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정신으로 국민통합…헌법 전문에 반드시 수록"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함께, 오월을 쓰다’ 주제
이주호, 역대 첫 권한대행 참석…"진정한 국민통합 길 열어야"
대선후보·각계, "5·18 정신, 민주주의 역사 남겨야" 한목소리

장승기 기자 sky@gwangnam.co.kr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2025년 05월 18일(일) 18:05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서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등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제45주년 기념식이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함께, 오월을 쓰다’를 주제로 거행됐다. 대통령 궐위 상황 속에서 치러진 이번 기념식은 정부 대표로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여야 대선 후보들과 각계 인사들이 한목소리로 ‘5월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강조하며 그 의미를 되새겼다.

기념식에는 5·18 민주유공자와 유족, 정부 주요 인사, 학생 등 약 2500명이 참석했다. 대통령 궐위 상황에서 정부 기념식이 열린 것은 처음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임시 국정 운영을 맡고 있는 이주호 권한대행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2017년 조기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열흘 만에 기념식에 참석한 바 있다.

올해 기념식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신했던 1980년 5월 광주의 항쟁을 현재와 연결하며 그 가치를 되새기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행사에서는 ‘영원한 기억’을 주제로 한 여는 공연을 비롯해, 기념 영상 ‘내일을 쓰다’, 대합창 ‘함께 걷는 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이 40여 분간 진행됐다. 특히 여는 공연에서는 고 문재학 열사와 고 윤상원 열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오월 정신의 인간적 면모를 조명해 큰 울림을 자아냈다.

이날 기념사에서 이주호 권한대행은 “45년 전 오월의 광주가 보여준 연대와 통합의 정신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이라며 “다름을 존중하고 아픔에 공감하며 국민통합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는 오월 정신을 국민과 함께 가꾸고 미래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수년째 공론화되고 있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

대신 대선 후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5·18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난해 12·3 계엄 사태에서 지금을 구한 정신”이라며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반드시 수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념식 직전 SNS에도 “헌법에 민주주의의 산 역사를 명시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부마항쟁, 6·10항쟁, 촛불혁명 등도 함께 헌법에 반영하는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역시 “5·18 정신 헌법 수록에 꾸준히 긍정적 입장을 표명해왔다”며 “개헌이 추진된다면 당 차원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모든 민주화 과정을 나열하는 방식이 타당한지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도 별도의 메시지를 통해 “오월 정신은 대한민국 진보의 고귀한 씨앗”이라며 “그 가치를 헌법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념식에는 불참했지만, 전날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측도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5·18 정신은 민주당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며 초당적 계승을 약속했다. 다만, 김 후보는 광주 방문 중 “5·18 정신 아래 어떤 부패도, 어떤 독재도 있을 수 없다”며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을 겨냥해 5·18 정신 해석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기념식 말미에는 광주시립합창단과 나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대합창과 함께,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손을 맞잡고 제창하며 오월 영령들을 추모했다.

이 권한대행을 비롯해 이재명, 이준석 후보와 오월어머니회 회원들도 함께 손을 흔들며 곡에 화답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오른손을 들어 흔들며 오월 정신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기념식을 마친 참석자들은 희생자 묘역과 유영봉안소 등을 차례로 참배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산화한 열사들의 넋을 기렸다.

한편 정부가 주관하는 5·18 기념식은 1997년 5·18 민주화운동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매년 5월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기념식은 헌법 수록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치러진 만큼, 향후 정치권의 실천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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