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러·우크라 협상 발판?…北파병 시인 배경에 촉각

전승절 방러 염두한 운 띄우기 가능성 제기
‘우크라 휴전 카드’ 없애 트럼프 중재 협상 주도권 확보

연합뉴스 @yna.co.kr
2025년 04월 29일(화) 06:16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 [타스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와 북한이 침묵으로 일관하며 시인하지 않던 북한군의 쿠르스크 파병을 돌연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미국의 종전 합의 압박을 받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꺾기 위해 쿠르스크 해방을 강조하고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북한군 부대는 우리 영토를 침공한 우크라이나 신나치 부대를 격퇴한 전투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며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북한도 이날 조선중앙통신의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서면 입장문 보도를 통해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제기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정황에 대해 북러가 일제히 인정한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26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쿠르스크 해방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북한군 참전을 처음으로 공개 확인했다.

일각에서는 북러가 북한군 파병을 거의 동시에 인정한 것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답방을 위한 운 띄우기 작업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평양에서 정상회담하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을 체결했다. 북러가 이 조약에 명시된 유사시 상호군사원조(제4조)에 따라 북한군을 파병한 것이라고 강조하는 만큼, 이번에 김 위원장의 러시아 답방으로 양측의 군사 동맹 관계를 재차 강조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이 올해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속해서 제기된 가운데 다음 달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은 유력한 김 위원장의 방러 시기로 지목돼 왔다.

러시아는 전승절 80주년인 올해 4년째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승리 분위기도 강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작전을 직접적으로 도운 북한은 전승절 기념식에 동참할 명분을 확보했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직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접촉 계획이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가 북한군의 지원으로 쿠르스크 탈환을 달성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하는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쿠르스크 해방 보고를 받은 뒤 “우크라이나의 모험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에서 입은 막대한 피해가 전선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군사전문가 빅토르 리토프킨은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현재 군사적 주도권은 러시아에 있다”며 “쿠르스크 해방은 우크라이나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사기를 꺾는 강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립고등경제대학 지중해연구소의 티그란 멜로얀도 쿠르스크 수복으로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이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8월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 쿠르스크를 기습적으로 점령해 이 영토를 향후 휴전 협상의 카드로 활용하려는 계획이었다. 러시아로선 본토 일부를 빼앗긴 상태에서 휴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쿠르스크에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쿠르스크 탈환을 공식 발표한 만큼 미국의 휴전안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로디온 미로시니크 러시아 외무부 키이우 정권 전쟁범죄 감독 특사는 이즈베스티야에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트럼프 계획안’을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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