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봄 그리고 일상으로 복귀

박정렬 지역사회부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3월 09일(일) 16:35
박정렬 지역사회부장
3월과 함께 봄 소식을 알리는 봄꽃 축제가 전남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남쪽 봄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봄철 지나칠 수 없는 콘텐츠다.

‘2025 섬 홍매화축제’ 지난 6일부터 4일간 신안 1004섬 튤립홍매화정원에서 열렸고, 전남의 대표적 봄꽃 축제인 광양매화축제는 ‘한국의 봄, 광양매화마을에서 열다’를 주제로 지난 7일 광양 다압면 매화마을에서 개막해 10일 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오는 15일에는 노란 산수유꽃의 장관이 펼쳐지는 ‘구례 산수유꽃축제’가 열리고, 신안 섬 수선화축제, 해남 달마고도 힐링축제, 여수 영취산진달래축제, 진도 신비의바닷길축제, 영암 왕인문화축제, 완도 청산도 슬로걷기축제 등 봄꽃과 지역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축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봄 축제 특유의 활기참과 화사한 풍경들은 겨우내 찬바람과 추위에 위축돼 있던 상춘객들에게 힐링과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하지만 올해 축제는 예전과 조금은 다른 풍경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봄꽃 만개 시기가 들쑥날쑥하면서 축제 개막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봄꽃이 화사한 웃음을 선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화 시기가 예측가능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정확한 개화 시기를 가늠하는게 어려워지며 불확실성이 커진 측면이 있다.

이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감이 도사리며 정상적인 일상을 보내는 것이 힘들어졌다.

지난해 12월 3일 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국민의 가슴속에 불안감을 심어주었다. 군 헬기가 국회에 군 병력을 실어 나르고 무장한 군인이 국회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는 모습을 TV 생중계로 전국민이 지켜보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졌다.

위기의 순간에도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가 신속히 대응하며 비상계엄이 해제됐다. 이후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하며 제2, 제3의 비상계엄에 대한 공포를 잠재웠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대통령을 체포·구속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대통령 구속 직후 민주주의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대통령 지지세력들의 불법 난동사태가 발생해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가 고조됐다. 또 헌법재판소에서의 대통령측 변호인과 대통령의 지리한 변론이 거듭될수록 답답함은 쌓여갔다. 전국민이 지켜본 무장 군인의 국회 난입을 아무일이 아닌 해프닝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대통령측의 말들은 육두문자를 내뱉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급기야 지난 8일에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됐던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일상으로의 복귀를 기대하던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다시 불안감을 심어줬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됐다고 봐야 한다며 구속 상태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이 낸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통상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해왔고 영장실질심사로 인해 수사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기간만큼 구속기간이 연장되는 것도 날로 계산해야한다고 주장해왔는데,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고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해온 종래 산정방식이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같은 법원 결정에 대해 검찰은 ‘즉시항고’에도 나서지 않고, 내부 진통 속에서도 구속취소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며 그 의도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게 했다.

일련의 과정은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떠올리게 한다.

답답함이 일상을 다시 장악했다. 속을 뻥 뚤어줄 사이다가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의 평의가 마무리되면 조만간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선고가 열릴 예정이다.

남도의 봄을 만끽하고 축제를 즐기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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