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유작 40여점 모두 원작들 만나볼까

양수아 유작전 7월10일까지 광주 미로센터
韓 근현대미술사 속 예술가 유작 조망 취지
‘양수아미술관’ 건립 촉구…아트토크 성료도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06월 22일(일) 18:19
양수아 본인이 그린 자화상(자화상 원본이자 메인 작품)
전남 보성 출신의 추상예술 선구자 양수아 화백(梁秀雅, 1920∼1972)의 ‘독일 초대전’(2023.10.14∼29 뒤셀도르프 PART 2 갤러리)이 열린 게 2023년 10월이었다.

잊힐만하면 들려오는 것이 양 화백의 전시 소식이었다. 그렇게 들려온 전시 소식이 반가운 것은 그가 남도화단에 끼친 영향 때문이었다.

일제강점기와 제주 4·3, 6·25전쟁 등 근현대사 굴곡의 시간을 통과해오며 격동기 추상미술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확고하게 구축한 공로가 있어서다.

유년기에 삽화가를 꿈꾼 뒤 소학교 시절 시모노세키에 유학을 시작으로 가와바타 동경의 미술학원에 재학했을 정도로 미술이 전부였던 삶을 살았던 장본인이다.

목포와 광주에서 화가로 활동하며 미술교육자와 비평가의 삶을 살았으며 앵포르멜이나 추상표현주의 등 새로운 예술사조를 접했다. 그후 서구의 미학적 형식을 매개로 자유롭고 새로운 조형언어를 구사하며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해 미술사의 한 획을 그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양수아 화백의 전시 소식이 들려왔다. 일종의 유작전을 지향한 전시는 2025아시아문화예술활성화거점프로그램인 ‘궁동1987’(감독 남궁윤)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마련돼 지난 21일 개막, 오는 7월10일까지 광주 미로센터 1층 전시장에서 열린다.

김허경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센터장이 지난 21일 작품설명에 나선 아트 토크 장면.
양수아 화백의 드로잉 작품이 대거 출품된 전시 전경.
‘드로잉으로 만나는 무제와 행위’라는 타이틀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남궁윤 감독의 기획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사 속 한 예술가의 유작을 되짚본다는 취지다. 전시에는 작가의 드로잉 유작 40여점을 중심으로 전시 포스터, 생전 작업 도구 등 주요 아카이브 자료가 함께 공개되고 있다. 추상화와 크레용화, 드로잉, 자화상 등 추상표현 서양화가 망라됐으며 드로잉 유작 40여 점은 모두 원작들이어서 주목된다. 여기다 기억의 회로를 복원하는 감각적이고 사유적인 공간으로 전시장이 꾸며졌다는 설명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양수아 화백은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한 1세대 서양화가이자 드로잉과 회화를 통해 한국전쟁 이후의 미술과 사회를 묵묵히 관통한 예술가로, 작품에 제목을 남기지 않았지만, 선 하나하나에 삶의 흔적과 시대의 고요한 증언을 남겼다는 평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단지 과거를 기리는 데 머물지 않고, 지역 예술의 미래로 이어지는 작은 시작이 되는 동시에 양수아 작가의 삶과 예술이 보다 체계적으로 보존되고 연구될 수 있도록 ‘양수아미술관’ 건립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더 촉발됐으면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시 관람객들.
제1회 아트토크도 마련돼 지난 21일 성황리 진행됐다. 김허경 센터장(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이 ‘한국 근현대미술사 속 추상회화와 앵포르멜, 그리고 양수아’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김 센터장의 깊이 있는 해설을 통해 양수아 작가의 드로잉 및 추상 회화가 지닌 예술적 맥락과 한국 근현대미술사 속에서의 위치가 새롭게 조명됐고, 작가의 아들이자 나인갤러리 관장인 양승찬씨와의 대화를 통해 작품에 담긴 사적인 기억과 삶의 층위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반응이다.

남궁윤 감독은 이번 전시에 대해 “단지 유작을 나열한 회고전이 아니다. 예술의 거리라는 살아있는 도시공간 안에서, 잊힌 이름을 다시 불러내고, 그의 선(線)을 현재로 소환하는 예술 실천의 장”이라며 “양수아의 선은 단지 드로잉이 아니라 시대의 언어이자 존재의 증언이다. 이번 전시는 예술의 거리라는 살아 있는 문화현장에서 작가의 유작을 현재로 다시 불러내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50583958510369000
프린트 시간 : 2025년 06월 23일 05:5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