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30주년 축화·축시]스스로 경계 지우며 오월은 언제나 무등에서 온다

詩·박두규 ‘빛의 고을, 우리의 꿈은 무엇인가’ 그림·하루K ‘편집된 산수’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5월 22일(목) 18:22
박두규 시인
빛의 고을, 우리의 꿈은 무엇인가



박두규



어둠 속 안개 자욱한 빛의 고을

새들의 날개깃도 촉촉이 젖어

고단한 일상의 끝에서 우울한 잠이 들면

무등을 빠져나온 어둠 속 물줄기 하나

배고픈 다리를 건넌다.

위기와 절망의 시절이 아니래도

무등은 매일 거리로 내려와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고을의 안부를 물었다.

스스로의 경계를 지우는 것부터가

무등無等의 시작이어서

경계가 무너지는 자리에

입석立石과 서석瑞石이 들어서고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무등無等의 높이를 살았다.



빛의 고을은 그렇게 오월을 맞았고

우리는 지금껏 그 오월을 살았다.

그래서 빛고을의 봄은

꽃이 피어 봄이 아니라

그 고운 꽃들이 다 져야 비로소 봄이다.

고통도 절망도 나누어 짐 질 수 없는 것들이

어떻게 꽃을 피우는가.

서로에게 가는 길도 잃고

오랜 그리움마저 사라진 사나운 짐승이 되어

무엇을 봄이라 노래할 건가.

아, 빛의 고을은 꽃이 피어 봄이 아니라

그 고운 꽃들이 다 져야 비로소 봄이다.



그리하여 빛고을의 봄과 그 오월은

언제나 무등으로부터 온다.

빛의 중심에서 항상 우리를 일깨우는

무등의 푸른 대답으로부터 온다.

세상을 향한 우리의 꿈은 무엇인가?

비가 오면 모두 함께 비를 맞는 것이지.

눈이 오면 모두 함께 눈을 맞는 것이지.

사람들을 향한 우리의 꿈은 무엇인가?

어머니의 눈물 닦아드리는 것이지.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스스로를 향한 나의 꿈은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내 얼굴 찾는 것이지.

잃어버린 우리 마음 찾는 것이지.







하루 K 作 ‘편집된 산수’(무등산주먹밥)
시·박두규



△전북 임실 출생 △1985년 ‘남민시’(南民詩) 창립동인 △1992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집 ‘사과꽃 편지’, ‘당몰샘’, ‘숲에 들다’, ‘두텁나루 숲, 그대’, ‘은목서 피고 지는 조울의 시간 속에서’·산문집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등 △20여 년간 전교조 조직 활동가로 복무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공동대표 △2014년 전남자연과학고에서 명예퇴직 △문화신문 ‘지리산 人’ 편집인 △순천에 머물며 창작활동





하루 K 작가


그림·하루 K(본명 김형진)



△광주출생 △홍익대 미술대학(한국화 전공) 졸업 △개인전 20회 △단체전 국내외 다수 △2019년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서 개인전 △의재문화재단·광주시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작가로 참여 △미래엔 등 세군데 출판사에 발행된 미술교과서(4종)에 작품 수록 △광주시내버스 첨단 2번 버스에 ‘맛있는 산수’가 부착 소개 △인도네시아 메이저급 갤러리 스리사산티 갤러리 창립 30주년 기념전 출품 △‘월드아트두바이’ 등 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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