람감사협의회(한전KPS) 등 10개 기관과 협업해 자립준비청년 지원 세부 추진 과제를 발표하고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이외에도 광주한방병원협회, 광주도시공사, 광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광주지방변호사회, 호남대학교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자립준비청년의 건강, 심리 정서, 주거, 법률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청년은 본인에게 맞게 미래를 설계하도록 광주시자립지원전담직원이 주거부터 생활, 은행, 취업 등을 하나하나 같이 설계하면서 청년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취업 지원 연령을 현행 23세에서 34세로 상향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권익위는 법령 개정 등을 통해 공공기관 취업 시 가점을 부여하는 자립준비청년의 연령을 34세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위탁가정의 보호를 받다가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며, 현행 아동복지법은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취업 지원 기간을 ‘보호 종료 후 5년’으로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취업 지원 연령이 사실상 23세까지로 제한되면서 자립준비청년이 실제로 활발하게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인 20대 중·후반에는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권익위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자립준비청년이 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 보육원 등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보호 종료 확인서도 온라인으로 발급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라고 권고했는데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함께 키워야 한다’란 아프리카 속담처럼 인구절벽인 한국 사회에서 우리와 함께 있는 자립준비청년에 보다 따스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가 끝까지 보호할 순 없지만 성공된 자립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갈매기의 꿈’ 책자 마무리 부분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그대는 그대 자신이 될 수 있는 자유, 그대의 진정한 자아가 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그 어떤 것도 그 길을 가로막을 수 없다’란 문구처럼 우리 청년이 비상할 수 있는 이곳, 광주시자립지원전담기관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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