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항쟁 최초의 시선집’ 日 독자들 반응

문병란 시인 주도 출판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
잡지·진보 매체 등 주목…사이토 마리코 발췌도
‘시인회의’ 본보 기사 소개…추모시집 출간 박차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06월 16일(월) 01:20
일본 ‘시인회의’ 5월호 표지
‘시인회의’ 5월호에 실린 광남일보 문화면의 ‘일 중견시인 ‘광주항쟁 저항시’ 서평 관심’(2025년 3월19일자 문화 11면에 소개된 기사)이라는 기사를 일본어로 수록한 104쪽.
전남 화순 출생 문병란 시인(1935∼2015·전 조선대 교수) 타계 10주년을 맞아 광주시립미술관 주최 국제 심포지엄에서 비교문학 관점에서 문병란 시인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바 있으며 추모시집 출간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병란 시인이 주도해 출판한 5·18민주화운동 최초의 시선집 ‘누가 그대 큰 이름 지우랴’(1987년 도서출판 인동 刊)를 5·18기념재단(원순석 이사장)의 협조로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와 사가와 아키 시인이 한글과 일본어로 출판한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가 일본에서 500부가 팔렸다.

노벨상 수상자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고, ‘서울의 봄’ 영화가 상영됐으며 12·3 계엄 정국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민주화를 불러온 5월 광주항쟁에 대한 일본 시민의 관심이 고조되는 분위기와 맞물려 시집 판매가 한정적인 일본 출판 시장에서 5월 시집이 나름 팔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맨 처음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는 일본 헌법 9조를 수호하는 모임인 ‘9조회’의 문예지 ‘시인의 윤통신’과 한·일 기본조약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본 지식인들의 기자회견 석상에서 사가와 시인이 소개했고, 이어 재일작가 강영자씨가 ‘동양경제일보’(도요게이자이닛포, 1월 10일 자)에 서평을 실었다.

그리고 시전문지 ‘시인회의’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시바타 산키치(柴田三吉) 시인이 일본 진보 매체에 서평 게재했으며, 이케다 이사오(池田功) 일본 메이지대학 대학원 교수(교양디자인연구과)가 시전문지 ‘시와 사상’ 3월호에 서평을 게재해 주목받은 바 있다.

최근 ‘시인회의’ 5월호는 시바타 시인이 진보 매체에 발표한 서평을 재수록했으며, ‘광남일보’ 3월 19일 자(11면 문화)에 보도된 서평 기사 한글 원본을 그대로 수록,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편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 등 한강 작품 5편을 일본어로 번역하고 2015년 제1회 일본변역 대상, 2020년 한국문학번역대상(한국문학번역원)을 수상, 국내에 알려진 일본인 번역가 사이토 마리코 씨도 최근 증보 신판으로 펴낸 자신의 저서 ‘한국문학 중심에 있는 것’(이스트 프레스)에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에 수록된 시를 소개하고 있어 화제다.

사이토 씨는 증보 신판에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내용을 40여페이지를 보강했다.

‘제4장 ‘광주민주화운동은 살아 있다’ 중에서‘라는 항을 마련해 “그러면 문학은 광주민주화운동을 어떻게 다뤄왔는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환경에서 애당초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시였다”고 말문을 꺼내며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지난 5월 18일 오후 2시 광주 하정웅미술관에서 ‘마쓰다 도키코(松田解子)의 문학과 생애’라는 타이틀로 열린 국제 학술심포지엄 모습.
김준태 시인의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는 그 대표적인 것이라고 봐도 좋다고 하며, 김정훈 교수가 번역한 김준태 시집 ‘광주로 가는 길’(후바이샤, 2018)에서 시를 인용하고, 시가 쓰인 배경과 시의 내용에 대해 서도 잊지 않고 언급했다.

“이 시는 사건 바로 직후인 6월 2일에 지역신문인 전남매일신문 1면에 실린 것으로, 당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시를 쓰고 있었다. 실은 전남매일신문은 5월 20일에 모든 기자가 집단사표를 제출했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탄압을 목격했는데도 엄혹한 검열 아래에 1행도 지면에 실을 수 없는 것에 항의하는 사표였다. 신문을 낼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더니, 그 뒤 일주일 내에 신문을 발행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그래서 도리 없이 복간하게 되었는데, 편집국이 “기사로는 삭제되어 버리니 시로 게재하자”라고 생각해 김준태에게 원고를 의뢰했다고 한다. 이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92~93페이지에 시 내용 인용)고 기술하고 있다.

사이토 씨는 이어서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를 인용하기에 앞서 5월시가 그토록 쓰인 배경에 대해 “애초부터 한국은 시인 지위가 높고 시인 숫자도 많다. 일본과 비교해서 훨씬 시가 읽히므로 전두환 정권의 80년대는 검열을 통과하는 유리함도 있어서인지 시가 매우 활발히 쓰였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나도 80년대 중반에 그 작품들을 입수하기 위해 한국 수입 서적 전문점을 드나들었지만, 시집뿐만 아니라 시 잡지나 무크지가 잇따라 출판되어 그 기세에 압도되었던 기억이 있다. ‘광주’, ‘5월’이라는 단어는 그와 같은 작품들의 중심에 있다. ‘5월’은 지금도 민주화운동의 메타포”라고 전했다.

그리고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에서 김진경의 ‘광주!’를 그대로 인용해 소개했다.

사이토 씨는 ‘한국문학의 중심에 있는 것’ 증보 신판 보강내용으로 주로 한강 ‘’소년이 온다‘ 소개와 분석에 치중하면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처음 알린 시편을 주목했다. 그리고 5월문학의 대표소설로 송기숙 ‘오월의 미소’, 황석영 ‘오래된 정원’을 주목하고 작품 내용과 의의를 소개했다.

이명한 문병란시인기념사업회 회장은 “문병란 시인이 편집한 시집이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그가 타계한 지 10주년을 맞아 추모시집이 출간될 예정이므로 여러모로 의미있는 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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