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전체험교육, 정년을 보장하는 생명의 공부
광남일보
2025년 05월 20일(화) 14:15
장태열 안전보건공단 광주광역본부 익산안전체험교육장 관장
[기고]안전체험교육, 정년을 보장하는 생명의 공부

장태열 안전보건공단 광주광역본부 익산안전체험교육장 관장



오늘도 산업현장에서는 근로자의 비극이 현재 진행형이다. 매일 아침, 작업복을 걸친 채 현장으로 향하는 근로자는 ‘오늘도 무사히’를 마음속으로 읊조린다. 그 바람은 너무도 소박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89명의 근로자가 끼임, 떨어짐, 질식 등의 사고로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전년도 598명보다 소폭 줄었을 뿐, 여전히 하루 평균 1.6명이 일하다가 사망하는 꼴이다.

근로복지공단 노동연구원의 추계에 따르면 산업재해가 우리 사회에서 매년 삼십조원 안팎의 손실을 빨아들인다고 한다. 병원비, 보험료 상승, 생산 중단, 대체인력 투입, 기업 이미지 추락까지 고려하면 한 건 당 수억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비용보다 뼈아픈 것은 ‘막을 수 있었다’라는 후회다.

결국 중대재해가 남기는 상처는 개인의 생사에 그치지 않는다. 2022년에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형사 책임까지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고 사업주와 경영층의 부담 또한 가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 규제와 단속만으로는 현장의 습관화된 위험 행동을 뿌리 뽑지 못한다.

문제는 바로 전통적인 안전교육의 한계다. 강당에서 파워포인트를 넘기며 귀로 듣고 눈으로만 보는 교육은 ‘이수’라는 기록으로 남지만 인간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규정은 머리에 남아있더라도, 몸은 위급한 순간에 익숙해진 동선을 따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에드가 데일의 ‘학습의 원추’ 이론이 이를 명쾌히 설명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읽은 내용의 10%, 들은 내용의 20%만 2주 뒤 기억하는 반면, 직접 행동하며 경험한 것은 90%를 기억한다고 한다.

안전 행동이 머리에서 손과 발로 이식되려면 ‘아, 위험하구나’가 아니라 ‘내가 떨어져 봤다’라는 생생한 감각이 필요하다.

즉, 체험형 학습만이 작업자의 근육 기억에 안전을 각인한다. 강의자료나 동영상 학습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현재 안전보건공단에서 운영 중인 익산, 여수, 제천, 담양 안전체험교육장은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특히, 익산안전체험교육장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50가지의 체험은 정년까지 보장해 주는 생명의 공부다.

철골 작업 중 실제 떨어져 몸으로 느끼게 하는 떨어짐 VR 체험, 비계 위 작업 발판에서 작업하는 중에 안전난간이 넘어가는 체험, 실제 가동되는 롤러기, 컨베이어, V 벨트에서 끼임을 체감하는 체험과 더불어 지게차 급선회로 인한 전도, 밀폐된 탱크 내부에서 산소농도를 측정하고 환기하거나 인체 감전 등과 같은 전기안전까지 체험해 볼 수 있다.

4D 기술로 구현한 프레스, 컨베이어, 지게차 작업 중에 발생하는 사고사례까지 체험교육 참여자는 위험을 보는 것을 넘어 직접 당해본 듯 생생한 감각으로 체득한다.

이제는 발상을 바꿔야 할 때이다.

안전은 ‘내일의 목표’가 아니라 ‘오늘의 행동’인 것이다. 작업복을 입은 모두가 목숨을 담보로 일터에 서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 출발점은 몸으로 먼저 위험을 경험해 보는 것이다.

안전체험교육장은 위험을 미리 겪어 보고, 같은 위험을 두 번 다시 겪지 않도록 만드는 유일한 ‘교실’이다. 기업과 기관, 나아가 사회 전체가 이 ‘교실’로 발걸음을 옮길 때 비로소 ‘사고 없는 일터’는 더 이상 슬로건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체험형 안전교육은 결코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훈련에는 돈이 들지만, 사고에는 목숨이 든다. 손익계산서를 넘겨보면 사고를 한 건만 줄여도 투자비의 몇 배가 되어 돌아온다. 더 본질적인 가치는, 매일 저녁 퇴근 후 가족에게 돌아가는 ‘생명의 지속’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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