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희생자’ 재심 항소심도 무죄…유족 울분 고 김용덕씨 불법체포·연행…과거사정리회도 인정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
2025년 05월 27일(화) 1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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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청구인 김용덕씨 씨의 딸이 무죄 선고 직후 법정 밖으로 나서자 참았던 울음을 흘리고 있다. |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2형사부 이의영 재판장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심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여순사건 피해자 고 김용덕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김씨는 1948년 10월27일 영장 없이 경찰에 불법 체포됐다. 이후 김씨는 귀가하지 못했고 현재까지 행방불명 상태다. 과거사정리위원회도 고인이 군경에 의해 불법 체포된 것을 인정했다.
재심 1심을 맡았던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피고인이 불법적으로 연행된 점이 인정되며, 위법한 체포·구속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은 불법 수집 증거로 법적 증거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가 1950년 3월2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금고 3년을 선고받았고, 체포와 선고 사이에 1년 4개월의 시간 차가 있어 불법 학살당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판결에 불복했다. 이후 집행된 영장은 ‘적법하다’며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과 동일한 무죄를 판결했다.
체포가 적법하기 이뤄졌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는 데다 체포·구속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 등은 위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영장은 김용덕씨가 아닌 동명이인의 것으로 정의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인신 구속 관련 규정, 제헌 헌법과 군정 명령 등을 다시 살펴봐도 원심의 결론은 타당하다. 피고인의 구금 경위와 당시 시대적 상황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인은 1948년 10월 경찰에 의해 영장 없이 연행됐다”면서 “석방되지 않은 구금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고 봐야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검사 측의 주장대로 알 수 없는 사정으로 어느 시점에 석방됐다가 다시 체포·구금돼 수사와 재판을 받았더라도 당시 체포·구금이 적법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발견되지 않는다”며 “국가기록원에 대한 사실 조회 결과 검사가 적법한 영장이라고 주장했던 사건은 다른 사람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재심 청구인 김씨의 딸은 무죄 선고 직후 법정 밖으로 나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김씨의 딸은 “국가가 아버지를 불법으로 끌고가 어디서 돌아가셨는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끌려간 뒤 어머니와 함께 보성으로 피신해 깊은 산골에 들어가 살았다. 제가 4살 때는 경찰이 눈 앞에서 어머니를 끌고가 총살하고 집에 불을 질렀다”며 눈물을 흘렸다.
특히 “국가가 총칼을 휘둘러 부모님을 모두 잃게 하고 수십 년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면서 “검찰은 유족들을 위로하고 상처를 어루만져도 모자랄 판에 항소를 하면서 부당한 권력을 남용했다. 정말 개탄스럽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진실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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