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소아암 어린이 학업복귀 어렵다…"문해력 향상 도와야"

방문 교육 사업·대학생 멘토링 등 필요

이산하 기자 goback@gwangnam.co.kr
2025년 06월 25일(수) 18:15
#. A 군은 초등학생 때 림프모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3년간의 치료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갔다. 중학교 2학년생으로 복귀했지만 국어 읽기 능력 테스트에서 낙제 수준을 받았다. 다른 과목 내용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 병원 생활을 오래 한 B 군의 부모도 학업 공백기에 대한 걱정이 크다. B 군은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상처를 받고 오해가 쌓여 갈등도 자주 겪는다. B 군 부모는 학업 공백기에 따라 문해력이 떨어졌다고 보고 회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백혈병 소아암 환아들이 질병을 이겨내고도 일상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에 따르면 현재 백혈병, 소아암 진단을 받은 100여 가구가 병원에 입원 중이거나 추적 관찰 치료를 받고 있다.

협회가 최근 진행한 가족 설문 결과 환아들은 퇴원 후 학업 복귀 과정에서 문해력이 일부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암 청소년의 경우 발병부터 집중 치료 기간에는 항암치료로 인한 체력 저하, 면역력 저하, 외부 감염 우려, 잦은 입·퇴원 반복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년간 병원 입원 후 학교로 복귀한 환아들은 수업 적응도 쉽지 않다. 문해력이 관건인데 환아들은 치료 기간 책보다는 영상을 즐겨봤고 학습 역량도 쌓이지 않아 사회성과 언어 능력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협회 관계자는 “학습 과정에선 교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느냐, 의미 해독이 되느냐가 중요하다”며 “환아들은 책을 읽어도 의미 파악을 할 수가 없어 교과 학습을 따라갈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환아들의 정상적인 학업복귀를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 어휘력 기르기, 사회문화적 맥락 안에서 의미 이해하기 등 체계적인 문해력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협회는 지난해 ‘방문 문해력 교육 사업’ 계획서를 공동모금회에 제출했으나 최종 심사에서 탈락했다. 광주특수교육청도 환아들의 학교 복귀를 돕기 위해 ‘대학생 멘토링’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멘토비 지급이 낮아 사업 실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 우려에 환아들이 사교육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최영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 이사장은 “아이들이 학업과 교실에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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