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혼자가 아닌 함께, 더 따뜻한 광주 동구를

김정애 광주 동구 복지정책과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4월 28일(월) 19:38
김정애 광주 동구 복지정책과장
얼마 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연극 배우 손숙은 올해 81세로 스스로 본인의 사진과 물건 등을 정리하며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웃으면서 자신의 납골당을 준비하고 ‘우리집’이라 표현하며 가끔 들러본다고 이야기하는 손숙의 얼굴은 소녀처럼 해맑았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슬퍼하기보다는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웰다잉(Well-Dying)’이 하나의 문화가 돼가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맞춰 광주 동구가 추진하고 있는 ‘동구형 유품 정리-나비(나눔과 비움) 활동가’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내 삶을 영위하고 있는 동안 나의 유품을 정리하고, 개인의 생활공간을 쾌적하게 유지 할 수 있도록 돕는 ‘나비활동가’는 지역의 순수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동구의 유품정리사’다.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나비활동가’는 정리수납전문가 2급 과정과 유품 정리, 장례학 개론 등의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건강한 삶의 마무리 준비를 돕는 활동으로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따뜻한 동구 공동체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집안 구석구석 켜켜이 쌓인 물건들을 정리하며 그 속에 담긴 내 삶의 희로애락을 회고하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아름답게 마무리할 지를 생각하게 되는 인문도시 동구다운 깊은 철학이 담긴 사업이다. 나비활동가로 활동 중인 한 주민은 고독사 인식 개선을 위한 주민 교육을 자처하고 나서며 ‘잘 죽는 방법을 알게 되면 잘 사는 방법을 알게 된다’는 미국의 사회학자 모리 슈워츠 교수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지역 사회는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새로운 복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가 단절된 채 홀로 살아가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고독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문제, 사회적 단절이 복합적으로 얽힌 취약계층의 고독사는 점점 더 심각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동구 역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1인 가구 비율이 광주 5개 자치구 중 가장 높게 분포한다는 통계치를 보면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물론 1인 가구라고 하여 모두가 고립 위기 가구라는 편견을 가져서는 안되지만 개인주의 성향과 사회적 고립을 택하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현실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좁고 낙후된 공간에서 홀로 살아가는 이들은 사회와 단절된 채 지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망 후 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나의 죽음을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게 하는 ‘죽음의 에티켓’이라는 책에서 ‘죽음은 개인적인 사건이지만, 그 과정과 이후의 일들은 철저히 사회적인 것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고독사의 문제는 단순히 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의 관계망이 약해진 결과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하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동구는 이미 지난 해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간 고독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연령대인 40세 이상 중·장년을 1인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선제적으로 실시했다. 고독사 위험군을 고·중·저 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중·고위험군 1830명에 대해 다양한 방법의 안부 서비스와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연계했다. 중·장년 1인 가구 전수조사 설문 항목에서 중·고 위험군으로 분류된 대상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안부묻기 및 관심 가져주기’였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사회, 고독사 없는 동구를 만들기 위해 동구는 주민이 사회적 관계망 안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다양한 분야의 단체와 힘을 모으고 있다. 가톨릭 광주사회복지회, 동구 기독교 교단협의회, 동구 불교협의회, 원불교 광주교당 4대 종교단체가 함께 하는 ‘4대 종단 복지활동가’를 양성해 고립위험가구의 안부를 묻고 이웃의 위기가구 징후를 더 빠르게 발견하고 복지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주거상황을 관찰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와 함께하는 ‘우리동네 복지보안관’, 정보취약가구의 정서지원을 위한 ‘행복신문 배달사업’, 돌봄이웃의 소소한 집수리를 주민 자원봉사로 수리해 주는 ‘우리동네 복지홍반장’, 한전 전력데이터를 활용해 위험징후를 감시하는 AI안부전화 등 지역사회 협력을 통한 복지정책으로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복지정책을 추진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고독사 없는 사회, 존엄한 삶과 죽음이 보장되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주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45836707506140129
프린트 시간 : 2025년 04월 29일 01:2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