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픔 '11번째 봄'…광주 시민들이 기억해요"

풍암동 마을공동체 ‘풍두레’
2014년부터 희생자 피케팅
기억·책임 강조 추모 목소리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양홍민 기자 yhb9792@gwangnam.co.kr
2025년 04월 15일(화) 18:56
15일 광주 서구 풍암동 주민으로 구성된 ‘풍두레’는 풍암사거리에서의 피켓팅으로 세월호 304명의 희생자를 추모했다.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과 고통을, 광주 시민들이 기억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7시50분 광주 서구 풍암사거리.

등굣길 학생들과 출근길 차량들 사이로 노란 피켓을 든 시민 10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들은 풍암동 주민들로 이뤄진 마을공동체 ‘풍두레’다.

피켓에는 ‘기억해야 반복되지 않습니다’, ‘기억·책임·약속’,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목소리가 적혀 있다.

지난 2014년 9월1일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광주지역 촛불행동이 중단되자 ‘풍암동에서라도 이어가자’는 뜻으로 ‘풍암촛불모임’을 결성했고, 이듬해 명칭을 변경해 풍두레를 출범시켰다.

이후 풍두레는 매주 수요일마다 풍암동 일원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었고, 풍암사거리에서 피케팅을 진행했다.

주태석씨(54)는 “비·눈과 강한 바람이 이어지는 날이나 명절 아침에도 당번을 정해가며 운영했고, 그동안 한 명도 빠지지 않아 800회가 넘었다”며 “하루라도 기억하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해마다 다시 거리로 나온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앞둔 15일 오전 광주 서구청 광장 화단에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직원들이 노란 바람개비 304개를 바라보며 추모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이어 “이제는 습관이 됐다. 추운 날이면 ‘그 바다는 얼마나 더 추웠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오늘 하루라도 세월호를 떠올린다면, 그걸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을 지나던 학생, 직장인 등 광주시민들은 이들의 피케팅에 대해 다양한 반응으로 공감해 줬다.

어떤 이는 차창 너머로 고개를 숙였고, 또 어떤 이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그들의 모습을 담았다. 발걸음을 멈춘 일부 행인은 피켓에 적힌 문구를 입으로 곱씹기도 했다.

김지연양(18)은 “학교에서 세월호에 대해 배우긴 했지만, 막상 거리에서 이렇게 보니까 마음이 무겁다”면서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풍두레는 풍암저수지 산책로 인근에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이름이 적힌 노란 현수막도 설치했다.

박종평 풍두레 대표는 “이름 하나하나는 단지 글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책임이다. 기억하는 것이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월호는 우리에게 말이 아닌 실천의 힘을 보여줬다. 연대는 구호가 아니라 행동이라는 과제를 알려줬다”고 강조했다.

한편, 풍두레는 이 같은 추모와 기억을 지역의 안전을 실천하는 행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통학로 개선, 범죄 사각지대 점검, 청소년 보호활동 등으로 세월호 이후 지역 공동체가 해야 할 몫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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