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돌담, 우리의 문화와 정체성을 이어가다

최미숙 전남도의원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3월 10일(월) 09:49
최미숙 전남도의원
돌담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조상들의 지혜와 삶의 흔적이 깃들어 있으며, 지역 정체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 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그 가치는 여전히 빛나고 있다. 돌담을 보존하고 그 의미를 재발견하는 노력은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고 후세에 소중한 유산을 전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

돌담은 조상들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생존을 위해 쌓아 올린 구조물이다. 필자의 고향인 전라남도 신안군의 돌담은 자연석을 활용하여 섬마을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생활을 보호하고 강한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왔다. 돌담은 단순한 경계를 표시하는 기능을 넘어, 지역의 문화와 정서를 담아낸 미적 요소이기도 하다. 지역에 따라 강담(돌만으로 쌓은 담), 토담(돌과 흙을 섞어 쌓은 담) 등 다양한 형태를 지니며, 이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역사적 맥락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오늘날 돌담은 시멘트 벽과 블록 담장으로 대체되면서 점차 그 자취를 잃어가고 있다. 돌담을 쌓던 기술자도 점점 사라지고 있어 복원 작업 또한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이에 전남도 신안군은 2019년 ‘돌담 보존 및 정비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며 돌담 보존을 위한 체계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 조례는 기존 돌담의 보수, 신규 돌담 설치, 시멘트 담장을 돌담으로 개축하는 사업 등을 지원하며, 매년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돌담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역 주민들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진도군과 여수시도 관련 조례를 시행하며 돌담 보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돌담 보존은 지역 경관을 아름답게 하고, 중요한 관광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돌담은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돌담을 중심으로 한 문화 관광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돌담은 교육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닌다. 돌담을 통해 우리는 조상들의 삶의 방식을 배우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돌담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민, 정부, 학계가 함께 협력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주민 참여형 보존 사업이 중요하다. 돌담은 지역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보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돌담 관리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주민들이 주도하는 마을 공동체 단위의 돌담 복원 사업을 장려해야 한다. 특히, 일정한 문화적·역사적 가치가 있는 돌담을 대상으로 우선적인 보존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이 돌담의 가치와 보존 필요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선정된 돌담에 한해 정비와 복원 지원이 제공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개인 소유지 내 돌담보다는, 공공성이 높고 지역 경관을 형성하는 주요 돌담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전통 기술의 전수 및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돌담을 쌓는 기술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작업이므로, 이를 보존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문화재청 등이 협력하여 돌담 복원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돌담 보존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매뉴얼을 제작하고, 기술자 양성을 위한 실습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또한, 기존의 전통 석공들을 지원하여 기술이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셋째, 현실적인 법적 지원과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돌담 보존 조례를 통해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보다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돌담이 밀집한 지역을 ‘전통 경관 보전 구역’으로 지정하여 보존 대상 지역을 명확히 하고, 보존 지역 내에서 시멘트 담장으로의 변경을 제한하는 등의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돌담 유지·보수를 위한 지원 제도를 도입하고, 예산 확보를 위해 국가공모사업 등을 추진하여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돌담은 단순한 돌과 흙의 조합이 아니다. 조상들의 삶과 지혜,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를 담고 있는 유산이다. 이러한 가치를 지켜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전라남도를 비롯한 모든 지역에서 돌담 보존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과 주민들의 참여가 요구된다. 우리의 돌담이 세월을 넘어 계속해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지금이 그 가치를 재발견하고 보존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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