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앞 시민 죽음 못 막아…끝까지 함께 못해 후회"

'푸른 눈의 시민군' 데이비드 돌린저
‘광주 명예시민’으로 선정…도청 시민군과 생사고락
"5·18, 더 나은 미래 위한 광주시민의 희생·몸부림"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2025년 05월 14일(수) 18:20


[‘푸른 눈의 시민군’ 데이비드 돌린저]

“도청 앞 시민 죽음 못 막아 매일 후회”

‘광주 명예시민증’ 수여

도청 시민군과 생사고락

“광주정신 민주주의 수호”



“1980년 5·18민주화운동은 더 나은 미래사회를 만들기 위한 광주시민의 몸부림이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푸른 눈의 시민군’ 데이비드 돌린저가 45년 만에 광주시민이 됐다.

14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은 이날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돌린저의 공로를 인정해 ‘광주 명예시민’으로 선정, 시민증을 수여했다.

이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돌린저는 “1980년 5월은 자신을 다시 깨어나게 한 날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5월24일 밤, 도청에서 군 동향 파악용 무선 감청을 하며 신군부의 불시 공격에 대비하면서 퇴역 군인, 대학생 2명과 함께 얘기를 나눴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퇴역 군인은 자녀를 위해, 대학생들은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전하기 위해 변화를 가져오려고 했다. 이들의 모습은 내가 당시 광주시민의 희생을 잊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윤상원 열사에 대해서는 카리스마가 넘쳤고 타고난 리더로서 자질을 갖춘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돌린저는 “윤 열사를 처음 만난 것은 도청에서 열린 학생수습위원회 회의에 초대받았을 때였다”며 “그가 위원회를 통솔하는 모습은 리더로서 아우라가 넘쳤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나에게 했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광주시민의 행동’이라는 말이었다”며 “윤 열사의 모습은 당시부터 지금까지 내 삶의 롤모델이 됐다”고 밝혔다.

당시 기독병원에서 한 의사가 보여준 환자의 X-레이 사진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총탄이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엉덩이로 관통한 모습의 X-레이 사진을 보고, 신군부의 시민군을 향한 헬기 사격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돌린저는 “환자에게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해 쏜 총상의 흔적이 있었다. 당시 도청 인근 건물이 높지 않아 헬기에서 쏜 것으로 추정된다”며 “실제 총격을 가하는 모습을 목격하진 못했지만 헬리콥터가 도청 주변에서 맴돌았던 점 등을 감안하면 헬기 사격은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5·18폭동’, ‘5·18소요사태’ 등 일각에서 여전히 주장하는 왜곡과 폄훼에 대해서는 납득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폭동이라는 말을 인정할 수 없다. 5·18은 부당한 국가 권력에 저항한 항쟁이었다. 당시 광주는 항쟁 상황이었지만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돌린저는 항쟁 마지막 날 시민군과 함께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며 울먹였다.

돌린저는 “5·18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지금까지 해 온 일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 도청 앞 시민들의 죽음을 막지 못해 지금도 매일 후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명예시민증을 받은 돌린저는 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미국평화봉사단(Peace Corps)의 일원으로 광주에 머물렀다.

80년 5월16일 금요일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남 영암에서 버스를 타고 광주에 온 그는 18일 일요일 아침, 계엄령이 선포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같은 미국평화봉사단이었던 팀 원버그(Tim Warnberg)에게 계엄군이 얼마나 잔혹하게 광주시민을 진압하고 있는지 들었다.

영암으로 돌아간 돌린저는 옛 전남도청 앞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자행됐던 21일 다시 광주로 향했다.

24일 제2차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린 날에는 ‘5·18 최후 항전지’인 옛 전남도청에서 윤상원 열사의 요청에 시민군과 함께 밤을 지새며 라디오를 타고 영어로 전해지는 군인들의 움직임을 시민군에게 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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