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동경의 '시심'

박준수 시집 ‘황금물고기를 보았네’ 출간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06월 09일(월)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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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수 시인이 신작 시집 ‘황금물고기를 보았네’(문학들 刊)를 펴냈다.

그동안 태생적 삶의 뼈아픈 체험을 바탕으로 현실의 아픔을 직시하면서 영원한 사랑과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동경의 시심을 지켜온 시인은 시 ‘실려 가는 나무’를 통해 근원이 뿌리채 뽑히는 현실 속 굳은 심지의 균열과 강단진 삶의 휘청거림에 대한 근심을 드러낸다. 실려 가는 나무는 죽지 않는 나무로 보는 시인은 삶의 자리가 통째 바뀌는 것을 목도한다. 시인은 어디인지 알 수 없으나 식재돼 지금까지 발을 뻗고 살던 대지에 더이상 살아가지 못하고 다른 데로 옮겨가는 현시대의 상황을 우회적으로 노출한다.

시인은 ‘실려 가는 나무’를 통해 ‘붕대로 감싼 뿌리는 먼 길을 가는 줄도 모르고/암연 속에서 묵상하듯 웅크리고 있다/지하 깊숙한 수맥을 더듬느라 여러 갈래로 뻗은 잔뿌리들,/자갈과 흙 사이에 흐르는 물을 길어/하늘 높이 퍼 올리던 억센 팔뚝에는 힘줄이 전선 가닥처럼/매듭져 있다’고 노래한다.

특히 관찰을 바탕으로 한 촘촘한 묘사가 돋보인다. 시인의 관심은 이제 나무가 떠나온 자리로 이동한다. 그리고 시적 상념의 나래가 펼쳐진다. ‘그가 떠난 후 이장한 무덤처럼 황량한 빈 구덩이에/바람이 떨어진 나뭇잎들을 모아 흙의 속살을 덮어준다/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돌아선 그 자리에/매일 아침 말벗이 되어주던 새들은 어디로 날아갔을까/하루 노동을 마치고 가지 끝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던 노을은/이제 빈 들판을 붉게 물들일 것이다’고 읊는다.

이 시에서 말할 것도 없이 나무와 새는 인생의 비유다. 나무가 떠나온 자리, 곧 ‘빈 구덩이’를 통해 시인은 생명 있는 것들의 ‘터전’이 지닌 의미를 궁구한다.

이어 시 ‘왓 체디 루엉 사원의 새’에서는 태국 치앙마이의 오래된 사원의 새를 통해 “새들의 고향” 곧 ‘터전’을 바라보고 꿈꾼다.

시인은 ‘커다란 보리수나무 위에서 탑을 향해 날아갈 때/그들은 일제히 신비한 노래를 불렀어요/그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 그 자리에 멈춰서서/한동안 황홀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어요’라고 적고 있다.

현실과는 다른, 현실 너머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세계에의 동경이 드러나는 듯하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힘든 경계선에서//오늘도 외로운 양치기가 되어 피리를 분다’는 시 ‘디지털 노마드’에서 현실이 고단하고 아플수록 이상을 향한 동경이 지극해진다는 것을 드러낸다.

김규성 시인은 해설을 통해 “그의 시에서 언어는 ‘모호’의 안개를 걷고 두렷하고 정감 있게 사유를 형상화하는 표현기제로 기능하고, 감성은 운율과 더불어 정서적 내재율을 이룬다. 정신은 정정한 심지를 배경으로 시적 여정의 벼릿줄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박준수 시인은 1960년 광주 출생으로 전남대 및 동 대학원을 졸업, 2002년 첫 시집을 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이번으로 여덟 번째 시집을 상재했다. 광주매일신문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현재 KBC광주방송 선임기자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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