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30주년 기획-전남 해상풍력] 전남서 시작된 바람, 대한민국 미래 연다

청정에너지 산업 중심지·글로벌 해상풍력 허브 도전
‘아시아·태평양 최대 규모’ 신안 집적화단지 조성 중
국내 최초 도민 주체적 ‘에너지 기본소득’ 모델 제시

박정렬 기자 holbul@gwangnam.co.kr
2025년 05월 22일(목) 17:57
전남해상풍력 발전단지 전경
타워조립
선적(나셀)
타워설치
블레이드설치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목포 신항만 해상풍력 배후부지 현장을 관계자들과 둘러보고 있다.
전남도청 왕인실에서 전남도-덴마크 해상풍력 협력 포럼이 개최된 가운데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사브리나 미어손 마이네케 주한덴마크 부대사, 아이너 옌센 CIP 글로벌 대외협력대표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전남도는 그 바람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전환점에서 전남은 해상풍력을 통해 에너지 혁신의 중심에 서 있다. 전국 해상풍력 잠재량의 32%에 해당하는 125GW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평균 풍속 7.2㎧, 수심 40m 이내의 얕은 해역, 6500㎞에 달하는 해안선까지 전남은 자연이 준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전남의 강점은 풍부한 바람과 지리적 여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해상풍력 산업을 키우기 위해 지자체, 기업, 주민이 함께 움직이고 있어 점차 산업 기반이 갖춰지고 있다. 전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발전의 청사진과 국내를 넘어 세계 에너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청사진을 들여다 봤다.



△전남도, 해상풍력 특별법 실현 선도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해상풍력 사업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이 아니라 인허가 절차였다. 허가를 받고, 주민과 협의하고, 송전망을 연결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일이 흔했다. 정책은 늘 현장보다 한 발 늦은감이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침내 마련됐다. 올해 3월 공포된 ‘해상풍력 보급촉진 및 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해상풍력특별법)은 해상풍력 개발의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 이 법은 개발을 ‘계획’에서 출발하도록 설계해 정부가 예비지구를 지정하고 인허가 절차를 통합·심의하며, 민간과 주민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체계화했다.

하지만 아직 시행령과 하위법령 등 구체적 실행 체계는 마련 중에 있다. 실질적인 제도 운용을 위해서는 관계 부처와 지자체 간의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향후에는 입지·계통계획과의 연계, 지역 수용성 확보 방안, 주민참여 모델의 설계 등 다양한 세부사항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다뤄줘야 한다.

전남도는 특별법 시행 초기 단계부터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책 실현의 주체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해상풍력 특별법과 함께 통과된 전력망 특별법을 기반으로 전력망 구축을 앞당겨 RE100을 추진하는 글로벌 기업 유치, AI 슈퍼클러스터 허브 등 첨단 프로젝트에 안정적인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안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지정…조성 본격화

올해 4월 신안 해역이 아시아·태평양 최대 규모의 단일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로 공식 지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총 설비용량 3.2GW, 민자 투자 20조원 규모의 단지를 승인했으며, 이는 원자력발전소 3기에 해당하는 용량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총 10개 단지로 구성된 이번 사업은 민관 협력을 통해 주민 수용성과 환경성, 입지 타당성을 확보한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단지 내 공동접속설비가 구축될 예정이어서 계통 연계와 사업 효율성도 크게 향상될 예정이다.

전남도는 이를 계기로 해상풍력 보급 확대, 발전단가 절감, 경제성 확보 등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력계통협의체를 통해 송·변전망 구축 과정에서의 갈등도 최소화할 예정이다.

이번 지정으로 연간 약 2450억원 규모의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도민 에너지 기본소득 실현의 재원이 될 것이다. 아울러 여수·고흥 등 동부권과 영광·진도 등 서남해권을 아울러 30GW 규모로 해상풍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전남도는 신안 집적화단지를 단순한 발전소가 아닌 해상풍력 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기자재 산업과 RE100 수요 기업을 전남 지역에 유치하고, 3만여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상풍력과 조선업을 연계한 산업 융합 생태계를 조성하고, 전남을 아시아·태평양 재생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도민이 주인되는 전남형 에너지 기본소득

전남도의 해상풍력 정책은 단순한 전력 생산을 넘어, 도민이 이해당사자가 아닌 실질적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다. 전남도는 재생에너지 수익을 도민에게 환원하는 ‘에너지 기본소득’ 모델을 국내 최초로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해상풍력 16GW, 태양광 5.8GW 등 총 23.2GW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조성해 연간 1조원 규모의 수익을 도민에게 분배할 계획이다. 1인당 약 50만원의 기본소득을 목표로 추진중이다. 단순한 복지를 넘어 인구 유입, 청년층 유치 등 지역 활력을 위한 사회적 투자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남도는 도민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펀드’를 현재 계획중이며, 실제로 신안군 등지에서는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이 실현되고 있다.

또 도내 전 시·군으로 도민참여 조례를 확산하고, 공공기관 출자 사업에도 REC 추가 인센티브가 적용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영농형 태양광, 유휴지 태양광 등 다양한 모델을 통해 발전원을 다변화하고, 관련 법적 기반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전남형 에너지 기본소득은 단순한 시혜가 아닌, 지역 중심의 에너지 전환과 사회경제 재편을 위한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산업-지역-세계 잇는 ‘전남 해상풍력’

전남의 바다는 풍력 자원을 넘어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을 품은 산업의 항로로 주목받고 있다. 바람을 에너지로 전환하고, 그 에너지를 산업과 지역, 세계를 잇는 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2024년 4월 세계 최대 해상풍력 터빈 제조사인 베스타스(Vestas)는 전남도와 약 3000억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목포신항 인근에 해상풍력 터빈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이와 연계해 국내외 해상풍력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목포신항과 해남 화원산단을 중심으로는 타워, 블레이드, 전선, 설치선 등 해상풍력 주요 기자재 산업의 집적화를 위한 기반 조성을 단계적으로 준비 중이다. 더불어 해상풍력에너지연구소, 유지보수 전문 교육기관, 산학연 기술개발 거점 등 다양한 연계 시설들도 준비하고 있다.

전남은 해상풍력 산업을 단지 지역경제 활성화의 방편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 산업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정부·지자체 간 협력체계가 점차 구체화되며, 전남은 향후 아시아·태평양 시장과의 연결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지속적인 기반 마련에 힘쓰고 있다.

전남은 해외 선진 사례를 참고하며, 우리 지역에 맞는 해상풍력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전략적 시도를 병행하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산업이 기존 산업구조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해외 도시들의 사례는 전남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덴마크의 오덴세는 조선업 쇠퇴 이후, 해상풍력 산업을 통해 기술·물류·인력·국제 협력을 아우르는 에너지 복합기지로 재도약한 도시이다. 전남 역시 오덴세처럼 기존 조선·기계 산업과 해상풍력 산업의 연계를 모색하며, 에너지 전환 시대에 걸맞은 지역 산업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강상구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해상풍력은 단지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 아니라 도민과 기업, 미래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다”며 “전남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holbul@gwangnam.co.kr         박정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47904265507932000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23일 08: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