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구감소·지역소멸 위기 정부 결단 필요 곽춘섭 전남도 주거복지센터장
광남일보@gwangnam.co.kr |
2025년 06월 16일(월) 16: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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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춘섭 전남도 주거복지센터장 |
이 말은 소설이 아닌, 얼마전 보도된 신문 기사 제목이다. 인구 5200만 명의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농업의 중심지인 전남 무안군에서 하루 1000명 이상의 인력이 부족해 양파 수확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 내용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역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2024년 한 해 동안 청년 인구가 1만3485명이나 줄었다. 이는 구례군 전체 인구의 56%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2년마다 한 개 군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단지 농촌의 문제로만 보아선 안 된다.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인구 문제를 넘어, 지역경제 기반의 붕괴와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구조적 위기다.
정부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법,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등을 통해 지역 맞춤형 정책 필요성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정책 설계와 집행은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일극체계로, 지방의 현실과 목소리는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5극 3특 균형발전 전략’을 통해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을 초광역권으로 지정하고, 제주·강원·전북은 특별자치도로 권한을 확대하는 등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의욕적인 계획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동시에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유휴부지 개발, 도심 공공주택 확대 등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공급 공약도 병행되고 있다. 이는 지역소멸 대응 의지를 희석시키고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원래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지만, 현재의 정책은 수도권 위주이며 획일적 기준에 따라 운영되어 인구가 감소중인 지방에는 실효성이 부족하다.
실제 전남 22개 시군 중 13곳은 행복주택이 전혀 공급되지 않았고, 14개 군 지역은 전세·매입임대 방식의 공공임대주택을 운영할 수 없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아파트는 찾아보기 어렵고, 지역에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청년에게 지역에 남으라고 말하는 것이, 현실에선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한다)라는 말처럼 공염불에 가깝다.
이런 상항에서 전남도는 청년을 위한 ‘전남형 만원주택(보증금 無, 월세 1만 원)’ 같은 혁신적인 주거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은 입주자 선정 기준을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정하고 있어, 지방의 창의적 시도가 법령에 막히는 구조다.
이제는 자치단체가 지역 실정에 맞는 주거정책을 자율적으로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이를 위한 법령 개정은 단 한 줄이면 충분하다.
“인구감소지역에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의 입주자 선정기준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광역시장, 도지사, 특별자치도지사가 정할 수 있다.”
이 문장 하나로 지방의 주거정책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안정적 주거 기반이 조성되면, 청년은 돌아오고 기업은 살아나며, 지역은 다시 활력을 찾게 된다. 지방정부에 책임을 주되, 권한도 주는 것이 지역소멸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처럼, 인구정책은 단기적인 수요 대응이 아니라 국가 백년의 기틀을 다지는 일이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사람이 머무는 곳에 희망이 싹튼다.
국가의 뿌리는 지방이다. 그 뿌리가 마르면 줄기와 잎도 시들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그 뿌리를 살리는 정책적 결단과 입법의 묘수가 필요한 때다.
정부가 지방의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율성을 부여하는 구조로 제도를 개선한다면,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 사람이 모이는 대한민국은 결코 꿈이 아니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서, 이제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