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학교 안전법과 졸속대처 문종민 전 광주체육고 교장
광남일보@gwangnam.co.kr |
2025년 03월 11일(화) 17: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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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학생들의 호연지기를 기르고 힘든 과정을 극복하기 위한 수련회 등 야외 체험학습이 시행될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학교에서는 예정했던 체험학습 등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기 위해 학사일정 수정 논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최근 강원 지역 교사들이 체험학습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로 인해 유죄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안전법에는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많은 맹점이 도사리고 있다. 안전조치의 ‘완벽한 이행’의 불명확한 기준, 교사들에게 과도한 법적 부담 전가, 교사 보호 장치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최소한 이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으면 다양한 학습 기회를 박탈당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그렇다면 정부 당국에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우선 ‘안전조치를 다한 경우’의 명확한 기준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 또한 체험학습 시 ‘안전 전문 인력 배치’를 의무화해 교사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아울러 체험학습 관련 법적 면책 범위를 확대해 민·형사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면 이 사태를 바라보는 광주시교육청의 입장은 무엇인가.
광주시교육청이 추진하는 대책은 학교 현장학습을 교내에서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안전한 교외 활동을 위한 보조 인력 채용을 검토하며, 업무협의회를 통해 지원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적이고 교육의 본질을 망각한 대책이다. 즉 교내 실시 권고는 형식적으로 실시하라는 취지로 인식돼 체험학습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 체험학습은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실질적인 학습 기회를 얻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고 탐구하는 기회를 잃게 되면,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또한 ‘다양성 추구’라는 교육감의 철학에도 반하는 조치다.
다음으로 보조 인력 추가 채용은 실질적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보조 인력이 안전관리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느냐의 문제다. 단순한 보조 인력 추가보다, 전문적인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 더구나 ‘검토’라 함은 생각뿐이라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업무협의회 및 한시적 지원 확대’는 깊이 고민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업무협의회는 행정적인 논의일 뿐 법적 책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영향을 주지 못하며, 지원 확대 역시 한시적이므로 언제든지 중단할 수 있다는 의미이니 지속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
교육청은 실효성 없는 정책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사의 법적 보호 장치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 학교안전법 및 관련 조례를 현실에 맞게 개정해 법적 불안을 해소함은 물론 최소한 안전 대책 매뉴얼을 준수했을 경우 면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간제 등 일반 보조 인력 보강은 교사들에게 또 다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자격과 자질이 부족한 인력 그 자체가 위험 요소다. 즉 응급구조사, 안전관리 전문가여야 하고 학생 규모와 상관없이 동행이 의무화 되어야 한다.
교육청은 안전 전문가가 배제된 대안을 내밀지 말고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불가항력적 경우는 사고대처 능력이 없는 교사들이 다툼에 고통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법률 및 조례 등에 명시해야 한다. 이런 경우 교육청이 소송을 대리하고 배상도 책임지겠다는 공문을 각급학교에 시행할 생각은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